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동화천 답사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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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20  |  수정 2015-03-20  |  발행일 2015-03-20 제면
■ 대구 마지막 생태하천 동화천
하천에 풀 자라지 않는 돌망태 제방…머리에 원형 탈모증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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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읍지에 나오는 화암(畵巖)은 동화천의 절경으로 손꼽히던 곳이다. 화암 아래 버드나무가 봄을 맞아 물이 올랐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이진국·조영호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자문위원(왼쪽부터)이 동화천에서 만나 동화천 보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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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천 하류에 조성한 돌망태 제방. 풀이 자라지 않아 원형탈모증이 생긴 것 같다.

위클리포유 대구지오(GEO)는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지오 자문위원)와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자문위원인 이진국·조영호 박사와 동화천을 톺아보고 긴급진단을 했다. 이튿날에는 무태가 고향인 구본욱 박사(지오 자문위원)가 기자와 함께했다. 각각 지리, 지질, 생물, 유학이 전공인 네 명의 전문가로부터 동화천의 역사와 문화, 지질과 식생 등에 대해 알아보고 문화생태계보전방향을 모색해봤다.

꽃샘추위 속에 지난 12일, 기자는 세 명의 박사와 함께 동화천 최하류에서부터 공산댐까지 답사에 나섰다. 동화천이 금호강과 만나는 두물머리 둔치에서 한 할머니가 냉이를 캐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곳이 바로 전탄이었습니다. 왕건과 견훤의 군대가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였던 곳입니다. 화살이 내를 이뤄 살내라고도 하지요.”

전 위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년 전 이곳에 고라니가 물을 먹으러 온 장면을 신문에서 본 적이 있습니다. 동화천을 대구의 마지막 생태하천이라 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점 때문입니다.”

동화교 서편 강턱에 돌망태로 제방을 쌓은 모습이 보였다. 그곳엔 풀이 자라지 않아 원형탈모증이 생긴 것 같다.

“보기 싫지 않습니까. 땅을 고른 다음 잔디를 심고, 산책로를 내면 생태하천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진정한 생태하천이란 하천에 돌 하나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자갈 하나 가지고 올 생각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박사는 친수환경조성이란 명목하에 진행되는 ‘하천정비’란 용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나타냈다. 인간 위주의 개발논리에서 비롯됐다는 말이다.

“물길은 원래 구불구불하고 하천변은 울퉁불퉁해야 합니다. 잡풀도 당연히 있어야지요. 자연은 있는 그대로 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동화천 주변에 사는 주민의 생각이 중요해요. 신천같이 깨끗하게 정비하느냐, 아니면 서울의 양재천같이 사람의 간섭을 최소화해 습지나 논에서 메뚜기를 관찰할 수 있게끔 하느냐는 결국 주민의 의지에 달렸습니다.”

조 박사는 콘크리트 호안이 호박돌로 바뀐다고 해서 하천이 달라질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동화천이 인근 주민만의 것이 아니라 신천처럼 시민의 것이라는 생각이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일행은 차를 타고 동화천 동편 도로를 따라 상류로 향했다. 겨울철이라 강은 건천이 됐고, 습지에는 갈대와 잡초가 수북했다. 군데군데 쓰레기도 버려져 있다.

지난해 8월 동화천에 홍수가 나 물살에 떠내려가는 동생을 구하려던 10살 오빠가 같이 숨진 사건이 있을 만큼 동화천은 여름과 겨울의 모습이 판이하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대구지역 사진기자들은 동화천에서 물놀이하던 어린이의 모습으로 더위 스케치사진을 마감했다. 대구지역 하천 가운데 동화천이 그래도 지금까지 가장 맑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화교와 동변교 사이 동편 둔치에 왕버드나무 노거수가 줄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둔치 밖에 산책로를 낸다면 ‘왕버들길’이나 ‘살내길’로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전 위원은 생태하천에 인문학적인 스토리를 입히면 금상첨화라고 했다.

“왕버드나무 군락 가운데 몇 그루가 죽어 중간중간 비어 있는데, 버드나무는 가지 하나만 뽑아 심어도 잘 자랍니다. 새로 나무를 심어야 합니다.”

조 박사는 식물전공자답게 대안을 제시했다.

“인도에 무단주차가 많은데 인도를 안쪽으로 내고 조경수인 회양목을 밖으로 낸다면 불법주차도 막고 생태환경도 살릴 텐데 아쉽네요.”

전 위원의 지적이다.

상류로 갈수록 동화천의 속살이 드러났다. 동편에 축사가 있어 오염원이 되고 있다. 또 대구시 4차순환도로 건설을 앞두고 붉은 깃발이 나부끼고 있다. 동화천 서편 도로변에는 연경보금자리주택단지 펜스가 지묘동까지 쳐져 있어 삭막한 분위기다. 하천 안에는 물이 오른 수천 그루의 버드나무와 갯버들이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물속에는 송사리와 피라미가 춤을 춘다. 그런 가운데 불도저가 하천 안에서 물막이 길을 내고 있다. 대구의 마지막 생태하천이 내년에 어떻게 변모할지 사뭇 궁금하기만 하다.
글·사진=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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