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이슈 분석 ⑩] 사용후핵연료 처리 실타래 풀릴까…고준위방폐물 특별법 발의

  • 송종욱
  • |
  • 입력 2021-09-18 15:49   |  수정 2021-09-18 22:57
독립적 행정위원회 설립·부지 선정·공론화 절차 등 담아
핀란드 세계 첫 고준위방폐장 건설…스웨덴·佛도 부지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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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에서 운영 중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중·저준위방폐장에 반입된 중·저준위방폐물을 넣은 드럼통.〈한국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원자력발전소를 운영 중인 국가들은 핵연료로 사용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의 처리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원자력위원회가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 방침을 의결한 후 33년간 고준위방폐물 관리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7월 제6차 원자력진흥위원회에서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해 안전한 관리 절차와 방식 등을 중심으로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어 2017년 7월 고준위방폐물 정책 재검토 결정에 따라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 구성해 6개월간 의견수렴과 공론화를 거쳐 올해 4월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시행과 대정부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러한 때 고준위방폐물 처리 특별법이 발의돼 원자력계는 물론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발의
김성환 민주당 2050 탄소 중립특위 실행위원장(원내수석부대표·서울 노원구병)이 지난 15일 고준위방폐물 처리를 위한 독립된 행정위원회 설립과 부지선정 절차 등을 법제화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우원식·김영주·박홍근·김정호·위성곤 의원 등 24명의 의원이 법안 발의에 참여했다.

특별법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의 공정한 추진을 위해 독립적인 추진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으로 독립적 행정위원회인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설립해 애초에 산업통상자원부가 수립하던 고준위방폐물 관리 기본·시행 계획을 수립한다.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원자력진흥위원회로부터 관리위원회로 이관되고, 고준위방폐물 정책의 공론화, 관리시설 부지선정, 고준위방폐물 처분을 위한 기술개발과 인력양성 등 포괄적인 고준위 폐기물 관리업무를 신설 위원회가 맡는다.

또 중간저장과 영구 처분시설의 입지를 선정하기 위한 부지 선정 절차를 최초로 법에 포함했다.
부지 선정은 지역주민의 의사를 2단계에 걸쳐 확인하는 주민 수용성을 법안에 담았다.
고준위방폐장 유치를 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신청 단계부터 주민 의견을 확인하고 지방의회가 동의해야 한다. 심층 조사 이후 최종 선정 단계에서 주민투표로 다시 한번 주민 의사를 확인한다.

특히 후보 부지가 다른 지자체와 인접한 경우, 인접 지자체 주민들도 의견수렴에 참여하게 된다.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는 인접 지자체장과도 협의를 거쳐야 하고, 최종 결정의 주민투표도 인접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다.
인접 지자체와 주민 참여로 중·저준위방폐장 선정과 원전 수명연장 문제에서 불거진 지역 간 갈등과 주변지역 주민의 우려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현재 법률상 근거 없이 원전 내 저장되고 있는 고준위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부지 내 저장시설' 조항이 포함됐다.
앞으로 부지 내 시설을 건설하기 위한 인허가는 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했다.
부지 저장시설의 용량은 원전의 설계수명 내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의 양 이내로 제한하며 다른 원전의 방사성폐기물을 옮겨올 수 없도록 규정하고 관리시설이 확보되는 즉시 고준위방폐물을 옮겨 부지 내 저장이 장기화하는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성환 의원은 "고준위방폐물 대책 수립은 친 원전·탈원전의 문제를 넘어 원자력발전을 사용한 우리 세대가 마땅히 함께 짊어져야 할 숙제"라며 "미래 세대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책임감으로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고준위방폐물의 처분 문제를 함께 풀어가고자 이 법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국내는 2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매년 1만4천 다발의 고준위방폐물이 발생하고 있으나 중간·영구 처분시설 등을 확보하지 못해 현재까지 50만 다발의 고준위방폐물이 원자력발전소 부지 내에 임시로 저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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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핀란드가 올킬루오토섬에 건설 중인 고준위방폐물 영구 처리시설 공사현장. 〈포시바 홈페이지 캡처〉
◆해외 고준위방폐물 건설…핀란드·스웨덴·프랑스 부지확보
세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31개국 가운데 핀란드·스웨덴·프랑스는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확보했다. 미국·캐나다 등 22개국은 고준위방폐물을 40~50년간 보관할 수 있는 중간 저장시설을 갖췄다.

핀란드는 원전 의존도가 30%로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이 가장 앞선 나라다. 핀란드는 지난 1983년부터 고준위방폐물 영구 저장시설 부지 물색에 나서 17년 만인 2000년 올킬루오토섬을 고준위방폐장 부지로 선정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영구 처분시설의 건설 허가를 받았다.
포시바는 건설·운영을 맡아 오는 2023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부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투표와 지방의회 동의를 거친 뒤 국회 동의(2001년)를 거쳐 최종 추인까지 받았다는 점은 국민 여론 수렴의 모범 사례로 손꼽힌다.
실험용과 인허가용 지하연구시설(URL)을 각각 운영한 뒤 URL을 확장해 영구 처분시설로 건립하는 모델은 세계 원전 보유국가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경주 중·저준위방폐장을 운영하는 한국원자력환경공단도 포시바와 고준위방폐물 처분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스웨덴은 핀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고준위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국가다.
현재 건설 인허가를 신청하고 방폐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는 내년 대규모 고준위 방폐장 '시제오(CIGEO)' 건설에 착수한다. 오는 2035년까지 완공한다는 목표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2020년대 중반~2030년대 초반에 영구 처분장을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재처리하는 영국은 1997년 후보지를 선정하려다 지역주민의 반발로 사업 추진이 어렵게 되자 2000년 우리나라처럼 공론화 방식으로 바꿨다.
송종욱기자 sj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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