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엿보기] 도지코인, 혁신일까 두려움일까

  • 오종욱 CEO·웨이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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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5-17 19:12  |  수정 2021-05-18 17:52

2021년 5월 전 세계가 ‘도지코인(DOGE)'이라는 암호화폐에 눈과 귀를 빼앗겼다. 도지코인은 2013년 12월 IBM 출신의 빌리 마커스와 잭슨 팔머가 만든 암호화폐다. 당시 인터넷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 소재로 인기를 모았던 일본 시바견을 마스코트로 삼고, 이름도 시바견 밈을 의미하는 ‘도지(Doge)’를 따와 도지코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디지털 자산의 데이터를 볼 수 있는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전 세계에 존재하는 암호화폐는 5천개 내외이며, 5월13일 현재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는 상위 5개 코인 중 3개는 강아지 테마 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표 참조)

1위 SHIBA INU, 3위 Dogecoin, 5위 Dogeion Mars는 최근 도지코인의 20,000% 상승 랠리에 힘입어 관심을 받고 있는 이른바 '강아지 테마 토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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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의 현재 시가총액은 대략 80조원이다. 이는 카카오(5월 현재 시가총액 50조원)보다 1.6배가량 높고, 코스피 시가총액 2위인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87조원)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게 무슨 '개판'이란 말인가.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게다가 더욱 놀라운 점은 도지코인의 공급 정책이 무제한이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출시 2년 만인 2015년 1천억 개의 코인이 발행됐고, 현재까지 알려진 발행량은 129,461,434,269개에 이른다.

공급이 무제한인데 가격이 계속 오르는 물건이 있다니.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화수분’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말인데,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도지코인’이 수년간 보여 주고 있는 행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동안 믿어 왔던 경제학 공식들(예를 들면 금리는 마이너스가 될 수 없다 등)이 깨지고, 더 이상은 이성적인 방식으로 시장을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이라고 여겨지던 '검은 백조(블랙스완)'가 실제로 등장하고, 일반적인 상식에 반하는 현상이 암호화폐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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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도지코인은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시장의 열풍을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장난식 코인이다. 실험성과 재미를 위해 운영되는 측면이 강했다. 순진 무구한 표정을 한 시바견 이미지에 독백 드립을 합성하기 시작하면서(위 그림) 밈으로서 추진력을 얻기 시작했다.

이후 '시바견'이라는 귀여운 강아지 콘텐츠는 세계적인 밈이 됐고, 급기야 암호화폐로 진화해 거래소에 상장됐다. 환경이 변하면서 도지코인의 거래량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자처하면서 출연한 미국 유명 코미디 방송 SNL(Saturday Night Live)에서 ‘도지코인은 사기다’ 라는 멘트를 장난처럼 날린 일론 머스크의 괴짜 행보가 시너지를 내고 있는 형국이다.

 

일론 머스크는 심지어 자신의 트윗에 
도지코인을 테슬라 결제에 이용할지 투표를 부치는 등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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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도 지난 4월 중순 FOMO(Fear of Missing Out :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기 위해 도지코인을 구매한 적 있다. 하지만 구매하자마자 -40%의 수익률을 경험했다. 손절의 욕구를 간신히 참아가며 꾸역꾸역 버티던 중 일론 머스크의 트윗 등으로 +1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건 예측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과 기도의 투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그럼 투기가 아닌 투자를 하려면 어떤 코인을 관심있게 봐야 할까. 일단 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암호화폐 시장 전체 그림을 숫자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시장을 코스피 주식시장에 대입해 보면 비트코인은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이더리움은 2위인 SK하이닉스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초 암호화폐 시총의 94.17%는 비트코인으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2021년 5월13일 기준 비트코인 점유율은 44.38%, 이더리움 18.46%, 도지코인 2.94%로 나타났다.(아래 그래프 참조)

 

시간이 지나면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이더리움, 바이낸스코인(BNB) 등 다양한 국가의, 여러 생태계의 코인이 태동하면서 변화된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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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논리적으로 분석해 보면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증명 가능한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비트코인처럼 시가총액이 1천200조 원에 달할 정도로 몸집이 커지게 되면, 자산 가격의 변동성은 확률적으로 낮아진다. 즉, 1조 원의 새로운 자금이 유입돼도 전체 시장의 0.1%가 채 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안정성'이 생긴다는 의미다. 신규 자금 유입이 시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것.

하지만 2021년 4월1일 기준 시총이 10조 원 내외였던 도지코인의 경우는 다르다. 1조 원만 신규 유입돼도 전체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보니 시장에 엄청난 임팩트와 가격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필자는 지난 4월 초 '비트코인을 살지 말지 고민한다면' 제목의 글로 독자의 관심을 끌어낸 바 있다. 이번 글을 통해서는 이더리움, 리플, 바이낸스코인처럼 스마트 컨트랙트와 속도, 확장성이 뛰어난 시총 10위 이내의 다른 코인에도 관심 둘 것을 조언하고 싶다. 현실세계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생태계를 만들고 있는 코인을 관심있게 지켜본다면 확률적으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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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총 4위의 도지코인 현상은 필자의 지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군중심리가 반영돼 수급이 당분간 깨져버린 비정상적인 움직임이 아닐까'라고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오종욱 CEO·웨이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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