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경북 구미를 있게 해줬는데..." 애니콜 신화의 도시도 이건희 회장 애도

  • 조규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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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5 15:53  |  수정 2020-10-25 16:10  |  발행일 2020-10-26 제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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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임수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구미2사업장 전경.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별세하자 삼성전자·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가 소재한 경북 구미지역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삼성 직원들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도 앞날을 우려했다. 구미지역 경제계와 시민들은 "오늘날의 구미를 있게 해줬다"며 고인을 애도했다.

25일 오후 구미 임수동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주말인 탓인지 인적이 뜸해 사업장은 더욱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구미사업장은 이 회장과 인연이 깊은 곳으로, 이른바 '애니콜 신화'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1995년 3월9일 이 회장이 구미사업장에서 무선전화기 등 불량품 15만대를 소각하는 '화형식'을 진행한 것은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당시 이 화장은 불량 휴대폰이 대량으로 발생하자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500억원어치 휴대폰이 녹아 내리는 모습을 지켜봤고, 일부 직원은 부둥켜 안고 울기도 했다. 그 해 삼성전자 애니콜은 국내시장 점유율 52%를 기록하며 모토로라와 노키아를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5년 6월29일에도 구미통신사업장(현 구미1사업장)과 제일모직(현 삼성SDI)을 찾았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전자 통신사업장과 제일모직 직물·전자재료 사업장 등이 위치해 있는 구미지역 사업장을 세계적 명품 단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별세가 알려진 이날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는 다소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지만, 단체 조문 등 사업장 차원의 움직임은 없어 전반적으로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 한 직원은 "회장님이 쓰러진 지 오래됐지만 그래도 존재만으로 큰 힘이 됐는데 결국 돌아가셔서 안타깝고 힘이 빠진다"고 침통한 심경을 내비쳤다. 또 다른 직원은 "직원 대부분이 뉴스를 보고 별세 소식을 확인한 것으로 안다"면서 "기업 차원의 추모 일정에 대해서는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조화·조문을 받지 않는 것으로 방침이 정해져 직원들도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 외에는 평소와 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장님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던 만큼 직원들의 아쉬움이 큰 것으로 안다"면서도 "회사와 개인이 흔들리지 않고 일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구미지역 경제계도 이 회장을 애도했다. 조정문 구미상공회의소 회장은 "이건희 회장은 대한민국 경제를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고, 구미지역 발전에도 큰 영향력을 끼졌다"며 "직접 조문하지 못해 아쉽지만 구미지역 경제인 모두 마음 속으로 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구미시민들도 SNS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글·사진=조규덕기자 kd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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