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혁신 엿보기] 비트코인을 살지 말지 고민한다면...

  • 오종욱 CEO·웨이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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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4-06 14:06  |  수정 2021-04-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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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사야 할까요?”

요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답을 얻기 전 지난 1년간 벌어진 일들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작년 3월 2,200 수준이던 코스피 지수가 40% 폭락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블랙스완이 다시 한 번 나타난 것이다.

“주식은 더 빠질까요? 지금 팔아야 하나요?” “5년간 모은 결혼자금 1억을 주식에 몰빵했는데, 5천만 원이 됐네요. 이번 생은 망한 것 같아요.”

아직도 주변 지인의 웅성거림이 잊혀지질 않는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공포에 떨던 그때로부터 딱 1년이 지난 지금, 코스피 지수는 3,000이 넘었고 투자자의 행보는 180도 바뀌었다. 코로나 확산 이후로도 삼성전자 주가의 변동성은 커졌다. 지하철에서 바이오주 등 투자 경험담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는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도대체 1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실물경제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커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 세계 은행은 돈을 마구 찍어냈다.

특히 미국은 지난 3월 1.9조(2천조 원) 달러에 해당하는 경기부양안을 통과시켰다. 기관, 개인을 막론하고 경기 안정자금이 뿌려질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 19 사태 이후 여섯 번째 부양책이자 사상 최대 규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계속 증가하던 통화량(Money Supply)은 2020년 급속도로 증가하며 자산 가격의 상승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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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 Research 자료


미국 중앙은행에서 시작된 글로벌 유동성 훈풍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투자자금으로 들어왔다. 그 후 1년 동안 주식, 금, 은 그리고 비트코인까지 가격이 안 오른 자산을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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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TI Research 자료

다만,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유동성 투입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코로나 확산과 함께 경기침체에 대한 걱정으로 작년 0.8%를 하회하던 30년 미국 국채 금리는 현재 2.4% 수준으로 3배 이상 오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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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ing.com 금리 데이터

 

바야흐로 재테크 시대다. 전 세계적으로 늘어난 통화량은 개인·기관을 막론하고 주식, 부동산, 비트코인 등 다양한 투자자산을 매수하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거래 수수료가 무료인 미국 증권거래 플랫폼 로빈후드(Robinhood)의 급성장과 한국 1위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500만 계좌 달성은 재테크 시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한국인이 2020년 한 해 매수한 미국의 테슬라(Tesla), 아마존(Amazon), 엔비디아(Nvidia)의 주식은 50조 원가량 된다. 이에 따라 작년 국내 증권사의 해외주식 중개 수수료도 5천억 원에 달하는 최고 실적을 맛봤다. 누가 그랬던가, 하우스 비즈니스(중개업)가 가장 큰 돈을 번다고.

이 와중에 비트코인 가격은 6만 달러를 넘었고, 시총은 약 1조1천37억 달러 규모로 멕시코의 2020년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단일 자산 규모로 1위인 금(10.9조 달러)과 6위인 은(1.4조 달러) 등에 이어 전 세계 8위의 자산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업비트의 암호화폐 일별 거래량은 이제 코스피를 추월한다. 내 주머니에는 돈이 없는데,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할 정도다.

디지털 자산과 전통 자산 시장을 모두 겪어보며 세상의 변화를 현장에서 지켜보면 참 재미있다. 1998년 IMF,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2021년 글로벌 비트코인 열광까지. 핀테크 업계에서 경험한 최근의 변화는 젊은 세대가 열광하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뜻으로 희소성을 갖는 디지털 자산을 대표)와 로블럭스(Roblox·미국의 게임 플랫폼이자 `메타버스'의 대표격인 회사)를 통한 가상의 세계 등 금융과 IT가 접합되는 교차점에서 너무 빠르게 생겨나고 있다.

혁신은 한순간에 오지 않는다. 2016년 알파고 이후 적극 활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은 5년이 지난 지금, 내 목소리를 잘 알아듣는 내비게이션으로 체감하고 있다. 조만간 페이코, 삼성페이 등 온라인 결제 플랫폼에서 내가 가진 비트코인으로 (환전할 필요 없이) 해외 직구 상품을 싸게 결제하고, 이자도 받고,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도 받고, 미국 주식에도 투자하는 그런 시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비트코인, 사도 좋아요.”
필자는 지인에게 비트코인을 조금은 사라고 권한다. 다만, 돈을 벌 목적이 아닌 시대의 변화를 관찰하고 경험하는 목적으로 사라고 말한다. 개인도 빠르고 쉽게 가상화폐 거래소의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모바일 뱅킹이 아직은 낯선 이들에게 디지털 자산의 장벽은 아직은 높다고 생각하겠지만, 변화에 대한 경험은 거기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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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욱 CEO·웨이브릿지

4월5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빗(Korbit)의 비트코인 원화 프리미엄(KIMP)을 보면, 한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미국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의 가격보다 10% 이상 비싸다. 같은 물건이지만 암호화폐 거래소 접근의 제한, 외환거래의 격차 등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다양한 거래의 기회가 생기고 있는 시장이다. 조금씩 정보의 비대칭을 줄여나가면 분명 기회는 보인다. 그래서 일종의 관찰자 자세로 비트코인을 사보라고 권한다.

  

오종욱 CEO·웨이브릿지


 

 

 

◆비트코인이란?
비트코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블록체인(Blockchain)’이라는 탈중앙화 기술을 활용하여 만들어진 디지털 자산이다. 

 

블록체인에서 거래(Transaction)의 합의는 현재 은행처럼 중앙화 된 형태가 아닌, 다수의 분산된 망에서 모두가 합의해야 인정된다. 블록체인은 많은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에 기술적인 요소가 더해진 하나의 움직임이다. 

 

비트코인의 탄생 배경엔 금융위기 당시 탐욕적인 금융업자들과 부패한 정부에 반하는 이념이 있다. 

 

비트코인은 ‘분산원장’이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시스템에 기여한 참여자들에게 보상(Reward)의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준다. 전체 발행량이 정해져 있는 희소성이 있는, 디지털 골드가 새로운 형태의 경제 시스템(Eco System)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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