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리포트] 강간상해죄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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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9   |  발행일 2017-12-29 제8면   |  수정 2017-12-29
[변호인 리포트] 강간상해죄 재판

지난 10월13일 대구지법은 술집에서 만나 노래방을 간 뒤 남자 집에서 술자리를 갖던 중 강간상해 피해를 입었다는 강간상해죄 공소사실을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술자리에서 가무를 즐기고, 당일 만난 남자의 집에 가는 것은 이례적이다. 남녀 간 어느 정도 호감이 있을 때, 그리고 술에 취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상대의 진의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설프게 남녀가 새벽까지 함께 있다가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도 결국은 데이트 폭력이다.

대구지검은 피의자의 행위가 강간 과정에서 상해까지 입힌 중대범죄로 보고 2차까지 구속영장 청구를 했고, 두 차례 모두 영장이 기각되자 부득이 피의자를 불구속 기소했다.

피해자는 검사에 의해 선정된 피해자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검찰에 수차례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강간상해 피해를 부각시켰고, 피의자에 대한 구속수사를 반복적으로 요청했다. 필자는 해당 사건의 피해 결과가 과연 강간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심각한 의문을 갖게 됐고, 당면한 2차 영장심사 때 조만간 도래할 형사재판을 대비하는 궁극적 변론을 준비했다. 현장에 함께 있었던 증인이 보고 들은 내용을 토대로 침대에 함께 누운 경위, 피의자 집에서 추가로 음주한 사실, 피의자 집으로 오게 된 경위, 음주가무 모습을 역으로 추적해 변론했다. 대구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변호인 주장을 수용, 검찰의 영장청구를 기각했다.

형사재판을 담당한 대구지법 형사합의부 역시 강간 실행에 착수한 사실이 없다는 변론을 토대로 공판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권고했으나,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검찰 주장을 배척하고 강간상해죄에 대해 무죄, 다만 축소사실인 상해에 대해서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술자리가 길어지며 발생하는 성범죄 사건은 보통 수사와 증거관계가 엉성하고, 피해자 주장을 토대로 억지 영장청구, 억지 기소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만약 영장이 청구되거나 기소될 경우 피의자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 사건의 죄명만 해도 강간상해죄로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검사는 징역 7년 내지 10년을 구형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만약 억울한 중죄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몇 가지를 유의해야 한다.

첫째, 함부로 피해자를 만나 진술을 회유하려 하거나 죄를 자백하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둘째, 그러한 취지는 전화·문자·카카오톡·기타 SNS 어느 것으로도 전달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자신의 기억에 부합하는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증거가 사건 해결에 중요한 증거든 간접증거든 상관이 없다. 이러한 증거의 가치평가는 형사변호사와 검사, 판사의 몫이므로 본인이 성급히 증거를 삭제하거나 참고인의 조력을 맹신하고 조치를 미뤄서는 안된다.

한편 CCTV는 보관 기간이 한 달 이내로 짧은 경우가 많고, 내용은 덮여 기록되는 방식이므로 포렌식을 통한 복원이 불가한 경우가 많다. 실무상 자주 발생하는 성범죄는 강간, 강간상해(치상), 준강간, 준강간상해(치상), 강제추행, 강제추행상해(치상), 준강제추행, 준강제추행상해(치상), 준유사강간, 준유사강간상해(치상), 카메라촬영, 공연음란, 성폭법 위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죄다. ‘준(準)’자가 붙은 것은 주로 술이 원인이다.

천주현 형사전문 변호사(법학박사) www.brothe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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