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또다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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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1-02   |  발행일 2019-11-02 제23면   |  수정 2019-11-02
[토요단상] 또다시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고민한다

몇 차례 이어진 낯선 가을 태풍이 큰 상처와 고단함을 주고 지나갔다. 같은 시기 ‘조국 장관 거취논란’도 2개월여간의 국민적 고통을 남기고 마침내 종료되었다. 그러나 서초동 또는 광화문에 나간 사람이나 침묵했던 더 많은 사람이나 여전히 불안하고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그 사이 만들어진 시민 사이의 깊은 골과 불신보다 더 두려운 것은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고 정치권이 이런 갈등을 해결할 역량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한 현역 국회의원은 ‘조국논란’이 마무리된 직후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사는 정치는 국민까지 패배자로 만든다”며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 순간 필자는 다시금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생각한다. 한국 국민은 고단하다. 정치 때문에 거리에 나가야 하고 속앓이도 해야 한다. 제도적 민주화를 한 지 30년이 넘은 지금도 한국 민주주의는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갈등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궁극적으로 문제를 해소시켜야 하는 정당은 오히려 갈등을 부추겨 정치적 이익을 얻기에 급급하다. 국회의원도 민심을 반영하는 문제해결에 노력하기보다는 자당 지도부의 눈치를 보며 싸움에 앞장선다. 더 나아가 관용과 신뢰의 시민문화를 형성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 시민단체들도 공공성을 기준으로 행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강조하는 이들은 오히려 소수에 불과하다.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공동체 이익과 가치가 우선시되지 않는 민주주의는 취약함을 상시 내재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국 민주주의의 한계가 있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7년 탄핵의 과정에서도 그렇고 최근 ‘조국 사태’에서도 확인된 것은 중심을 잡는 시민들의 존재였다. 진영논리를 떠나 공공의 이익과 법치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민들은 고비 때마다 민심의 향배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한국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일 뿐이다.

정당과 국민의 대표가 공익과 민심을 기준으로 정치를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첫째, 한국 정당체제는 싸워야 생존하는 적대적 공생구조다. 물론 대부분의 국가에서 정당들은 경쟁한다. 현재 한국은 거대 양당이 상호적대적 구도를 기타 정당에 대한 진입장벽으로 활용하여 국민의 선택을 독과점하고 있다. 이 구조를 깨야만 싸움이 아닌 경쟁으로 전환된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연동형비례대표제가 일부 해법일 수 있다. 이 선거제도에서는 민심이 선거결과에 더 많이 반영되면서 독과점적 정당구조는 흔들리고 정당은 민심에 더 가까이 가는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정당의 공직자 후보 공천을 당지도부가 아닌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 공천 결정을 정당지도부가 좌우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는 주권자인 국민이 아니라 소수 당지도부에 충성하고 반복적으로 민심을 외면했다. 왜냐하면 양당에 의해 독과점 되어있는 한국 정당체제에서 공천은 당선 가능성에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선을 원하는 국민의 대표들은 민심과 당지도부의 의사에 괴리가 발생할 때마다 공동체의 이익보다는 정당의 이익을 앞세워 정치생명을 이어왔다. 이 공천구조를 고쳐야 민심과 공익에 응답하는 정치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와 같은 국민공천제를 도입해서 주권자의 역할을 정당후보 공천과정까지 확장함으로써 민심의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국민공천제 과정에서 소수 ‘활동하는’ 시민들이 후보자 공천을 좌우할 수 없게 전자투표 등을 도입하여 더 많은 시민의 의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게 해야 한다. 특히 이제는 공천과정도 공식적인 선거의 주요 부분임을 인정하고 정당이 아니라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주관하여 공정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제 작동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민주주의를 만들어야 할 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함이 한국정치에 있다. 선거 때만 표 달라는 국민대표가 아니라 상시적으로 민심에 반응하고 공동체 전체의 이익과 가치를 최우선하는 정당과 국민대표를 만드는 데 시민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내년에 총선이 있다.

김관옥 (계명대공공인재학부 정치외교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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