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육포 선물…조계종, 이번에도 '유감성명' 내나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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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0   |  발행일 2020-01-21 제5면   |  수정 2020-01-20

민족 대 명절인 설날을 앞둔 20일, 정치권에는 때아닌 '육포 선물'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불교계에 육포 선물을 보냈다가 회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날 정치권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정치권과 조계종 등에 따르면 황 대표 비서실은 지난 17일 황 대표 명의로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등에 설 선물로 육포를 보냈다. 조계종은 스님의 육식을 금지하는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아 고기류를 먹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당 대표 비서실은 입장문을 내 "다른 곳으로 배송됐어야 할 선물이 조계종으로 잘못 배송됐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황 대표와 당은 즉각 사과 입장을 냈다. 황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계종에 그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배송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하는데 경위를 철저히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당 대표실도 입장문에서 "배송일 당일, 비서실에서 상황을 즉시 파악해 곧바로 회수조치를 했다. 그날 바로 사과의 말씀을 올렸으나, 불교계 분들께서 느끼셨을 황망함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고 사과했다.

이번 육포선물은 황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는 점과, 출마가 거론되는 서울 종로의 핵심 단체에 보낸 것이어서 더 뜨거운 논란거리가 됐다. 황 대표는 지난해 5월 영천 은혜사에서 열린 부처님 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 당시에도 '종교 편향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불교식 예배법인 합장을 하지 않고, 아기 부처님을 씻기는 관불의식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계종은 공식 성명을 통해 유감의 뜻을 전달했고 황 대표는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더욱이 이번 선물이 배송된 조계사의 경우 황 대표의 출마 예상지로 거론되는 '서울 종로구'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정치권에서 주목하고 있다.

한국당 내부에서는 잇따른 종교 편향 논란이 불거지자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당 한 관계자는 "정당 지도자가 특정 종교 편향이라는 지적도 있고 특히 종로에 출마를 앞둔 인사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며 "인재영입을 비롯해 당 지도부의 잇따른 실책으로 총선에 악영향을 줄 것 같아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김명연 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황 대표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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