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서 대구로 전학온 8인의 체조요정 "제2 손연재 될래요"

  • 진식
  • |
  • 입력 2021-03-02   |  발행일 2021-03-02 제19면   |  수정 2021-03-02
대구 최초의 리듬체조 선수들...리듬체조 불모지서 피워내는 꿈
충분한 훈련 보장 안돼 전학…조암중은 전용매트 등 전폭 지원
국가대표 활약하며 대회 휩쓸어…"올림픽서도 메달 따고 싶어"

2021030101000044200000941
대구 최초 리듬체조 선수인 조암중·신월초등 학생들이 조암중 강당에서 수구(볼·후프·곤봉·리본)를 들고 아름다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위 가운데부터 오른쪽 시계방향으로 조하빈·김규린·주형서·김지우·손예주·신지연·최수민·서은채 선수.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대구에서 제2의 손연재 꿈 키워요."

지난달 25일 대구 조암중 강당. 하나같이 올림머리를 한 앳된 여학생 8명이 곤봉을 천장 높이 던지고 두 바퀴 이상 회전한 뒤 손과 발로 잡아내는 동작을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또 학생들은 오른발로 바닥을 지탱하고 왼발을 뒤로 들어 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서너 바퀴 돌기를 반복하기도 했다.

리듬체조 종목에서 고난도에 속하는 '리스크'와 '백턴' 동작인데 학생들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리듬체조 불모지인 대구에 실력파 요정들이 둥지를 틀었다. 서은채(신월초등 5년), 주형서(신월초등 6년), 김규린·조하빈(조암중 1년), 김지우·손예주·최수민(조암중2년), 신지연(조암중 3년) 학생들이다. 대구 최초 리듬체조 선수들이기도 하다.

이들 학생은 2019년 9월 경기도에서 대구로 전격 전학했다. 오직 리듬체조를 하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리듬체조를 너무 하고 싶은데 경기도 학교 측은 충분한 훈련을 보장하지 않았다.

어린 학생들의 대구행에 어머니들도 함께 보따리를 쌌다.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다. 직장까지 버리지 못한 아버지들은 아직 경기도에 머물고 있다. 졸지에 '기러기 아빠'가 됐지만 딸들의 꿈을 위해서라면 이보다 더한 것도 내줄 수 있다.

아이들은 대구 생활에 대만족이다. 그토록 하고 싶어 하는 리듬체조 훈련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다. 조암중은 아이들을 위해 강당 사용은 물론 바닥에 리듬체조 전용 매트(1천만원 상당)까지 깔아주었다.

학생들의 훈련을 늘 곁에서 지켜보는 어머니들은 조암중과 신월초등의 전폭적 지원에 눈물이 날 지경이라고 했다. "경기도에선 아이들이 쫓겨 다니면서 정말 힘들게 훈련했어요. 그러나 대구에서는 감독 선생님은 물론 장학사에 이어 교장 선생님까지 대회장을 직접 찾아와서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아 벅찬 감동을 받았어요."

학생들은 비록 경기도에서 쫓겨나듯 대구로 왔지만 실력은 전국 최강을 자랑한다. 신월초등으로 전학하자마자 열린 대한리듬체조협회장배 전국대회에서 팀경기 부문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대회가 모두 취소됨에 따라 해외로 눈을 돌려 참가한 'SANIX Open 2020'(일본)에선 종목별 1·2·3위를 휩쓸기도 했다.

학생들의 개인 이력도 화려하다. 맏언니 신지연과 김지우 학생은 2018년 청소년 국가대표와 꿈나무 국가대표를 각각 지냈다. 손예주·조하빈·김규린 학생은 현재 청소년 국가대표이며, 주형서·서은채 학생은 현재 꿈나무 국가대표로 활동 중이다.

실력만큼 아이들의 꿈도 당차다. 막내 서은채 학생은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에 올라 손연재처럼 세계대회에서도 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신지연 학생도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목에 걸어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지우 학생은 제법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처음 대구에 왔을 땐 낯설고 어색했는데 도움을 준 여러분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지금은 대구 대표팀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의 지도자는 최경민 코치다. 그도 2017~2018년 꿈나무 국가대표팀을 이끌었고 2019년엔 전국 지도자상을 받은 실력파다.

최 코치는 "리듬체조는 선수 생명이 짧은 종목이다. 그런 만큼 아이들이 운동하는 동안 좋은 에너지로 행복한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며 "오로지 1등만 추구하는 것보단 8명의 선수들이 모두 똑같이 실력을 향상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암중도 리듬체조 선수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하다. 김영미 교장은 "교기이자 대구 유일의 리듬체조 선수들이 꿈을 키워가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라며 "아이들이 재능과 끼를 갈고닦아 꿈을 이루고 자존감 높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에 익숙한 지역에서 수도권을 떠나 대구를 찾아온 리듬체조 요정들. 대구에서 '제2의 손연재'를 배출할지 주목된다.
진식기자 jins@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