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예술지원사업은 창작의 '마중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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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14   |  발행일 2020-01-16 제29면   |  수정 2020-01-14
박영석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지역 예술가와 예술단체를 대상으로한 대구문화재단의 2020년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 신청접수가 모두 마감됐다. 재단은 다음 달까지 분야별로 본격적인 심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걱정부터 앞선다. 창작활동 지원을 바라는 단체와 개인의 기대는 갈수록 커져만 가고 있는데 재단에서 지원하는 규모는 거기에 턱없이 못 따라가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우를 보면 지원을 신청한 단체와 개인의 절반 이상이 선정되지 못하고 탈락했다. 결국 올해도 비슷한 결과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이다. 


올해 지원상황을 구체적으로 보면 예술단체 490여건, 개인예술가 280여건 등 모두 780여건이다. 


장르별로는 음악이 200건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시각 150여건, 연극, 문학, 전통 등의 순이다. 신청분야는 기초기획·우수기획·집중기획·공연장상주단체·학술발간·국제화·스타트업·청년예술가·완숙기 발표·해외활동·다베네트워크(DaBe network) 등 다양하다. 이달 중으로 8개 분야별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다음달 4일부터 집중적인 심사에 들어간다. 2월 말에는 단체 및 개인 선정자와 지원금액을 모두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도 심사위원회 구성에 있어서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최대한 확보되도록 심사위원풀(pool) 구성단계부터 추천위원회를 운영한다. 


추천위원회를 통해 확보한 심사위원후보는 추첨방식으로 섭외순서를 정해 심사위원으로 선정한다. 심사위원의 지역별 구성비율도 지역과 외지를 5대5 원칙으로 균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일반시민이나 예술가가 직접 심사장에 들어가 심사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하는 심사참관인제도 도입한다. 재단 관계자나 그 밖의 어느 누구도 심사과정에 영향을 미치거나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시스템적으로 없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대구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규모가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에 올해도 다수의 탈락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문제다. 


특히, 올해 예술단체와 개인이 지원신청한 금액을 모두 합산하면 80억 원을 넘어서는데 올해 재단의 지원금액은 여기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신청금액에 비해 지원규모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심사에서 탈락한 단체나 개인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선정된 단체나 개인도 상당수는 불만을 가질 수 있다. 그것은 자신들이 신청한 금액보다 지원액이 대폭 삭감된 상태로 선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원금 부족은 이래저래 불만과 불협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그들이 쏟아낼 갖가지 원망과 항의가 미리부터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창작활동이 확장되는 만큼 재단의 지원규모도 해마다 늘려 나가는 게 맞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또 하나는 답답한 소리를 한다고 질타할지 모르지만 예술지원사업에 대한 기대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예술지원사업은 창작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의 역할이다. 


샘물을 퍼 올리기 위해서는 마중물이 매우 중요하지만 마중물이 없다고 샘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마중물은 마중물일 뿐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창작 혼을 불태우고 있는 수많은 지역예술가들에게 새해도 존경과 감사의 박수를 보낸다.
박영석 <대구문화재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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