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희 변호사의 청년과 커피 한잔] 어려운 시기 시민에 선물 같은 앞산 소중히 다루자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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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7-03   |  발행일 2020-07-03 제38면   |  수정 2020-07-03
코로나 시대 앞산 전망대 등산로 인기
야경 인생샷 덤…젊은층 '핫플'로 등극
곳곳에 버리고 간 생수병·마스크 눈살
사람 몰리는 전망대 데크도 위험천만
힐링 주고 추억 깃든 자연 잘 보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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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등산로 곳곳에 버려진 플라스틱 생수병(위)과 산행문화 에티켓 팻말.

필자는 등산을 좋아한다. 동호회나 모임 등을 통해서 등산을 하기도 하며, 혼자 등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릴 적 산을 좋아하는 부친의 손에 이끌려 등산을 시작하였으나, 정상에서 맛보는 카타르시스 때문에 등산에 더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올라가는 그 과정은 참으로 힘들지만 정상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행복은 올라가는 과정을 전부 잊게 해주는 마약과도 같은 감정이었다. 또 올라가면서 땀으로 온몸을 씻어도, 내려와서 물로 다시 온몸을 씻어내면 그야말로 산뜻한 기분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대구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분지도시라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손쉽게 등산을 할 수 있고, 산으로의 접근이 참으로 쉽다. 그중에서 가장 접근이 쉬운 산을 꼽자면 바로 앞산이다. 대구에서 앞산은 참으로 많은 것을 선물해주는 곳이다.

등산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앞산은 어릴 적부터 소중한 인연을 간직해 왔던 곳이다. 어릴 적에는 새벽에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서 앞산을 등산했다. 잠이 부족했던 어린 시절이었지만 무거운 눈꺼풀을 비벼가며 앞산을 등산했고,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마신 후 정상까지 올라갔다. 그곳에서 대구를 바라다보며 어린 시절의 꿈을 키웠고, 이내 내려와서 하루를 시작했다. 직업을 가진 이후에는 일이 복잡해 혼자 생각을 정리하거나 건강이 안 좋아져 몸이 비실비실해질 때쯤 운동이 필요해서 앞산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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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산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대구시내 야경. 〈영남일보 DB〉

특히 퇴근 후에 한밤중에 가는 경우가 많은데, 조용한 산속을 혼자 한 발 한 발 걸어 올라가면 그동안 받은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며 모든 잡생각도 정리된 다. 또한 앞산전망대에 도착하면 대구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도시 야경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는 정상에서 보는 대구의 야경은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해준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시대가 도래하면서 앞산의 야경이 조금 달라졌다. 앞산 안지랑골등산안내소에서 출발해 안일사를 거쳐 앞산 전망대까지 가는 길, 소위 앞산전망대 등산로가 저녁이 되면 젊은 청년이 많이 찾는 핫플레이스로 등극을 한 것이다. 평일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쯤이면 주차장뿐만 아니라 도로변까지 주차가 되어 있어 주차하는 것부터 쉽지 않다.

또한 혼자 등산을 하러 온 사람도 있지만 삼삼오오 모여서 등산을 하는 모습도 왕왕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산을 올라가는 동안 곡소리(?)를 기본으로 하여 수다 떠는 소리, 노래 소리 등등 다양한 소리가 앞산에 등장했다. 그야말로 핫플레이스의 진 면목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최근 주변에서는 우스갯소리로 '대구에서 이성을 만나고 싶으면 앞산전망대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같이 앞산전망대 등산로가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것은 아무래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좁고 폐쇄된 공간에서 운동하는 것이 자칫 집단감염의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그렇다고 운동을 안 하면 소위 '확찐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등으로 인해 보다 넓은 공간에서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앞산전망대 등산로'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가로등 설치로 앞산전망대까지 가는 길이 야간 산행답지 않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 역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이유라 여겨진다.

앞산전망대 등산로의 등산 시간과 난이도를 고려하면 하루 운동량으로 적당하며, 운동에 따른 보상도 다른 운동에 비해 특화되어 있어 보인다. 앞산전망대에 도착하면 대구의 야경이 한눈에 보이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대구 야경을 배경으로 한 인생샷 한 장면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또 대구 시내와는 다른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니 몸이 더욱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등산로에서 내려오면 안지랑 곱창골목과 가까우니 시원한 맥주 한 모금과 맛있는 안주를 먹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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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이처럼 운동의 재미와 보상의 재미를 다 함께 갖춘 앞산전망대의 야간 등산로. 하지만 핫플레이스로 등극한 만큼 그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서 이곳에서 지면을 할애하여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는 쓰레기다. 제일 심각한 것이 플라스틱 생수병이다. 등산을 하면서 물이 필요하니 플라스틱 생수병 하나를 가지고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다 마시고 난 후 빈 플라스틱 생수병은 집으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한데, 등산로 곳곳에서 플라스틱 빈 생수병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와 함께 마스크를 착용하다 보니 산에서 누가 쓰다가 버린 마스크도 발견된다. 자칫 2차, 3차 감염의 우려도 존재한다.

둘째는 안전의 문제다. 앞산전망대의 데크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드는 곳인데, 데크를 지탱해주는 골조물은 생각보다 부실해 자칫 붕괴 위험성이 있어 보인다. 데크의 가장자리 역시 추가 보완을 하지 않으면 낙상사고가 발생할 여지도 존재해 보였다. 등산로에 가로등을 설치했으나 여전히 어두운 곳도 많아 CCTV를 통한 추가 보안 장치가 필요할 것으로 여겨진다.

대구의 제1 야경으로 손꼽아도 손색이 없는 앞산전망대. 한 번쯤 대구의 야경을 즐기기 위해 앞산전망대로 향해보는 것은 어떨지 권유해보며 이 글을 마칠까 한다.

조상희 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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