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 ‘라이온 킹’ 대구관객부터 찾아”

  • 김수영 이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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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27   |  발행일 2018-07-27 제35면   |  수정 2018-07-27
■ 파워엔터테인먼트 이철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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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오는 11월 장기공연하는 뮤지컬 ‘라이온 킹’의 홍보이미지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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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가 기획·공연한 뮤지컬들.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캣츠’(위부터).

요즘 뮤지컬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핫한 정보 중 하나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라이온 킹’의 한국 공연이다. 2006년 일본 극단 시키가 라이선스 버전으로 내한 공연을 한 적은 있지만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공연이 한국을 찾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전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최고의 흥행 뮤지컬인 라이온 킹이 작품 탄생 20주년을 기념해 인터내셔널 투어의 일환으로 한국을 찾는다. 이번 내한 공연은 대구에서 가장 먼저 시작된다는 점이 이채롭다. 오는 11월15일부터 12월25일까지 계명아트센터에서의 공연으로 시작을 알린 뒤 내년 1월 서울(예술의전당), 4월 부산(드림씨어터)에서 연이어 무대에 오른다. 라이온 킹의 한국공연을 기획한 파워엔터테인먼트 이철우 대표는 요즘 이 작품 때문에 정신이 없다. 세계 최고의 작품을, 그것도 처음으로 선보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라이온 킹은 ‘현존하는 최고의 뮤지컬’이라는 찬사가 결코 과찬이 아닌, 진짜 좋은 작품이다. 하지만 워낙 투자비가 많기 때문에 이익을 남길 것이란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기획자의 길로 들어선 지 20년이 넘었다. 이제는 돈보다는 좋은 작품을 보여주는 게 나의 일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기획자라면 라이온 킹 정도의 작품은 수익과 상관없이 꼭 시도해봐야 할 중요한 기획”이라는 의욕을 보였다.

“뮤지컬 ‘라이온킹’ 탄생 20주년 한국 첫 방문
자연·인간 생명순환 메시지…매력 넘치는 스토리
수익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작품이기도
현존 최고 작품…국내 꼭 소개 하고픈 욕심 커”

“기획 일하며 난타·캣츠·오페라의 유령 등 인연
좋은인맥 덕분, 좋은작품 무대 올릴 기회 마련
지역대 출신 연출 창작뮤지컬 ‘빨래’지속 공연
이런 작품 꾸준히 많아져야 한국 뮤지컬 발전
‘캣츠’통해 대구시장 가능성 봐…역할에 충실”


이철우 파워엔터테인먼트 대표는 경북도민체전공개행사부 운영감독, 월드컵 국채보상운동공원 운영감독, 대구시립극단 기획 등을 지냈으며 뮤지컬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명성황후’ ‘라이온 킹’ 등을 기획했다.


▶올해는 아무래도 라이온 킹에 올인해야 할 듯하다. 라이온 킹에 대한 시민들의 궁금증이 클 수밖에 없는데….

“뮤지컬 ‘라이온 킹’은 디즈니사에서 만든 동명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아프리카의 토속적인 색채가 짙게 밴 음악과 야생 밀림의 동물로 분한 배우들의 역동적인 연기가 압권이다. 1997년 초연 때부터 큰 사랑을 받으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고 현재도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상이 강해서 어린이용 뮤지컬이란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많다. 이 작품은 어린이용이 아닌 온가족이 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오리지널팀이 오기 때문에 공연 수준에 대해서는 장담을 할 수 있다. 현재 필리핀 마닐라에서 공연 중인데 거기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공연단이 싱가포르를 거쳐 한국에 온다. 어린이 뮤지컬이란 인식을 불식시키면 이번 한국공연도 성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라이온 킹의 매력은 무엇인가.

“라이온 킹이 전세계에서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아프리카 대지를 무대로 자연과 인간의 섭리인 ‘생명의 순환’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재미있는 작품이 아니라 철학적 메시지까지 담고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이란 것이다. 여성 최초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연출가 줄리 테이머가 연출 및 무대디자인을 맡고, 팝의 전설로 통하는 엘튼 존과 전설적인 작사가 팀 라이스, 영화음악의 대부 한스 치머가 음악작업에 참여했다. 아프리카 토속악기를 주로 사용한 뮤직넘버들은 1998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을 받았다. 연출가 줄리 테이머는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확장시켜 왕으로서 제자리를 찾는 사자 심바의 여정을 묵직하게 다룬다. 이렇다보니 공연의 막이 올라가는 순간부터 막이 내려올 때까지 눈과 귀가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정말 매력으로 똘똘 뭉친 작품이다.”

▶기획일을 하기 전 연극을 한 것으로 안다.

“계명대 문헌정보학과에 입학했으나 계명극예술연구회라는 동아리활동을 하면서 연극에 깊이 빠졌다. 여기서 배우, 연출, 기획 등을 두루 경험했다. 연극분야에서 몇년 일해보니 연기에는 별 소질이 없는 듯했고 기획일이 적성에 더 맞았다. 계명극예술연구회 회장으로 있을 동안 지역 8개 대학 동아리의 연합축제인 대학극한마당이라는 행사도 만들어 개최했다. 졸업 후 잠시 소극장예전에 들어가 기획실장으로도 일했다. 이런 여러 경험이 토대가 되어 96년 한세기획이라는 기획사를 열었다. 첫 작품으로 양희경 주연의 ‘늙은 창녀의 노래’를 공연했는데 대성공을 했다. 줄을 서서 기다려 볼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이 화근이었다. 기획일을 하면 돈을 쉽게 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로 몇번의 실패를 거듭했고 기획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기획일을 하면서 많은 인맥을 쌓아온 것이 현재의 파워엔터테인먼트를 있게 했다고 강조했다.

“한세기획을 운영하면서 유인촌 전 장관을 비롯해 ‘난타’를 만든 송승환, ‘캣츠’ ‘오페라의 유령’ ‘위키드’ ‘라이온 킹’ 등을 만든 설앤컴퍼니 설도윤 대표, ‘명성황후’로 명성을 날린 윤호진 등을 만났다. 이들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 이들 덕분에 계속적으로 좋은 작품을 무대에 올릴 수 있었으며 현재의 파워엔터테인먼트가 존재할 수 있었다.”

▶그동안 많은 작품을 선보여왔다.

“일일이 손으로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지만 난타, 캣츠, 오페라의 유령, 지킬앤하이드, 빨래 등이 특히 큰 의미를 가진다. 난타를 2000년부터 매년 연말에 공연하고 있다. 그 당시만 해도 연말공연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하지만 난타를 매년 크리스마스 전후나 연말에 무대에 올림으로써 연말공연 붐을 일으키는 단초 역할을 했다. 난타는 현재까지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캣츠는 2003년 오리지널팀의 대구공연을 펼쳐 여러가지 기록을 남겼다. 대구에서는 처음으로 30회 공연이라는 장기공연을 시도했고 캣츠전용텐트를 지어서 공연을 진행했다. 그 당시만 해도 새로운 시도였다. 하지만 성공했다. 앞으로 국내 뮤지컬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서울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에서의 장기공연도 더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오페라의 유령도 2010년 대구에서 처음 공연해 뮤지컬마니아들의 환호를 얻어냈다. 지킬앤하이드도 2006년부터 꾸준히 공연해오고 있는데 2016년에는 지킬앤하이드 월드투어를 기획해 대구, 서울 등 전국 5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창작뮤지컬 빨래를 꾸준히 공연하고 있는 점도 의미가 있다. 한국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런 창작품이 발전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데서 뿌듯함이 있다.”

▶기획일을 하면서 말 못 할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주변에서는 기획일을 오랫동안 이렇게 꾸준히 하고 있으니 돈을 많이 번 것으로 안다. 사실 돈을 벌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큰 공연을 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었다. ‘캣츠’의 부산공연 때 태풍 매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오페라의 유령’ 때는 세월호 참사로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 사실 빚도 제법 많다. 솔직히 말해 이 나이에 다른 직업을 가질 수 없어서 이 일을 계속 하기도 하지만 기획이라는 일을 하는 것이 지금도 너무 재미있다. 돈을 벌면 좋지만 못벌더라도 좋은 공연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데서 오는 보람이 있다. 이것이 이 일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다. 혹자는 서울에서 만든 작품 가지고 와서 팔아먹는 장사꾼으로 여기기도 한다. 이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기획자의 욕심 또한 대단히 크다. 라이온 킹도 마찬가지다. 수익을 생각하면 쉽게 도전할 수 없는 작품이다. 그러나 좋은 작품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게 기획자의 의무이고 보람이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올해도 이미 많은 뮤지컬을 보여줬다. 또 눈길을 끄는 작품의 개막도 잇따른다.

“지난 2월 ‘광화문연가’에 이어 6월 ‘삼총사’를 공연했다. 8월10~12일에는 ‘맨오브라만차’가 계명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재미와 감동이 함께 있다. 소극장뮤지컬로 ‘마마돈크라이’도 8월25일부터 9월22일까지 봉산문화회관에서 선보이는데 얼마전 티켓 오픈을 해 이미 3천장 이상 팔렸다. 젊은 층이 특히 열광하는 작품이다. 10월에는 ‘노트르담드파리’를 계명아트센터와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빨래’를 수성아트피아에서 선보인다. 12월 연말공연으로는 수성아트피아에서 펼쳐지는 ‘난타’가 있다.”

▶창작뮤지컬에 대한 애착이 강한 것 같다.

“연극인 출신으로 기획일을 했기 때문에 우리 뮤지컬에 대한 애착이 있다. 빨래라는 뮤지컬을 한번 봐라. 대구 영남대 출신이 연출 및 대본을 맡아서 만든 작품인데 전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작품들이 많아져야 한국 뮤지컬이 발전한다. 지역에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매년 열리는데 이런 좋은 창작뮤지컬이 나와주길 기대한다. 절실함을 가지고 열심히 만들어나가면 이런 좋은 작품들이 꾸준히 나올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현재는 대형기획사들과 공동투자로 뮤지컬을 만들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파워엔터테인먼트만의 뮤지컬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한세기획에서 2000년 C&J와 합병을 해 파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도 이런 포부가 있기 때문이다. 힘을 키워 좋은 뮤지컬을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2003년 캣츠를 장기공연하면서 4만3천명의 유료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잠재돼 있던 대구시장의 가능성을 봤다. 이 가능성을 실현시키는 데 나 같은 기획자들도 나름의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글=김수영기자 sykim@yeongnam.com

사진=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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