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우리는 어떤 사전(辭典)을 원하는가

  • 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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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03   |  발행일 2022-03-03 제22면   |  수정 2022-03-03 07:18
최근 해외 사전·저널에 실린
먹방·불멍·K-드라마·대박…
한국사전에 없는 단어 많아
언어현실과 규범 바탕으로
대중인식 고려한 사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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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최근 한국어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드러나는 언론 보도 몇 가지가 우리의 관심을 끌었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OED)에 '한류, 먹방, K-드라마, 대박' 등 한국어 단어 26개가 실렸다는 것. 그런데 그중 '먹방'은 우리 사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 후 워싱턴포스트에서도 한국의 신어 '멍때리기(hitting mung) '현상을 소개한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소위 '멍'을 갈구하는 한국 대중의 삶, 한국 사회의 경쟁과 코로나로 지친 대중의 일상을 '불멍, 숲멍, 물멍, 별멍' 등의 신어를 통해 상세히 소개했다. 물론 해외 저널에도 언급된 '불멍, 숲멍, 물멍, 별멍', '멍하다'에서 온 것이 틀림없는 '멍' 역시 한국 사전에는 등재돼 있지 않다. 이러한 표현이 우리 사전에는 왜 없을까? 유행어일 수도 있는 이러한 표현들도 사전에 반드시 실려야 할까? 이러한 보도 내용들은 사전과 관련한 의문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한 나라의 사전이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의미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과연 어떤 사전이 좋은 사전인지에 대한 정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전과 대중의 의견이 다를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도 의견 일치를 보기 어렵다. 여기서는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쟁점, '규범성'과 '대중성'의 쟁점을 소개하기로 한다.

'규범성'은 사전이 얼마나 언어적 정답을 추구해야 하는 것인지와 관련이 있다. 완벽한 이분법은 어렵지만 사전이 대략 추구하는 방향은 규범사전과 기술사전의 양 극단의 스펙트럼 내에 있다. 즉 맞춤법과 표준어에 대한 사전이나 현실 언어 그대로의 사전이라는 양 끝 지점 사이에 여러 사전이 존재한다. 이에 대한 한 하나의 정답은 없고, 실제 사전 편찬의 현장에서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현재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규범 사전을 표방하고 있으며, '우리말샘'은 사용자 참여형 기술 사전에 가깝다. 한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현재 복수 표준어인 '짜장면'과 '자장면' 중 '자장면'만을 표준어라고 명시한 것을 향해 일부 언어학자들은 "짜장면이 자장면이라면, 짬뽕 대신 잠봉을 달라!"라며 현실 언어를 반영하지 못하는 사전을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표준'이나 '규범'의 지나친 강조는 때로 현실 언어와의 지나친 괴리를 발생시킨다.

이와 유사한 쟁점으로 '대중성'의 쟁점이 있다. 이는 사전 표제어의 등재에 전문가와 대중의 판단을 어떻게 조화롭게 반영하느냐의 문제다. 사전 편찬의 주체는 주로 전문가지만, 사전의 이용자는 대중, 즉 언중이다. 스페인의 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표현의 사전 등재 가능성에 대해 사용자와 전문가의 기대에는 상당한 간극이 있다. 대중은 예상과 달리 사전에 대해 상당한 보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구어체나 비규범적 표현이 등재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진다. 영국 케임브리지사전에서는 신어의 등재에 앞서 사용자의 찬반을 묻는 설문이 있다. 2020년 신어 '코로나 이혼(covidivorce)'의 현재 사전 등재 의견으로 찬성은 27%, 반대는 48%, 좀 더 지켜보자는 의견은 25%다.

사전의 규범성이 강조돼 온 한국의 문화에서는 사용자의 선호도가 어떠할지 궁금한데, 분명 스페인이나 영국보다 더 보수적일 가능성이 높다. 언어현실과 규범, 전문가와 사용자의 인식, 이러한 요소들을 조화롭게 담아야 하는 사전은 종합예술이다. 규범과 기술의 방향성과 정도성, 전문가의 정확한 기술과 사용자 인식과 관심을 고려한 사전이 필요하다.

남길임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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