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7] 중국 출신 시아오리씨...학교-유치원·다문화센터 등에서 중국어 가르치고·통번역 활동

  • 최영현
  • |
  • 입력 2021-11-25 20:13  |  수정 2022-05-27 15:05
급식봉사, 치안 순찰활동, 녹색어머니회 활동 등 봉사활동도 활발
"결혼이주여성들,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시아오리씨
시아오리씨(시아오리씨 제공)


"이제 한국은 저의 고향과 같습니다. 이 곳에서 제 위치를 찾은 것 같습니다.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던 경험을 토대로 지금은 결혼이주여성이 한국 사회에 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경산에서 살면서 학교와 유치원·다문화센터 등에서 중국어와 다문화 이해 교육·중국어 통번역 등 활발한 활동하고 있는 시아오리(40)씨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는 언어와 문화 차이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서부의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녀는 광저우의 무역회사에서 일하던 중 같은 회사에 다니던 한국인 남편을 만나 2005년 결혼했다. 일찍이 중국으로 유학 가서 공부하고 회사생활을 하던 남편은 중국어가 능통하여 처음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조차 몰랐다고 한다.

 

시아오리씨
어린이들에게 다문화이해교육을 하고있는 시아오리씨

시아오리씨는 "그때는 한국에 와서 살리라고 생각도 안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 7살·5살 되던 2014년,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한국으로 오기를 결심했다. 명절 때면 시댁이 있는 경북 청도에 가끔 다녀갔는데 좋은 곳이라 생각했기에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한국에 오니 현실의 벽은 너무 높았다. 시아오리씨 본인은 물론 아이들이 한국어를 전혀 못했기 때문. 처음 얼마 동안 시가에서 살았는데 마트에 가서 생필품 구입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다. 버스를 잘못 타서 반대 방향으로 갔다가 되돌아오는 일도 있었다. 실수를 거듭할수록 자존감이 떨어지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는 "남편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 과묵한 사람이다. 중국에서 살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한국에 와서 살다 보니 누구보다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했는데 야속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시아오리씨
중국어 강의를 하고 있는 시아오리씨

당장 아이들이 학교와 유치원에 다녀야 하는데 막막했다. 입학한 후에 알림장과 숙제 등 문제에 부딪혔다. 아이 학교에서 가족신문을 만들어 오라고 숙제를 냈는데 학교에 가보니 다른 아이와 비교되어 속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잘 적응해 주었고 큰아이가 많은 힘이 되어 주었다.
시아오리씨는 어려움에 부딪힐 때마다 더욱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그는 "경산시와 경상북도 다문화 지원센터, 서울까지 오가며 공부했다.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다문화 이해 교육·강사양성과정·아동 요리, 심리상담·사회경제적 취창업 아카데미 등 이주민 교육이라는 교육은 모두 받았고, 모임에도 적극적으로 참가했다"고 어려움을 극복했던 과정을 설명했다.

 

 

시아오리씨
시아오리씨

그러는 동안 익힌 한국어와 문화를 토대로 지금은 중국어 통번역, 지역아동센터와 다문화가정 어린이 교육, 유치원과 초등학교 다문화 이해 교육, 중학교 자유학기제 동아리 교육, 여성회관과 다문화센터의 중국어 교육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경찰서와 법원·검찰청 등 기관이나 단체에 필요한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틈틈이 청도에서 감 농장을 운영하는 남편 일도 돕는다. 지역 사회 봉사활동 및 자신의 능력 계발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경산시장애인복지관에서 급식 봉사, 경산경찰서에서 치안 순찰 활동, 학교에서 녹색어머니회 활동도 하고 있다.


"처음엔 문화적 차이로 너무 힘들었다. 그때마다 아이들이 큰 힘이 됐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결점을 메꾸려 노력하며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시아오리씨는 "다르다는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이 한국 사회에 빨리 적응한다면, 오히려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현기자 kscyh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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