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공연장 비해 투자 인색…오래된 전시공간 확 바꿔라"

  • 박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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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1 07:35  |  수정 2020-08-01 07:40  |  발행일 2020-08-01 제5면
■ 대구문화예술회관 개관 30년 향후 과제
"내부디자인 30년간 그대로" 시각예술분야 인사들 불만 제기
설치작가 돌아가며 중정홀 작품 전시…인테리어 변화도 필요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을 맞아 미술관의 전면적 리뉴얼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문화예술회관 전경.
팔공홀
팔공홀
중정홀
중정홀

오는 11월2일부터 12월13일 약 한 달간 고(故) 후당 김인호 건축가의 회고전이 대구문화예술회관(이하 DAC·Daegu Arts Center)에서 열린다. DAC개관 30주년을 맞아 DAC 설계자였던 고인을 기리기 위한 전시를 기획했으나, 코로나19로 연기됐다. 후당은 서울 잠실야구장,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체육관 등을 설계한 건축가로 유명하다.

DAC는 현재 3개 시립예술단체가 빠져나가고 국악단·무용단·극단·소년소녀합창단 등 4개 시립예술단체가 남았다. 달성공원 내 향토역사박물관, 근대역사박물관, 방짜유기박물관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팔공홀은 총사업비 180억원을 들여 28년 만에 전면 개·보수해 현대적 시설로 말끔히 단장됐다. 1989년 DAC 건립 당시 총공사비 241억원 중 공연관 74억원, 전시관 130억원에 비하면 엄청난 비용을 투입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2022년까지 총사업비 100억원(국비 51억·시비 36억·민간 13억원)을 들여 5G 라이브셰어 CT 기술개발 및 실증 사업 시공을 한다. 팔공홀과 유휴 공연시설을 활용해 다면영상 등 최첨단 공연을 위한 디지털화를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공연장에 비해 미술관에 대한 투자는 인색했다. 대구지역 미술인들이 공통으로 원하는 것은 DAC 미술관의 땜질식 처방보다 전면 리뉴얼이다. 특히 1층 출입구 정면에 위치한 '중정홀'을 비롯해 전시실 내·외부를 현대적 디자인에 맞게끔 탈바꿈시키길 바라고 있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미술관다운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다만 건축도 예술작품인 만큼 김인호 건축가가 설계한 원형과 골격을 살리면서 단장되기를 원한다.

일반 개인이 다른 집에 이사를 가더라도 벽지를 새로 교체하고, 조명을 바꾸는 등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입주하는데, 하물며 공공미술관 내부 디자인을 30년간이나 그대로 두는 게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DAC 내 공연시설에 비해 시대 변화에 발맞춰 미술관 구조 수선 및 변경에 신경을 덜 쓴 것에 대한 시각예술 분야 인사들의 불만 표출일 수도 있다.

권정호 전 대구예총 회장은 "노후화한 전시 공간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정홀의 경우 처음엔 작은 연못으로 설계돼 경관과 더위를 쫓는 기능을 했으나, 이후 연못을 덮고 데크를 설치하면서 오프닝 세리머니 등 소통공간으로 바꿨다. 천장 높이가 높아 설치작품 등을 전시하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고, 2층에서도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음에도 쓸모없는 공간이 돼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중정홀은 식당, 카페, 사무실과 전시공간을 연결하는 통로 구실을 하고 있는데, 대구시립미술관 어미홀처럼 DAC 미술관도 관람객이 입구에서부터 들어서면 '아'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올 만큼 로비 공간을 멋진 미술 전용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 설치작품도 한 작가가 독점하기보다 1개월 또는 3개월, 6개월씩 등으로 나눠 작가들이 돌아가며 전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전 회장은 또 "광주가 비엔날레를 먼저 시작했지만, 근대 화단의 메카였던 대구의 장점을 살려 트리엔날레 형식 등으로 국제미술제를 개최했어야 했다"면서 "사진비엔날레를 포함해 더 특색있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혁 학강미술관장은 "DAC 미술관의 인테리어는 옛 버전이다. 천으로 페인팅한 벽지는 요즘 추세에 맞지 않다. 다만 개인적으로 벌집 형태의 벽체는 괜찮다고 본다"고 했다. 또 "건물 외벽에 전시 일정과 내용을 담은 홍보형 현수막이 야단스럽게 걸려있는데, 세계적인 미술관을 가보면 그런 게 없다. 건축물도 작품인 만큼 건물을 가리면 안 되고 현수막 설치대가 따로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진관기자 pajik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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