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언택트 관광명소 .2] (감성 캠핑 스토리) 국민여가캠핑장과 중명자연생태공원

  • 류혜숙 여행칼럼니스트,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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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0  |  수정 2025-10-15 10:05  |  발행일 2021-05-10 제11면
아름다운 자연생태공원 정원 삼아 하룻밤 달콤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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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가캠핑장 이용객에게 중명자연생태공원은 넉넉한 뜰이 되고 느긋한 산책로가 된다. 풀밭에서 나는 단내와 싱그럽게 살 오른 수목들이 사방을 에워싸 코로나로 지친 심신을 달랠 수 있다.

칠흑 같은 산의 실루엣 위로 아침노을이 퍼진다. 진홍빛 노을 속에 아직 달이 선명하다. 노을과 달이 재빨리 자취를 감추자 깜깜한 골짜기는 금세 빛으로 가득 찬다. 형산강 남쪽, 포항 연일의 옥녀봉과 소형산을 잇는 마루금 사이 골짜기의 이름은 '중명(中明)'이다. 아주 옛날 연오랑과 세오녀가 이 땅을 떠나 세계가 빛을 잃었을 때 세오녀의 비단옷을 가져다 극진히 제사를 올리니 다시 해와 달이 빛났다고 한다. 그 빛의 한가운데가 '중명'이다.

달의 밤을 보내고 태양의 아침을 맞이한 사람들이 하나 둘 기지개를 켠다. 잔잔한 물소리, 빛 속에 반짝이는 수목들, 뺨을 스치는 바람, 풀밭에서 나는 단내, 일찍부터 지저귀는 새들, 이들 자연 속에서 사람들이 기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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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개장한 포항 국민여가캠핑장은 전체 1만5천㎡ 규모로 포항의 언택트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1. 포항의 새 명소 '국민여가캠핑장'

포항 도심에서 형산강을 건너면 곧장 풍경이 달라진다. 서쪽으로는 경주와 경계 짓는 산줄기가 흐르고 동쪽으로는 형산강 하구의 들이 펼쳐진다. 포항 연일읍 중명리는 강과 산 그리고 넓은 농경지라는 지형적 요건으로 인해 포항 시내와는 교통과 문화가 단절되어 있던 지역이었다 한다. 2000년대 들어 영일만대로가 개통되면서 중명리는 교통 소외 지역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2013년 옥녀봉 계곡을 따라 중명자연생태공원이 조성되자 수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지난해에는 캠핑장도 들어섰다. '포항 국민여가캠핑장'이다.

영일만대로에서 중명리로 빠져나와 하천을 따라간다. 길가에 아름드리 회화나무가 늘어서 있다. 400년 세월을 산 7그루의 나무다. 말채나무와 팽나무 등도 군락을 이루고 있다. 중명리의 자연마을인 원리(院里)의 마을 숲이다. 원골·원동이라고도 불렸던 원리는 고려 말 서원이 있던 선비의 마을이었다. 마을 끝자락에 '중명자연생태공원 1.5㎞'라는 이정표가 나타나고 부드럽게 내려서는 산자락이 가까이 다가온다. 인가가 드물어지면서 은행나무길이 이어진다. 몇몇 카페와 주차장을 지나면 중명자연생태공원 입구 왼편으로 국민여가캠핑장 입간판이 보인다.

국민여가캠핑장은 2017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지난해 6월1일 개장했다. 전체 1만5천㎡ 규모다. 관리사무소와 24시간 온수가 나오는 샤워장이 있고 음수대가 두 곳, 화장실, 분리수거장, 정자 등의 편의시설을 갖췄다.


옥녀봉 계곡따라 생태탐방로 조성
모감주 등 화목류 1만7천여본 심어
야생화원·약물원 등 볼거리 풍성
지난해 사이트 30면 캠핑장도 개장
UFO 닮은 전망탑 영일만 한눈에



개장 전인 2019년 11월부터 12월까지 2개월간은 무료로 시범운영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후 낙석방지, 안전난간, 음수대 주변 바닥 정비 등 안전시설을 보강해 이용객의 불편사항을 해소하는 데 힘썼다. 또한 응급환자를 위한 제세동기와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구입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에도 최선을 다했다.

사이트는 총 30면으로 3m×4m 규모다. 높이가 없는 데크여서 아이들에게 보다 안전하다. 양옆 공간까지 고려하면 4m×5m 넓이를 활용할 수 있다. 사이트 간격은 좁은 편이지만 사이트 사이마다 키 작은 관목과 키 큰 활엽 교목을 식재해 조금 더 오붓한 자연의 울타리가 되도록 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개별 사이트마다 전기시설과 소화기가 비치되어 있다. 태풍이나 집중호우에 대비한 재난예보, 경보시스템과 방범용 CCTV도 설치되어 있어 안전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모닥불과 장작은 사용이 금지되어 있지만 화로대와 숯은 사용 가능하다. 사용한 숯은 비치되어 있는 잔불(숯)처리기에 버리면 된다. 캠핑장과 주차장 사이에 거리가 조금 있어 관리사무소에 비치되어 있는 짐수레를 이용해야 한다.

오후 8시가 되면 가로등이 켜진다. 보라, 파랑, 주홍, 초록 등 LED색상이 시간차로 바뀌다가 밤 10시가 되면 꺼진다. 물소리와 개구리 소리가 짙어지고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점차 잦아든다. 관리실에는 24시간 직원이 있고 전자레인지도 구비되어 있다.

캠핑장은 홈페이지(www.pohang.go.kr/camping)를 통한 사전예약제 및 선결제로 운영된다. 캠핑예정일 1개월(30일) 전부터 예약 가능하다. 사이트 이용요금은 성수기 기준 평일 3만원, 주말 3만5천원이다. 전기 요금이 포함되어 있다. 이용 시간은 당일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11시까지다. 도심과 가까워 접근성이 좋고 관리가 잘 되어있는 공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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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여가캠핑장과 생태공원 주변을 따라 흐르는 계곡. 밤이면 잔잔한 물소리와 바람 소리가 어울려 듣는 이의 마음까지 청명해진다.

#2. 캠핑객의 넉넉한 뜰 '중명자연생태공원'

캠핑장 입구와 끝 쪽에 중명자연생태공원의 탐방로와 이어지는 다리가 있다. 캠핑객에게 중명자연생태공원은 머무는 동안 넉넉한 뜰이 되고 느긋한 산책로가 된다. 옥녀봉 골짜기는 그리 깊지도, 너무 넓지도, 아주 길지도 않다. 생태 탐방로는 1.1㎞, 그 가운데 등산로가 두엇이다.

탐방로는 계곡과 나란히 나아간다. 자연 그대로의 계곡도 있고, 물길을 넓힌 곳도 있고, 석축을 쌓아 다듬은 곳도 있다. 곳곳에는 산사태나 홍수를 예방하도록 사방댐을 설치해 두었다. 천천히 오르는 산책길은 제법 널찍한 콘크리트 길도 있고 걸음 소리 가벼운 데크로드도 있다. 인간의 손길이 더해진 자연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관대해 찾아드는 걸음들이 가볍다.

중명자연생태공원에는 포항지역 향토 수종인 모감주 등 36종 1만7천 본의 각종 화목류가 식재되어 있다. 어느 길에서나 넘치는 빛에 젖어 싱그럽게 살 오른 수목들이 사방을 에워싼다. 물가에는 능수버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길섶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상수리나무, 화살나무, 박태기나무, 꽝꽝나무, 미선나무, 갈참나무, 오리나무, 산뽕나무, 꽃댕강나무가 저마다의 타고난 아름다움을 맘껏 드러낸다.

산책로를 따라 뛰어 놀기 좋은 잔디광장, 조그마한 연못과 물길이 있는 수변공원, 야외 학습장이 있는 숲속 교실이 열리고 암석원, 야생화원, 약용원, 향기원, 습지원 등이 테마별로 나타난다. 다양한 식물군을 학습할 수 있는 풍성한 자연 재료가 있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의 단체 탐방이 잦다. 탐방에 나선 아이들은 올챙이를 들여다보고, 개구리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비를 쫓는다. 자연 속에서 아기돼지 삼형제와 늑대를 만나고, 익살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유혹하는 얼룩말과 기린에게 안기고, 숲 속의 백호와 다람쥐를 발견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조형물도 곳곳에 있다.

생태 탐방로 끝에는 옥녀봉 능선으로 오르는 등산로가 있다. 조금만 오르면 먼저 해맞이 전망대에 닿는다. 포항의 동해바다 일대가 모조리 조망된다. 여기서 마루금의 폭신폭신한 흙길을 밟으며 100m쯤 가면 중명자연생태공원 전망탑이 있다. 높이 18m의 전망대는 UFO를 닮았다. 전망탑은 2012년 'IPD 국제외교디자인어워드'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정식 이름은 '빛누리 에코타워'. '해와 달의 빛을 담아 세상을 비춘다'는 주제를 품고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시야는 360도로 열린다. 영일만과 포스코, 호미곶까지 한눈에 보이고, 남쪽으로는 포항의 명산인 운제산이 잡힐 듯하다. 북쪽으로는 포항의 관문인 형산과 제산, 멀리는 비학산과 내연산까지 담을 수 있다. 형산강과 강변의 들이 비단처럼 펼쳐져 있다. 형산강 하구는 빌딩 숲에 가려져보일 듯 말 듯하다.

중명리는 지질시대 말기 인류가 출현했을 적부터 고대인이 살았다고 한다. 그들도 골짜기에 빛이 들면 일어나 이곳에 올랐을지 모른다. 수선스럽게 환호하고 자유롭게 감탄했을지 모른다. 풍경은 분명 달랐겠지만 세상 가득한 빛은 같았을 게다.

글=류혜숙<여행칼럼니스트·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 :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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