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부동산 부패청산의 올바른 길

  •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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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2   |  발행일 2021-04-02 제22면   |  수정 2021-04-02 07:19
부동산 불로소득 외면한 채

文정부 집값 뒤쫓느라 허둥

참아왔던 국민들 野 지지로

자산 불평등 늦게나마 인정

제도적 개혁으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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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부동산정책을 단지 집값 잡기 정도로만 여기던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LH 사태 이후 달라졌다. 지난달 15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대통령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통해 자산 불평등을 날로 심화시키고, 우리 사회 불공정의 뿌리가 되어온 부동산 적폐를 청산"하는 일까지는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제7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는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 갈수록 커지는 자산격차, 멀어지는 내 집 마련의 꿈, 부동산으로 나뉘는 인생과 새로운 신분사회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에 손을 대지 못했음을 반성했다. 부동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발목을 잡는 최대 질곡이며, 그 중심에 부동산 불로소득이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불평등을 심화하는 주범이다. 뿐만 아니라 주거비 상승과 가계부채 누적, 기업의 투자기피와 지대추구, 젠트리피케이션과 임대료 인상으로 인한 자영업자 경영악화 등 심각한 경제문제를 유발한다.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회피하는 데도 큰 영향을 끼친다. 한마디로 부동산 불로소득은 계층 사다리를 제거하고 청년에게서 희망을 앗아가는 '악성 바이러스'다.

문 대통령을 지지한 많은 국민은 정부가 이 질곡을 걷어내는 경제개혁을 추진할 것이라 기대했다. 청년들은 조금 무리하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만은 해결할 것이리라는 예상 하에 기꺼이 세입자로 머물렀다. 유감스럽게도 지난 4년은 이런 기대가 철저히 배신당하는 쓰라린 세월이었다. 정부는 부동산 불로소득 해소라는 개혁과제를 애써 외면한 채 집값 뒤를 쫓아다니느라 허둥댔고, 25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서도 역대 정부 최고의 집값 상승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고 말았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얻은 180석은, 하도 국회 의석수 핑계를 대니까 국민이 '그래 그것까지 해결해 줄게'라며 안겨준 선물과도 같았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월4일 엉뚱하게 수도권에서 개발주의를 강화하는 공급확대 정책을 내놓은 것이 단적인 증거다. 문 정부는 여당이 압도적 우위를 차지한 정치지형이 다음 대선까지 이어지리라 착각한 듯하다. 국민은 억지로 참아주고 있는데 스스로는 절대 유리하다고 판단했으니,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LH 사태 이후 전개된 여론의 추이는 그동안 국민이 문재인 정부를 얼마나 참아주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4·7보궐선거에 출마한 상대편 후보들이 부동산 문제를 둘러싸고 온갖 추문에 휩싸이고 있음에도 그들에 대한 지지율이 계속 올라가는 것은 다름 아닌 배신감의 표출이다. 문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킨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수도권 주택 공급확대 정책의 그늘 아래 정책시행을 맡은 공기업의 직원이 내부 정보를 활용해 사익을 추구했으니 국민으로서는 더 참아주기 어려웠을 터이다.

만시지탄이기는 하나 문 대통령이 문제의 근본원인을 인지한 것은 다행이다. 공직사회의 부동산부패를 차단하고 부당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도 환영할 만하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발생시키는 제도적 환경을 개혁하겠다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얼핏 보면 LH 사태는 공기업 직원의 부정부패 사건이지만, 그 근원에는 사회 곳곳에 부동산투기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챙길 기회가 널려 있다는 현실이 자리한다.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 도입과 철저한 개발이익 환수 등 부동산 불로소득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정책수단은 이미 나와 있다. 부디 대통령의 관심이 공직자 부패차단을 넘어 이런 정책수단에까지 미치기를 기대한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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