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의 외신 톺아보기] 러시아의 '깜깜이' 정책

  •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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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25   |  발행일 2022-04-25 제25면   |  수정 2022-04-2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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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 명예교수·시인

독재국가 특징 중의 하나가 정보의 유통을 차단하거나 통제하는 것이다. 북한이 그렇다. 러시아의 자랑이던 전함 모스코바호가 피침된 뒤의 이야기다. 길이 186.4m에 정원 500여 명인 그 전함이 흑해에서 피침된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러시아는 화약고가 폭발한 사고였다고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그들의 넵튠 미사일에 격침되었다고 발표했고 미국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사망자 40명, 부상자 100명이라는 보도는 외국에 본부를 둔 한 방송사에서 나왔다. 러시아로서는 참담한 창피였다.

실종자 가족은 정확한 생사여부를 요구했지만 러시아국방부와 고위관리들은 묵묵부답이었다. 부모들은 그들의 아들이 살아 있다, 실종되었다, 죽었다는 뜬소문에 시달렸지만 공식 발표는 승무원 전원이 구조되었다는 것뿐. 불리한 내용은 발표하지 않는 것이 크렘린의 방침이다. 민간기관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에 유가족은 알아볼 다른 루트가 없다. 크렘린 대변인은 자신이 발표를 할 입장이 아니니 국방부에 문의하라고 했다. 국방부는 더 가관이었다. 해군사령관이 모스코바호 승무원을 만나는 비디오를 하나 틀어주고 입을 닦아버렸다. 국영 티비의 세 시간짜리 '주간뉴스'에서도 단 30초만 전함이 '예인 중에 침몰'했다고 보도했다.

실종자 대부분은 징집병이었다. 체첸전에서도 겨우 훈련을 마친 징집병을 총알받이로 이용하여 여론이 악화되자 러시아 당국은 그때부터 이렇게 깜깜이 전략을 써 왔다. 체첸전에서도 아직 생사를 모르는 병사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한다. 푸틴은 여러 번 징집병은 우크라전에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사상자를 보면 그 말도 깜깜한 거짓말인 것이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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