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스타일 스토리] 레깅스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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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8-21   |  발행일 2020-08-21 제37면   |  수정 2020-08-21
일과 여가 경계 허문 패션…코로나 시대의 뉴노멀 선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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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만남', 즉 '대면'은 인간 문화 발전의 핵심이자 원동력이었다. 올해 초 발생한 코로나19는 인간이 대면으로 이룩한 역사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며 '비대면'이라는 낯선 세계를 열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전 세계적으로 시행된 '거리두기'로 우리의 삶은 이제 과거와 결별하며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고, '외출'과 '대면'이 제한되면서 '집'은 잠시 머물고 잠자는 곳에서 우리의 전 라이프를 수행하는 매우 중요한 공간으로 부상하였다. 이러한 변화와 함께 집에서 입는 '패션' 또한 그 어떤 시대보다 중요해졌다. 패션의 역사에서 집에서 입는 옷이 관심의 초점이 된 것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산이 가져온 변화다. 집과 일터, 집안일과 여가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생활패턴이 뒤섞이면서 인간은 집과 집 주변, 일과 여가, 휴식과 운동을 동일 공간에서 수행이 가능한 멀티 웨어가 필요하게 되었고 레깅스는 코로나19 시대 뉴 노멀시대의 패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일터이자 놀이터인 집에서 딱히 일을 하지만 차려입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여가시간이라도 무장해제한 홈웨어 차림으론 뭔가 마땅하지 않았던 것을 경험한 적이 종종 있었을 것이다. 최근 이런 상황을 일거에 해결하며 현대여성의 라이프 스타일을 단숨에 점령한 '최애' 패션으로 레깅스(Leggings)의 인기가 상종가다. 스포츠웨어가 데이웨어로 저변을 확대해 나가는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를 제시해 세계 1위의 요가복 업체로 우뚝 선 룰루레몬(lululeman)의 고속성장에 자극받아 국내에서도 론칭된 제시 믹스(xexymix)는 레깅스 하나로 월 매출 100억 원을 거뜬히 달성한 애슬레저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보디콘셔스·에슬레저룩 유행 탑승
패션분류로는 양말·속옷·운동복
보조아이템서 독자적 하의로 확장

크롭톱과 매치하면 섹시한 이미지
롱티셔츠 밑단 묶으면 캐주얼무드
셔츠·재킷 걸쳐주면 '꾸안꾸' 완성


하체에 밀착되어 보디를 여과 없이 보여주는 레깅스는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착용난도가 높은 패션으로 대중의 진입 장벽이 상당히 어려운 아이템이었다. 레깅스는 어떻게 독자적인 패션아이템으로 신분 세탁(상승)을 하며 뉴 노멀 시대의 중심 패션이 된 것일까? 그것은 신체의 아름다움을 대담하게 드러내는 보디 콘셔스 룩(Body Conscious Look: 보디 실루엣을 드러내는 룩)과 루키즘(Lookism : 외모지상주의)의 지속적 유행, 스포츠와 패션의 교차현상과 수렴현상, 스포츠와 일상의 경계를 허문 애슬레저룩(Athleisure Look: Athletic과 Leisure의 합성어로 가벼운 스포츠웨어룩)의 유행과 같은 사회 문화적 요소와 맞물리며 유행의 중심에 당당히 진입했다. 요즘 레깅스는 언택트시대에 가장 손쉽고 가볍고 멋지게 입을 수 있는 패션이며 일상생활과 일, 패션과 스포츠, 일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는데 탁월하며 스타일은 덤으로 챙길 수 있는 아이템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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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는 스타킹·타이즈와 형태가 거의 같아서 패션분류상 양말로 분류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너를 대신해 입기에 언더웨어의 역할도 하며, 당당히 하의로도 입으니 바지로 생각되기도 하며, 운동복으로도 대중적으로 애호되니 스포츠웨어의 역할까지 하고 있는 아주 독특한 패션아이템이다. 레깅스와 타이즈, 스타킹을 구별하는 기준은 대체로 길이가 발목까지 오며 속이 비치지 않는 것이 레깅스라고 보면 된다. 레깅스는 발목 길이의 검정색 저지(jersey:신축성 있는 천)로 된 것이 기본형이나 레깅스가 패션아이템으로 독자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여러 가지 색과 무늬, 레이스, 망사와 같은 패셔너블한 색상과 소재도 나오고 있으며, 발목 길이뿐 아니라 니라인, 쇼트 라인 등의 길이와 디자인의 베리에이션이 다채로워졌다. 나아가 레깅스 허리에 봉제선을 없앤 미니스커트를 붙인 레깅스인 일명 치캉스, 치랭스라는 것도 등장했다. 이제 레깅스는 스타킹이나 타이즈와 비슷한 그저 그런 보조 아이템에서 창조적 스타일과 트렌디한 룩을 만들어내는 독자적인 하의로 스타일의 외연의 확장이 진행 중이다.

레깅스의 원형은 미니스커트 안에 입는 짧은 블랙 속바지인 스패츠(Spats)를 기원으로 보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도 레깅스는 사회적 거부감과 개인별 호불호가 강해서 대중적이지 않은 패션이었다. 당시 신문기사에 의하면 속옷 같고 하체라인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레깅스는 특히 남자들이 가장 혐오하는 여자들의 꼴불견 패션 1위에 랭크될 정도였다. 이후 2000년대 세계적으로 '하의실종 패션'이 유행하며 스커트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아지자 검은색 스패츠가 치마 아래로 본의 아니게 밀려 내려오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스커트 아래 숨어 있던 하의는 '레깅스'라는 단어로 패션 내에서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고, 당시 10~20대 소녀들 사이에서는 패션 '필템'으로 쇼트 청치마와 무릎 위 길이의 레깅스를 믹스해서 입는 것이 유행하였다. 2010년 중반 클럽을 중심으로 하의로 레깅스만 착용하는 경우가 빈번해졌고, 2010년 후반에는 가볍고 자유롭고 편한 특징을 무기로 데일리룩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때 클라라는 대담한 스트라이프 레깅스를 입고 섹시한 야구장 시구를 한 후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되었다.

코로나 시대 레깅스는 집콕, 홈트, 재택근무, 가벼운 집 근처 외출을 위한 원 마일 웨어(One mile wear: 실내복이지만 집과 집 근처 1마일(1.6㎞) 반경 내에서 외출복으로도 입을 수 있는 옷으로, 격식을 갖춘 옷이 아니라 가정에서 한가할 때 입는 홈웨어의 요소와 집 근처로 가볍게 외출할 때 입고 갈 수 있는 정도의 패션을 갖춘 의상)의 대표의상이 되었다. 또한 보디라인을 탄력 있게 잡아주고 자세 교정에도 좋아 요가나 필라테스·헬스 등 운동 시 적합하고, 나아가 건강한 근육과 신체의 움직임을 드러내기 때문에 요즘은 레시가드와 함께 여름 워터레깅스로 워터파크나 해변까지 점령했다.

레깅스를 멋지게 입는 방법으로는 크롭톱(Crop top)과 함께 입으면 가볍게 섹시한 애슬레저룩을 완성할 수 있고, 캐주얼무드로 입으려면 롱티의 밑단을 옆으로 묶어서 크롭트 느낌으로 입어도 멋있고, 그냥 얇은 셔츠나 집업 재킷으로 커버업을 해주면 된다. 오버사이즈 티셔츠나 셔츠, 재킷을 무심하게 걸쳐주면 상하 대비와 다리 선이 강조되며 '꾸안꾸' 패션(꾸민 듯 꾸미지 않은 패션)을 연출할 수 있다. 여기에 볼캡이나 암워머나 볼드한 헤어밴드 등의 액세서리로 스타일링의 강약을 추가하면 스타일리시해 보인다. 한 가지 팁을 추가하자면 레깅스 룩을 완성할 때는 메이크업은 내추럴하게 약간 힘을 빼는 것이 세련되어 보이는 것을 기억하자.

레깅스를 선택할 때 중요한 팁은 탄탄한 텐션과 견고한 짜임의 소재와 레그라인의 보디 피트가 좋은 것을 고르되, 한 가지 주의사항은 신체에 압박감을 주지 않는 것을 초이스해 건강도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남대 의류패션학과 교수

◆참고문헌
△패션과 신체(2007), 한국학술정보〈주〉, 김소영 △https://namu.wiki/w/%EB%A0%88%EA%B9%85%EC%8A%A4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679433&memberNo=31793509&vType=VERTICAL △www.xexymix.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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