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근현대 프랑스철학의 뿌리들…'유심론'으로 들여다보는 프랑스적 사유

  • 김봉규
  • |
  • 입력 2021-04-09   |  발행일 2021-04-09 제15면   |  수정 2021-04-09 07:51
한때 佛사상가들에 무시되던 유심론
18~20세기 새로운 철학사조 만들어
핵심 질문과 고민 입체적으로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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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대표적 철학자 데카르트(왼쪽)와 베르그송. 〈갈무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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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영 지음/ 갈무리/ 448쪽/ 2만3천원

철학사는 끝없이 재해석된다. 완성된 결론은 없다. 이 책은 칸트 이후 정형화된 서양 근대 철학사 이해를 프랑스 철학사를 통해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관점을 발견하려 한다. 데카르트 이후의 프랑스 사상에는 지적 자극을 야기한 사회문화적 변동, 그리고 철학자들의 삶과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다. 그래서 철학이 강단으로 들어오기 전의 현실감을 생생하게 느끼게 해 준다.

19세기 프랑스 유심론의 대표 주자들인 멘 드 비랑과 라베송은 데카르트의 사유하는 자아, 영국 경험론, 칸트의 현상주의가 내포하는 주지주의적 경향에 대립하면서 경험 개념을 심화시켜 의식 내적 경험의 구체철학을 제시한다. 이 흐름은 철학적 반성을 심리학과 생리학적 탐구로 확장하고 태동하는 생물학의 성과를 종합, 생명철학이라는 고유의 영역을 개척한다. 이들의 후계자 베르그송은 근대 생물학의 기계론적 해석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창조적인 생명 형이상학을 선보인다. 더 나아가 근대 기계론과 지성주의적 사유 전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존재의 철학이 아닌 생성의 철학을 사유하기 시작한다.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와 같은 외래 사상에 빚진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에게 프랑스 유심론은 곧 극복해야 할 형이상학적 전통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전통은 그들이 자립할 수 없을 때부터 양분을 섭취한 모체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들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 감춰진 계보를 찾아내고 이로부터 현재에도 생생히 살아남아 여전히 작동하는 프랑스적 사유를 보여준다.

질 들뢰즈, 펠릭스 과타리, 질베르 시몽동, 알랭 바디우, 루이 알튀세르 등 현대 프랑스 철학의 거장들은 이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이들이 제공하는 개념무기들은 때로는 충격과 함께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철학은 물론 미학, 예술, 정치철학, 과학철학, 문화이론, 미디어이론, 기술사회학, 건축,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어떤 지적 전통에서 성장해 나온지에 관해서는 아직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 프랑스 철학은 어떤 기반과 바탕 위에서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일까?

저자는 서울대 철학과에서 프랑스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을 연구하고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18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친 프랑스 생명철학 전통(콩디약, 멘 드 비랑, 라베송, 베르그송)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번에 출판되는 '근현대 프랑스철학의 뿌리들'은 2005년 출판되었던 책을 15년 만에 수정과 보완을 거쳐 재출판하는 것이다. 근대 초기의 데카르트에서 현대 초기의 베르그송까지 3세기의 프랑스 철학사를 서술하고 있다. 철학에 입문하는 사람에서부터 들뢰즈와 시몽동 같은 현대 프랑스 철학 사상가들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 철학 전문 연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자들이 프랑스 철학을 탐험하는 데 필요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이 책 내용의 중요한 줄기를 이루는 프랑스 유심론은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차례로 '의지' '생명' '지속'이라는 개념들을 토대로 '지성주의'를 비판하고 보완하는 새로운 철학적 사조를 창조할 수 있었다. 이 사조는 현대 프랑스 철학자들이 니체, 마르크스, 프로이트라는 외래 사상을 기반으로 새로운 사유방식을 창안하면서 한때 거부되고 무시되고 망각된 것처럼 보였지만 여전히 프랑스 철학의 보이지 않는 뿌리로 남아 그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데카르트, 로크, 버클리, 디드로, 콩디약, 멘 드 비랑, 라베송, 베르그송 등의 사상가들이 씨름한 핵심 질문들이 무엇이고 그들의 지적 노력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시대적 배경과 어떻게 호흡했는지를 입체적으로 서술한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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