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2] 월매출 2천만원 마라탕 전문식당 운영 "몸이 열개라도 부족해요"

  • 마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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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30 19:53   |  수정 2021-10-08 16:01
한국인보다 더 한국 사람처럼 사는 중국 연변 출신 칠곡 석적읍 송문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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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위씨가 자신의 가게에서 엄지척 포즈를 취하고 있다. <칠곡군 제공>

결혼이주여성들 안정적·합법적·지속가능한 경제활동 위해 

다양한 국적의 6명과 사회적협동조합 '글로벌레이디' 설립


언어 장벽 넘으려 3년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
"결혼이민자들이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선

하루빨리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
 

"영화에서 보면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은 그곳을 '꿈이 이뤄지는 나라'라고 생각했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한국이 '성공이 이뤄지는 나라, 성공을 끌어당기는 나라'입니다."


경북 칠곡군 석적읍에 거주 중인 송문위(여·41)씨.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언어와 문화는 물론 사람도 낯선 한국 땅에 정착해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이제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 사람처럼 살고 있다.


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단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두 딸의 엄마로서 가사는 물론 마라탕 요리 전문식당·사회적협동조합 운영까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라탕은 물론 홍소육·마파두부·양고기·궈보육 등 중국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은 동네 맛집으로 유명하다.


오전에는 주부들, 오후에는 청소년들로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40여 가지의 다양한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장점에다 국물도 5단계의 맵기로 선택할 수 있다는 매력에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창업 이후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송 씨는 본인 가게의 최대 경쟁력으로 12시간 이상 우려낸 사골육수를 꼽았다. 손님들 사이에 이 가게의 마라탕을 주기적으로 먹지 않으면 '혈중 마라농도'가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도 나돌 정도다. 이를 통해 송 씨는 창업 1년만에 월 2천만 원 이상의 매출액을 올리고 있다.


중국 연변 출신인 그는 지난 2006년 지금의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오게 됐다. 남편만 믿고 온 한국이었기에 말도 통하지 않고 친구도 하나 없어 타지 생활은 견디기 어려웠다. 그런 그에게 도움을 준 곳은 칠곡군 건강다문화가족센터다.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동포들과 다른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 여성을 만나 한국사회적응을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송 씨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언어 장벽이었다. 이러한 벽을 넘어서고자 2006년부터 2009년까지 3년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했다. 남편도 육아를 분담하며 공부를 도왔다. 자신감이 붙은 그는 2010년부터는 화장품 방문판매를 하며 가사를 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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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위씨가 포장음식을 손님에게 건네고 있다. <칠곡군 제공>

2012년부터는 구미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2014년 서울에서 중국어 강사 자격증까지 취득하고 학원 강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16년엔 대구대 이중언어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어린이집과 초등학교에서 중국어 지도를 시작하며 자신의 숨은 재능과 역량을 발휘해 나갔다.

 

송 씨는 "결혼이민자들이 사회의 부정적인 시선을 잠재우기 위해선 하루빨리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해야 한다"고 귀뜸했다. 그는 "결혼이주 초기 대부분이 의사소통만 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한국어 공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래야 기회도 많이 열리고 본인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송 씨는 다른 아시아 출신 결혼이주여성과의 상생을 위해서도 앞장서고 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안정적·합법적·지속 가능한 경제활동을 위해 2019년에 다양한 국적을 가진 6명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글로벌레이디'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결혼이주여성의 사회적 진출과 동시에 창업을 위한 밑거름을 제공하고 있다. 그는 또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다양한 봉사활동이나 체험활동은 물론 전통문화 공연·음식 봉사 등을 펼치며 사회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송 씨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가족과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받은 것 이상으로 베풀겠다"고 말했다. 

마준영기자 mj3407@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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