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도 이건희 회장 별세에 애도 한목소리…공과에는 평가 갈려

  • 정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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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5   |  발행일 2020-10-26 제5면   |  수정 2020-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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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한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보낸 근조화환이 빈소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별세 소식에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의 뜻을 표했다. 다만 야권은 이 회장의 업적을 기린 반면, 범여권은 이 회장의 '공과'를 모두 언급하며 평가에 미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 범여권 "고인의 빛과 그림자 모두 되새겨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의 빛과 그림자를 차분하게 생각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신경영, 창조경영, 인재경영…고인은 고비마다 혁신의 리더십으로 변화를 이끄셨다"며 "고인의 혁신적 리더십과 불굴의 도전 정신은 어느 시대, 어느 분야든 본받아야 마땅하다"고 했다.

다만 이 대표는 "그러나 고인이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고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등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며 "불투명한 지배구조, 조세포탈, 정경유착 같은 그늘도 남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은 과거의 잘못된 고리를 끊고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삼성은 초일류 기업을 표방했지만, 이를 위한 과정은 때때로 초법적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경영권 세습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와 부당 내부거래,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 등 그가 남긴 부정적 유산은 우리 사회가 청산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고 밝혔다.

정의당은 여기에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고 논평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회장은 정경유착과 무노조 경영이라는 초법적 경영 등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어두운 역사를 남겼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이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그 어두운 역사의 그림자를 지우고, 재벌 개혁을 자임하는 국민 속의 삼성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민주당 양향자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회장이) 1987년 취임 후 자주 기흥 반도체 사업장에 오셔서 사원들을 격려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라며 이 회장과의 일화를 떠올리기도 했다.

◆ 업적 기리며 추모 목소리 높인 야권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한민국 경제 거목의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삼성과 함께 대한민국의 위상까지 세계 속에 우뚝 세운 이건희 회장의 기업사를 후대가 기억할 것"이라며 "일생 분초를 다투며 살아왔을 고인의 진정한 안식을 기원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회장이 생전에 보여준 세계 초일류 기업을 위한 뼈를 깎는 노력, 미래를 선도할 인재에 대한 애정과 철학은 분야를 막론하고 귀감이 됐다"며 "고인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혁신과 노력으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도 "고인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반도체 휴대폰 가전으로 삼성을 세계 1등 기업으로 일으켰다"며 "한국 경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쓴 기업가의 죽음을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고인은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기업가 정신으로 도전해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리더 기업을 우뚝 세워 냈다"며 "선지적 감각, 도전과 혁신 정신은 우리 모두 본받아 4차 산업혁명과 새로운 미래먹거리 창출을 위한 귀감을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제민주화' 등으로 삼성을 비롯해 재벌 개혁을 주창했던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이건희 회장 빈소에 근조화환을 보내 고인을 추모했다.

한편,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의 명의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로 조화를 보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재계 총수 장례에 조화로 위로를 대신해 왔다.

지난해 9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별세 때도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보내고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조문했고, 지난 1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의 위로 메시지를 유가족들에게 구두로 전달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 정책실장보다는 노 비서실장이 조문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김상현기자 sh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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