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선 1년 앞두고 사실상 출사표 던진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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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  발행일 2021-03-05 제23면   |  수정 2021-03-05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사의를 밝혔다. 대검찰청사 현관 앞에 원고 없이 기자들 앞에 섰다. "검찰에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며 "오늘 총장직을 사직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2년 임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이다. 윤 총장은 여당 후보를 위협하는 거의 유일한 잠재적 후보다. 20대 대선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가 등장한 셈이다. 사퇴의 변에서 '정계 진출→대권 도전' 의지를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검찰 현안이 산적한데 갑자기 사의를 표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여러 논란을 접고 너무 늦지 않게 결단을 내린 것은 다행이다. 대선을 1년 앞두고 강을 건넌 윤석열, 전날 찾은 '마음의 고향' 대구에서 그의 대선 시계가 움직인 셈이다.

윤 총장은 이날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중대범죄수사청에 반대한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우리 사회가 오랜 세월 쌓아 올린 상식·정의가 무너지는 것을 더 이상 지켜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정계 진출'과 관련한 명시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해왔듯이 앞으로도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의지를 엿보였다.

윤 총장은 대구에서 "내가 총장직을 지키고 있어서 중수청을 도입해 국가 사법 시스템을 망가뜨리려 한다. 내가 그만둬야 멈추는 것 아니냐"고 해 주변을 긴장시켰다. 사퇴설이 급속히 퍼졌다.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말라"는 발언도 '사퇴 임박' 추측에 힘을 보탰다. 거대 여권과 싸울 방법이 사실상 없는 데 대한 좌절감이 컸을 것이다.

앞으로 '대선주자가 지휘한 수사'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반(反)문재인'의 상징이다. 민주당 스스로 만든 치명적 버그라고 한다. 인기도 좋다. 심리적으로는 '윤석열 정당'이 존재한다는 말까지 돈다. 그러다 실패한 사람이 한둘 아니다. 지금까지는 검찰을 위해 직을 지키는 게 중요했다. 다음 내디딜 첫걸음은 '검찰의 동굴'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서 경험했던 강렬했던 옛 시간과 결별해야 한다. 검찰과는 전혀 다른 광야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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