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편(一師一便)] 적당한 거리 두기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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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03 07:53  |  수정 2020-08-03 07:54  |  발행일 2020-08-03 제14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학교에서도 격일 등교 등으로 물리적 거리 유지에 신경 쓰며 조심스레 1학기를 마쳤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도서관, 공공기관 등 많은 기관에서 여전히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가정에서의 상황은 정반대인 듯합니다. 바깥 외출을 기피하게 되면서 집 안에 머물게 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좁은 집 안에서 가족들이 오랜 시간 부대끼다 보면 서로 의견이 부딪히거나 사소한 일로도 다투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전 같으면 설레던 여름방학이 올해는 걱정부터 앞섭니다. 집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루 종일 머물게 되면 부모님들은 잔소리를 하게 되고, 아이들은 잔소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여름방학 동안 좁은 가정 안에서도 거리 두기를 실천하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도 너무 가까이 하면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매일 먹으면 싫증이 납니다. 여름방학 동안 여행은 아니더라도 서로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영향이 없는 안전한 친척 집에서 부모님과 떨어져 며칠 지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집에만 머물 경우에는 각자의 공간 안에서 머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은 자신의 공부방에서, 부모님은 집 안에서 각자가 제일 편한 공간에 따로 머무는 겁니다. 그 공간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들을 충분히 즐기고 서로를 방해하지 않는 겁니다. 그러면 같이 있어도 따로 있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오랜 세월 떨어져 지내면 서로가 멀어질 수도 있지만 짧은 기간 헤어짐은 오히려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이 자라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의 출장이나 캠프 참가로 가족과 떨어져 있었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될 것입니다. 아무리 가족이라 해도 개인은 고유한 인격을 지난 존재입니다. 외출이나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올해 여름, 가정 내에서도 각자의 고유 공간을 정해서 물리적 거리를 유지하되 심리적 거리만은 더욱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백대성<대구 경동초등 교사·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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