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잎마다 금색’…수령 150년 아름드리 왕버드나무 20여 그루 운치
|
| 동화천 둔치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버드나무 군락. 버드나무는 봄이 되면 재빨리 초록색으로 단장을 하는 나무 가운데 하나인데 주변 산세와 어울려 절경이다. 생태전문가들은 동화천을 진정한 생태하천으로 조성하려면 버드나무군락을 그대로 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
|
| 동화천 하류에서 냉이를 캐고 있는 한 할머니. |
|
| 동화천은 공산댐에서 방류하는 물이 적어 겨울에는 건천이 된다. 이곳 하천 안에서 매년 정월대보름날 달집태우기행사가 열린다. |
총 유로 연장 21㎞…玉溪로도 불려
긴몰개·참갈겨니·기름종개·동사리
고유 어종도 서식
정구·최익현 선생도 찾은 儒林의 길
주변엔 화수정·환성정 등 유명 정자
◆동화천의 역사와 문화지리
동화천은 팔공산 서남쪽 폭포골과 관봉을 중심으로 한 갓바위 계곡에서 발원한다. 이어 수태골에서 발원하는 지류인 용수천과 백안동에서 합류하고 파계사 계곡에서 발원하는 지묘천과 지묘동에서 합수해 북구 연경동~서변동을 거쳐 유니버시아드선수촌아파트 2단지 부근에서 금호강과 만난다. 동화천의 총 유로연장(하천의 종점에서 최상류 구간)은 21㎞에 달한다.
동화천은 조선시대 중기 물이 옥과 같이 맑아 ‘옥계(玉溪)’로 불렸다.
구본욱 대구지오 자문위원에 의하면 옥계는 대구 최초의 서원인 연경서원을 창건한 매암 이숙량의 기문에 처음 등장한다. ‘옥계 한 줄기가 서원의 남쪽을 지나 졸졸 흐르며 굽이쳐 산을 따라 10리를 못 가 금호강에 이른다’고 나와 있다.
또한 계동 전경창을 위한 곽재겸의 제문에서도 동화천을 옥계라 했다. 한강 정구 선생을 비롯해 낙재 서사원, 모당 손처눌, 태암 이주 등 대구지역 유림이 낙동강에서 배를 타고 금호강 세심정에 내려 말을 타고 동화천을 따라 연경서원까지 간 기록도 있다. 구한말 애국지사인 면암 최익현도 경주에 갔다 동화천에 들르기도 했다. 이곳은 대구의 숨어 있는 유림로(路)다. 이 밖에 대구의 대표적인 정자인 화수정과 환성정도 각각 동화천을 마주하고 동·서변동에 위치하고 있다. 연경서원이 복원되면 생태하천인 동화천과 함께 이곳은 대구지역 인문학의 요람이 될 수 있다.
전영권 대구지오 자문위원은 “일제강점기 일제가 발간한 1910년도 지형도에는 동화천이 문암천(門岩川)으로 기록됐다. 대구의 상수원인 공산댐 위쪽이 문암산(해발 427m)이라서 그렇게 명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하지만 문암천은 다시 동화사의 이름을 따 동화천(桐華川)으로 바뀐다.
동화천이 문암천과 옥계로 불리기 전 ‘여지도서’(영조 33년)와 ‘대구읍지’(영조) 등 고문헌에는 ‘전탄(箭灘)’으로 나온다. 전탄은 ‘화살로 가득한 시내’라는 뜻으로, 고려 태조 왕건의 군대와 후백제왕 견훤의 군대 간에 벌어진 공산전투에서 비롯된다. 지금의 동화천을 마주하고 양 진영 간 화살이 시내를 메울 만큼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살내’라고도 한다.
동화천 연변의 무태와 연경이란 마을 이름 또한 왕건이 명명했다고 전해진다. 또 지묘동에는 신숭겸 장군이 왕건을 대신해 전사한 표충사가 있다. 동화천 일대는 왕건과 견훤의 전투로인 셈이다. 1998년 동화천 하류지역 동·서변지구 택지개발에 앞서 문화재발굴조사 때 이곳에서 신석기시대 유구와 빗살무늬토기 등이 발견됐다. 무태지역은 대구지역에서 파동과 함께 사람이 살기에 가장 좋다고 해 일무이파(一無二巴) 또는 일파이무(一巴二無)로 불렸다. 또 하나 연경동에서 빠뜨릴 수 없는 조선시대 유적지는 태봉에 있는 광해군태실이다. 세종대왕 태실로 주목받고 있는 성주군처럼 광해군태실도 가치 있는 대구의 관광자원이다.
◆동화천의 생태계
동화천이 마지막 생태하천으로 불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왕버드나무 덕분이다. 이 왕버드나무는 동화천과 금호강 두물머리 동편을 따라 화담마을로 가는 길에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무태 동변동에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던 능성구씨 가운데 선비 구연간(1844~1917)은 화수정(花樹亭) 8경 가운데 제6경 ‘동화천의 버드나무(前川楊柳)’라는 한시에서 왕버드나무의 아름다움을 아래와 같이 읊었다.
‘따뜻한 바람이 잎마다 싹이 돋는 것을 금하지 아니한다.(好風葉葉不禁開)
한번 앞내를 바라보니 금색의 나무가 심겨 있는 것 같구나.(一望前川金色栽)
젊은이와 늙은이 버들가지 흩날릴 때를 기다렸는데(若待絮飛春且老)
때가 이르니 모름지기 냇가에 가서 감상하며 배회하네.(及時須賞往徘徊)’
-구본욱 자문위원 번역
지금도 동화천 동편 소방도로변에는 150년 수령의 아름드리 왕버들 20여 그루가 상류를 따라 서 있다. 안내판에는 조선 철종 때 북쪽 팔공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됐다고 나와 있다.
동화천에 자생하고 있는 식생도 다양하다. 2006년 영남자연생태보존회가 발간한 동화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까치박달, 물푸레나무, 갯버들, 달뿌리풀, 갈대, 검정말, 고마리, 개망초, 돼지풀, 달맞이꽃 등 동화천에는 금호강(99종)이나 신천(151종)보다 많은 총 178종의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파악된다.
동화천에 사는 어류는 6과 17속 19종으로 나타났다. 잉어과와 마꾸릿과가 전체 어류의 68%를 차지했다. 고유어종은 긴몰개, 참갈겨니, 기름종개, 동사리 등 4종이다. 동화천은 하천이 짧고, 하상이 호박돌, 왕자갈, 잔자갈로 된 단순한 구조인 데다 상류에 공산댐이 축조돼 있어 연중 유량변동이 커 다양한 어종을 부양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당시 동화천에서 가장 많이 발견된 물고기는 피라미로 알려졌다. 이 밖에 외래종인 블루길과 배스도 발견됐다. 조류로는 참새, 까치, 까마귀, 멧비둘기, 직박구리, 흰뺨검둥오리, 쇠백로, 왜가리, 황조롱이 등 텃새와 희귀여름철새인 물총새, 꾀꼬리 등이 발견되고 있다. 포유류로는 수달과 너구리, 고라니 등이 서식한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an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