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한국문학] 사투리에 힘 싣기

  •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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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9   |  발행일 2022-05-19 제22면   |  수정 2022-05-19 07:22
사투리의 지역색·특색 살린
행정·IT서비스 이름 짓기
지역민에게 익숙함을 바탕
생소한 서비스 친숙도 높여
사투리 홍보·가치 향상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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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누고, 요있다, 어딨노.'

경상도 사람이라면 익숙한 사투리들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평범한 사투리가 아니다. 경상도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 말들은 경남도청 IT 개발 벤처인 G-랩(Government-Laboratoy)이 개발한, 행정 업무용 IT 시스템의 이름이 되었다. 보통 IT 관련 서비스라면 '구글' '페이스북' '네이버' 같은 영어 이름에 익숙한지라 '누고' '요있다' '어딨노'가 인터넷 서비스의 이름이 되었다니 경상도 사람으로서 반가운 일이다.

'누고'는 어떤 시스템일까? '누고'는 '누구'의 옛말이기도 하고, '누구'의 뜻으로 경상도에서 아직 사용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누고'가 시·도·군의 업무 담당자 검색 서비스의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해당 서비스에 접속해 주제어만 입력하면, 전국 지자체의 담당자 이름과 업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누가 그 업무를 하는지를 찾는 서비스의 이름으로 '누고'는 정말이지 딱 맞는 이름이다. '누고'라는 이름을 들으면, 경상도 사람은 어떤 시스템인지 바로 이해할 것이고, 혹시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쓴다고 하더라도, '누고'가 '누구'의 경상도 사투리란 사실을 새롭게 알 수 있게 될 것이니 행정 업무 시스템의 이름이자 우리말을 알리는 역할로 나무랄 데 없다.

'요있다'와 '어딨노'도 어떤 서비스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 '요있다'는 '여기 있다'일 것이고, '어딨노'는 '어디 있느냐'일 것이다. 그 말뜻처럼 '요있다'는 디지털 출장 증빙 시스템으로, 해당 지역의 공무원이 출장 시 구입해 사용한 물품 영수증들을 증빙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출장지에서 뭘 샀을 때, 그곳을 검색하면, 해당 영수증을 검색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한다. 말하자면 '영수증, 요 있다(영수증, 여기 있다)'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어딨노'는 '정보가 어딨노(정보가 어디 있느냐)'란 뜻의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개인 맞춤형 업무 동향 서비스로 공무원들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 서비스의 이름이라고 한다.

물론 사투리로 이름 붙은 행정 서비스는 그동안에도 있었다. 대구에도 있다. 시민 대상 서비스로 만든 '안심하이소'가 그것이다. '안심하이소'는 '안심하세요'란 뜻의 위치 기반 안심 대피 정보 제공 서비스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역민으로서 바로 이해되는 이름이다.

인터넷 세상에서 영어나 외국어 이름은 흔하다. 오히려 이렇게 지역색을 살린 사투리 이름을 들으니 특색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로 조합된 이름 일색인 IT 서비스들의 이름을 보다가 우리말 사투리로 된 이름들을 보니 마음이 푸근해지는 느낌이다. 친근한 느낌도 든다. 지역 사투리가 주는 말의 힘이 이런 게 아닐까? 지역민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에 지역 사투리로 된 서비스들이 늘어난다면, 지역 사투리가 지역민에게 주는 친숙함과 익숙함이, 새로 생긴 낯선 서비스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G-랩이 만든 서비스들의 이름처럼 지역 행정에서부터 지역의 멋을 살린 사투리를 사용해 공식적인 업무나 행사의 이름 짓기를 활성화한다면, 지역 사투리도 알리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을 주지 않을까? 이렇게 사투리에 힘을 실어주면, 이 사투리들은 앞으로도 우리와 오래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IT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IT 서비스라 해서 꼭 영어 이니셜을 붙일 필요가 없다. '요있다'처럼 정겨운 사투리로 된 IT 서비스라면, 해당 지역민뿐만 아니라 한국인 모두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안미애 경북대 인문대학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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