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3] 이주여성 전국 유일 관공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맡아 활약

  • 장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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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07 18:19  |  수정 2022-05-27 15:04  |  발행일 2021-10-08
중국 길림성 출신 주정하 예천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화제
"같은 시대 결혼이주여성과 앞으로 지역에 자리잡을 분들을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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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하 예천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이 센터 사무실에서 업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상담을 통해 더 배워 가는 것 같아 이를 되돌려 주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천군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이하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를 이끄는 리더는 중국 길림성 출신의 주정하(48) 센터장이다.


그는 이주여성으로는 전국 유일하게 지난해까지 예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올해 신설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포함되면서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항상 주 센터장은 다문화 성공사례의 주인공으로 꼽힌다.


주 센터장은 2000년 결혼해 한국에 왔다. 고국을 떠나 경북 예천에 삶의 터전을 잡은 그는 현재 군복무 중인 아들을 낳은 뒤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디뎠다. 그가 지역 사회와 처음 소통한 것은 예천성당 무료 급식 봉사였다. 이후 그는 지역에 뿌리내리기 위해 눈 코뜰새없는 바쁜 나날을 보냈다.


결혼 초 단칸방에 살면서 힘든 시절도 보냈다. 남편의 사업이 순탄치 않은데다 아이까지 태어나 눈앞이 캄캄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중국어 과외를 하며 살림에 보태는 것이었다. 그는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남편을 따라 성당에 나가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지금은 코로나19로 모일 수 없지만 당시 그곳에서 매주 수요일 70여 명의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등 봉사활동을 하며 나눔의 기쁨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예천군노인복지회관 식당에서 일하며 취직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성당 신부님의 조언으로 가톨릭상지대 사회복지학과 야간과정을 다니며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곧바로 예천군노인회관 사회복지사로 활동하며 모국어인 중국어의 장점을 살려 방송대 중어중문과 편입에 성공해 4년제 졸업장도 손에 쥐었다. 이후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구 예천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팀장으로 근무하며 대구가톨릭대 대학원 중어중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리잡기 위해 열심히 살았다"며 "그렇지만 일과 가정, 공부를 병행하기엔 쉽지 않아 센터 팀장을 잠시 그만두고 쉬며 대학원 석사 논문을 마쳤다"고 전했다.


주 센터장은 올해 신설된 건강가정지원센터가 군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를 홍보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는 "인근 30분 거리에 있는 안동지역의 경우 10년 전부터 이 사업이 시행돼 모든 가족들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면서 "우리는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제가 조금 더 열심히 발로 뛰면 성과가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특히 주 센터장은 다음 달 마무리 예정인 센터의 5년 중장기 발전 계획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우리의 비전은 '희망을 만드는 가족 행복 충전소'구요, 비전은 '건강한 가족문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참여 환경조성'"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아온 주 센터장. 그는 누군가를 위해 하는 일들이 오히려 자신이 위안을 받고 성장하는 것 같아 이를 돌려주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그는 "제가 살아온 삶이 꼭 옳은 건 아니에요. 그러나 제 자신만 살겠다고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닙니다. 현재 같은 시대 결혼이주여성과 앞으로 지역에 자리잡을 분들을 위해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헌신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역민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글·사진=장석원기자 histor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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