‘頭骨 봉안’ 진실일까 각색일까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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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12   |  발행일 2013-06-12 제20면   |  수정 2013-06-12
20130612
중국 광동성 조계산 남화선사에 있는 혜능 진신상. 입적 후 시신을 3년간 숯과 함께 큰 항아리에 보관했다가 옻칠을 한 것이라 한다. 1천300년이나 된 시신인 셈이다.

쌍계사 금당의 육조정상탑 아래에는 정말 혜능의 두개골이 봉안돼 있을까.

2012년 변인석 아주대 명예교수는 이와 관련해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을 폈다. 대비 스님이 혜능의 정상 탈취를 시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성공해 쌍계사에 모셨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육조단경(육조대사법보단경)은 혜능이 자신의 입적 후 어떤 사람이 자신의 머리를 취하려는 절취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제자들은 혜능의 시신을 화장하지 않고 마포로 감싸고 옻칠을 해 살아 있을 때 모습 그대로 보존했다. 머리가 도난 당하지 않도록 목과 머리 부분에 특별히 쇠를 덧댔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말 그 머리를 훔쳐 가려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비 스님이 장정만이라는 사람을 고용해 머리를 취하려다 발각돼 붙잡혔고, 이들을 엄벌하려는 현령을 혜능 제자인 영도선사가 설득해 사면했다.

여기까지는 중국 문헌들에 기록돼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각훈 스님의 ‘동래연기’는 이를 토대로 더 나아가 정상 탈취에 성공하고, 쌍계사에 모실 수 있었던 것으로 각색했다는 주장이다.

변 교수는 혜능 시신은 지금까지도 훼손되지 않고 전해져 오고 있다는 정황과 기록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그래서 동래연기를 각훈 스님이 썼다지만 그의 대표적 저서인 ‘해동고승전’의 수준에는 전혀 못 미치며, 그 원본은 커녕 목록조차 찾아보기 힘든 점 등을 근거로 동래연기는 누군가 각훈 스님의 이름을 빌려 꾸며낸 허구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일이 있었던 배경에 대해 변 교수는 혜능에 대한 신라인들의 지극한 존경심과 함께 “중국에서 선종이 쇠퇴해 자취를 감췄을 때 동이(東夷)에서 물으면 된다”고 한 중국 선사의 말처럼 신라가 선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는 자부심이 표현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광동성(廣東省) 조계산(曺溪山)의 남화선사(南華禪寺)에는 지금도 혜능의 진신상이 모셔져 있다. 입적 후 3년간 숯과 함께 항아리에 모셨다가 꺼내 옻칠을 한 1천300년 전의 시신이다. 남화선사는 혜능이 40년 동안 머물며 법을 설했던 사찰이다. 중국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이게 무슨 진신상인가”라며 칼로 팔을 쳤다가 흰 뼈가 드러나자 놀라며 물러섰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김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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