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뚫은 결혼이주여성 .9] K-POP에 빠졌던 캄보디아 소녀 성혜은씨, 통·번역 전문가로 이민자 돕는다

  • 황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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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2-16   |  발행일 2021-12-17 제2면   |  수정 2022-05-27 15:05
"경북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협조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대학교에서 통역과 번역 전공하며 좀더 심도 있는 공부 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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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BTS와 김치를 좋아하게 됐고, 여기 봉화에서 가족들과 함께 꿈을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경북 봉화군가족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캄보디아 출신 성혜은(34)씨 말이다. 성씨의 주된 업무는 캄보디아어 통·번역을 통해 이민자들을 돕는 일이다.

그녀는 지난 2017년부터 결혼이민자의 국적 체류 관련 서류를 번역하고 이민자들의 가족초청을 위한 준비절차 안내·각종 교육프로그램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문화가족에게 다양한 맞춤 상담을 하며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다.

캄보디아가 모국인 그녀의 본명은 '행레아르케나'. 지금의 이름인 성혜은은 한국이름으로 개명하면서 '이룰 성(成)'이라는 뜻이 좋아 선택했다고 한다.

성씨는 "캄보디아에 있을 때 한국의 뉴스와 드라마를 접하고, 특히 K-POP을 들으며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됐다"며 "한국으로 이주하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8년 봉화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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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경북도와 캄보디아 간 업무협약 당시 성혜은씨가 통역을 하고 있다. <성혜은씨 제공>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언어와 음식으로 불편을 감수해야 했고, 특히 한국에서 처음 겪어보는 사계절의 변화는 적응하기까지 참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시부모를 모시고 농사를 짓는 남편을 도와가며 초등학교 딸을 키우는 어엿한 한국의 며느리가 됐다.

그녀는 "한국에 온 지 이제 13년이 됐다. 경치가 좋고 청정한 여기 봉화가 좋고 김치를 좋아하게 됐으며, 불고기·비빔밥도 즐겨 먹는다"며 "시간이 날 때는 BTS 음악을 즐겨 듣고, 좋은 글이 담긴 책을 읽는 것이 취미"라고 말했다.

통·번역일은 지난 2012년 우연한 기회에 공공근로를 잠시 했는데, 당시 주위 분들의 배려로 한국어 공부를 하며 여러 가지 자격증을 취득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성씨는 "캄보디아어는 경북 내에서도 드물고 지원도 부족해 현재 경북도에서 캄보디아어를 통·번역하는 담당자가 저를 포함해 상주 1명까지 2명밖에 없어 경북 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서도 협조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우선 대학교에서 통역과 번역을 전공하며 좀 더 심도 있는 공부를 하고 싶고, 지금의 일인 이주민과 다문화가족을 위한 지원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현재하고 있는 통·번역사 업무가 적성에도 잘 맞고 만족도가 높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봉화에 거주하고 있는 결혼이민여성들도 본인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맞춤형 일자리를 많이 지원해 줬으면 한다"며 "특히 지금의 저출산 시대를 맞아 우리 아이들이 잘 성장해야 봉화의 발전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체험 지원이 따라야 한다는 당부의 말도 전했다.

한국을 동경해 이민을 결심하고, 찾아온 낯선 타국에서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극복한 그녀는 이제 또 다른 이민자를 돕는 업무에서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매진하며 오늘 하루도 바쁘게 보내고 있다.
글·사진=황준오기자 joon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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