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언택트 관광명소 .1] 그린웨이 스토리...이가리 닻 전망대와 칠포리 해오름 전망대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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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26 07:50  |  수정 2021-07-22 14:36  |  발행일 2021-04-26 제11면
"사랑海"…독도 향한 닻전망대 서면 '시름 싹~ 가슴 뻥~'

■시리즈를 시작하며=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언택트 관광'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인산인해를 이루는 여행지는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대신 탁 트인 야외에서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는 관광지가 급부상하고 있다. '여유'와 '안전'이 코로나 시대 여행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가 종식되더라도 언택트 관광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항은 언택트 관광명소 1번지로 꼽힌다. 해안 도시의 명성답게 여유롭고 안전하게 바다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둘레길과 드라이브 코스는 포항만의 특화 콘텐츠다. 강과 바다를 끼고 조성된 라이딩 명소 또한 매력적인 언택트 명소다. 조용하고 한적한 캠핑장과 산, 계곡 등도 빼놓을 수 없다. 영남일보는 오늘부터 '포항 언택트 관광명소' 시리즈를 연재한다. 코로나 시대 여유롭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포항의 주요 여행지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1편은 포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한 그린웨이(GreenWay) 프로젝트 일환으로 조성된 이가리 닻 전망대와 칠포리 해오름 전망대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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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준공 이후 언택트 명소로 떠오른 이가리 닻 전망대. 닻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로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았다. 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치 바다 위를 걷는 듯한 느낌과 함께 장쾌한 바다 풍경이 펼쳐진다.

거기, 청보라빛 철갑을 두른 바다의 가장자리를 따라 황금빛 꽃가루들이 넘실대는 언덕이 있다. 꽃으로 뒤덮인 벼랑과 스스로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있는 바위들이 있고, 나신으로 누운 모래밭과 숲 그늘에 숨은 해변들이 있다. 도처에는 갯꽃들이 요란하다. 검푸른 해송의 숲은 바람을 안아 기우듬하고, 잔뜩 웅크린 관목들은 바스락거리며 잎을 틔운다. 바다를 향해 가슴을 활짝 연 마을들은, 집들 가운데로 오솔길을 들이고 출항을 준비하는 배들을 풍경 깊숙이 붙잡아 놓았다. 바다의 가장자리를 밟아가는 길, 스치는 모든 세상을 즐겁게 떠나보내는 뿌듯한 걸음이다. 그러다 우리는 돌연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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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북쪽 해안선을 바라보면 갯바위 지대를 지나 산자락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벼랑 '조경대'가 나타난다.

#1. 이가리 닻 전망대

저 먼 수평선 깊숙한 곳에서부터 일어난 바람이 해안의 모래와 돌들을 향해 달려온다. 이내 바람은 바다에 뿌리를 내린 벼랑과 둥글고 뾰족한 언덕을 향해 솟구친다. 조용하고 치열한 파도와 돌더미 속에서 굵은 거품을 일으키며 으르렁대는 파도 위에서, 하늘을 열어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전망대다. 멈추는 곳, 또한 가장 먼 곳으로 떠나는 곳, 길이면서 광장이고 망루이자 갤러리인 곳, 때로는 야생의 바다와 하늘을 받드는 예배당과도 같은 곳, 그곳은 현대의 대(臺)이고 건축된 곶(串)이다.

용산 자락이 동해로 툭 내려서는 벼랑 진 지형을 사이에 두고 포항 청하면의 이가리와 용두리가 만난다. 그 벼랑의 해송 숲에서부터 부드러운 모래와 거친 돌들을 지나 바다를 향해 전망대가 뻗어 있다. '이가리 닻 전망대'다.

'닻' 모양을 형상화한 전망대는 지난해 5월에 준공됐다. 물살에 휘어진 듯한 닻채는 10m 높이의 강철 다리로 꿋꿋하게 서 있고 닻머리는 102m 앞바다에 걸려 있다. 닻은 독도를 향하고 있다. 이곳에서 독도까지는 직선 거리로 251㎞, 독도 수호의 염원을 담은 닻이 화살처럼 난다.

이가리 닻 전망대에서 북쪽을 바라본다. 가까운 해안에는 기묘한 형상의 바위들이 낯선 행성의 표면처럼 펼쳐져 있다. 그 돌숲 너머 해송으로 뒤덮인 산자락을 끌고 온 벼랑이 수직으로 떨어져 일단락을 이룬다. 그리고 다시 용두리, 월포해수욕장, 방어리, 조사리가 잔잔한 곡선으로 멀어진다.


독도수호 염원 담아 작년 5월 준공
북쪽 해안엔 기묘한 바위·수직벼랑
조선 문인 황여일 '조경대'로 명명
겸재 정선도 이곳 찾아 그림 그려
해오름전망대는 범선 뱃머리 형상
칠포리~오도리 900m 데크 설치도



벼랑은 과거의 대(臺)고 자연의 곶(串)이다. 조선 중기의 문신 해월(海月) 황여일(黃汝一)은 1587년 8월 '엷은 안개 저녁 햇살에 비가 조금씩 내리는' 때에 저곳에 올라 글을 남겼다.

'누대에 올라서 바라보니 멀리 북쪽 바다에 하늘이 광활하다. 서산(西山)에 구름은 가까이에 높이 솟아 있고 기이한 바위가 빽빽이 서있어서 푸른 거울을 아주 가까이서 보는 듯하다. 물에 뜬 갈매기와 나는 백로가 태연히 왕래를 한다. 작은 배 수십 척은 날이 저무니 다투어 고기를 잡고 곁에 있는 배 한 척은 노래하고 소리치며 남쪽으로 간다.'

황여일은 그곳을 조경대(照鏡臺)라 명명했다. '바다가 거울같이 맑게 비춘다'는 뜻이다.

인조 때인 1624년에는 부제학 유숙(柳潚)이 경주부윤 이정신(李廷臣), 청하현감 유사경(柳思璟), 송라역 찰방 변효성(邊孝誠)과 조경대에 올랐다. 그들은 술을 마시며 놀다 임씨라는 사람이 고래를 잡는 것을 보고는 조경대(釣鯨臺)라 명했다. 자못 귀여운 놀이가 아닌가.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은 1733년부터 2년간 청하현감을 지냈는데 여름이면 조경대에 올라 그림을 그렸다고 전한다. 당시 조경대에는 큰 정자도 있었고 청하지역의 초시과거를 보기도 했던 해변의 명소였다고 전해진다.

전망대 남쪽으로는 좁은 모래밭의 해수욕장과 산자락 끝에서 뻗어 나온 이가리 마을 방파제가 보인다. 방파제 곁에는 산자락에서부터 떨어져 나와 스스로 바다로 굴러간 듯한 갯바위들이 박혀 있다. 등이 둥그런 바위는 거북바위다. 두 개의 바위가 거북의 머리와 몸통을 절묘하게 이루고 있다. 옛날 이가리의 아이들은 거북바위에 기어 올라가 다이빙을 하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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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선의 뱃머리 형상을 한 칠포리 해오름 전망대.

#2. 칠포리 해오름전망대

이가리의 남쪽은 흥해읍 오도리, 그 남쪽은 칠포다. 이가리 마을의 완만한 지형은 오도리에서 급한 경사를 이루었다가 칠포리에서 다시 잔잔해진다. 오도리와 칠포리를 잇는 해안은 거친 갯바위의 연속이다. 아찔한 벼랑과 절묘한 파식대지, 툭 내려서 우뚝 선 바위들과 와글와글 낮은 포복으로 구르는 돌들의 해안이다.

이곳은 과거 군사보호구역이었다. 해안 경비를 위한 이동로가 있었을 뿐 일반인의 출입은 금지된 곳이었다. 조선시대에는 수군만호진이 있었다. 칠포라는 이름은 7개 포대가 있어서였다. 고종 8년인 1870년 진을 동래로 옮기기 전까지 군사 요새였으니 지형지세의 기능은 긴 시간 작동해 온 셈이다.

이제 그곳에는 칠포1리와 오도1리 두 마을을 연결하는 900m 길이의 목재 데크 길이 있다. '동해안 연안녹색길'이다. 그 길은 동해안 전체를 잇는 해파랑길의 한 구간이며 영일만 북파랑길이기도 하다.

길은 잠시 동안 벼랑에 매달리듯 나아간다. 바위들의 정수리 위로, 물살에 씻겨 반드러워진 돌들을 내다보며, 낭떠러지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을 스치며 간다. 그러다 저기 벼랑 사이에 숨겨 놓은 듯한 범선의 뱃머리를 본다. '해오름 전망대'다.

'해오름'은 2016년 포항~울산 고속도로의 완전 개통을 계기로 포항, 울산, 경주 3개 도시가 함께 맺은 동맹의 이름이다. 세 도시는 모두 동해의 장엄한 해오름을 가졌다. 함께 어깨를 겯은 세 도시는 '해오름'이라는 이름 속에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의 의지를 약속했다.

눈앞에 승선을 앞두고 길은 암석지대를 벗어나 도로와 나란해진다. 오래 감춰져 있던 자연의 위험한 아름다움을 그대로 살리려고 최대한 노력한 결과다. 갑판에 내려서면 돛을 단 배가 금방이라도 동해의 푸른 물살을 가를 것 같다. 뱃머리는 아래가 훤히 보이는 망구조의 스테인리스 스카이로드다.

씩씩하게 뱃머리로 향하며 출항의 요동을 느낀다. 전진. 멀미를 하면서도 멈추지 않는 긴 항해처럼 가쁘다. 벅차다. 달려드는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돛대처럼 우지끈거리고, 타이타닉의 연인들처럼 두근거림으로 벅차다.

좌현 너머로는 세로로 깊이 주름진 아뜩한 해식애와 뾰족뾰족한 시스택의 풍경이 펼쳐진다. 수면 아래서 어른거리는 검은 암초들 주변으로는 둥글게 여울이 몰려든다. 괴석들의 해안선은 오도리의 방파제까지 이어지고, 마을 앞바다의 오도섬이 마치 방파제와 연결된 듯 누워 있다. 오도섬은 육지 쪽에서 바라보면 그저 암석 바위다. 그러나 바다 쪽에서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수직수평 주상절리가 동시에 나타나고, 상공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의 등껍질 같은 육각형 절리군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우현 너머로는 크고 작은 곶들과 만들이 중첩돼 이어지는 푸른 길이 있고, 마침내 시선이 멈춘 곳에는 호미곶의 푸르스름한 윤곽이 있다. 그리고 아스라한 바다! 돌연 멈춘 이곳에서 스치는 모든 세상은 눈 속에 가두고 마음은 내내 가장 먼 바다로 나아간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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