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5] 베트남 출신, 칠곡 황수빈 신한무역 대표…"다문화 여성에 양질의 일자리 주고 싶어"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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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05   |  발행일 2021-11-05 제2면   |  수정 2021-11-05 07:28
"식품·화장품 등 베트남 수출, 창업 1년만에 매출 8억 달성
코로나 영향, 많은 어려움도…홍삼캔디 출시해 재기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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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제는 어엿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황수빈씨가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중 언어에 능숙하고 모국의 문화를 잘 알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은 무역업에 많은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무역업을 확장시켜 저와 같은 다문화 여성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입니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거주하는 황수빈(37)씨는 낯선 한국 땅으로 시집와 어려움을 딛고 한때 매출액 10억원을 바라보던 베트남 무역업체 <주>신한무역의 대표다. 그는 2005년부터 사귀기 시작한 열두 살 터울의 남편 하나만 보고 2006년 한국에 왔다. 다른 결혼이주여성과 마찬가지로 정착 초기 모든 것이 낯설어 적응하는 데 애를 먹었다. 서툰 한국어 실력으로 가족 간 의사소통이 힘들었고, 특히 고향 베트남에는 존재하지 않는 높임말은 늘 그를 괴롭혔다. 이 때문에 사소한 일로 오해와 갈등을 겪는 일도 다반사였다. 자극적인 한국 음식도 문제였다. 매운 음식이 별로 없는 베트남과는 달리 고추장·된장·김치 등 한국음식이 이제 막 한국에 온 새댁의 입맛에 잘 맞을 리가 없었다.

황씨는 이러한 어려움을 가족들의 응원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해결해 나갔다. 정착 이후 4년간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공부에 매진한 그는 이후 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남편의 가족, 특히 시어머니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한국문화와 음식 등에 적응해 나갔다.

그는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려면 한국어가 필수인데,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으려고 하는 게 문제"라며 "저 같은 경우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한국 사회에 적응하고 미래를 향한 꿈을 꿀 수 있었다"고 조언했다.

한국어와 문화에 적응을 마친 황씨는 이중 언어 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 힘찬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했다. 2016년까지 학생들에게는 베트남어와 한국어를, 학부모와 선생님들에게는 베트남어를 가르쳤다. 황씨는 "아이들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저의 이런 삶이 새로운 꿈을 향해 도전하는 많은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용기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씨가 플라스틱·식품·화장품을 베트남에 수출하는 무역회사를 창업한 것은 2017년이다. 창업 1년 만에 매출액이 8억원까지 증가했지만, 지금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글로벌레이디협동조합' 부회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는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홍삼을 주원료로 한 캔디 상품을 출시해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

그는 "다문화 출신 여성들에게 단순 제조업이 아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지역 사회로부터 받은 도움을 환원하기 위해 회사를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베트남에 한류를 전하고 베트남의 문화를 소개하는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해나갈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요즘엔 가슴에 와 닿는다"며 "시행착오를 겪다 보면 스스로 깨닫고 배우는 점이 더 많다. 끈기를 갖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한다면 기회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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