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9] 혁신도시 인구유입 효과 미미…"혁신도시 정착 원하는 청년세대에 파격 인센티브 제공해야"

  • 이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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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7 06:57  |  수정 2022-08-17 07:02  |  발행일 2022-08-17 제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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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 추진된 '혁신도시 사업'이 지역 인구증가로 이어지지 못하면서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대구 동구의 경우 혁신도시로 선정될 당시만 해도 연료단지 이전 등 안심지역의 획기적인 변화가 예상되면서 상당한 인구 유입이 기대됐지만 파급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2008~2016년 대구 동구 인구는 33만996명에서 35만1천352명으로 2만300명 넘게 늘어났지만, 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 지난해 34만1천436명을 기록했다. 이는 동구의 인구 성장을 견인하던 신서혁신도시의 성장 정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구 동구는 현재 6년째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혁신도시·첨단복합단지에 입주해 있는 공공기관 및 기업의 종사자 가족을 '동구 주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동구청뿐 아니라 대구시의 지속적이고도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신서혁신도시의 정체

대구 동구 인구는 2008년부터 2016년까지 2만명 넘게 증가하며 이른바 '인구 호황기'를 맞았다. 이 기간 조성된 신서혁신도시와 이시아폴리스 등 신도시의 영향이 컸다. 혁신도시의 경우 2012~2015년 총 11개의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쳤다. 또 2013년엔 대구경북첨단복합단지가 들어섰으며, 봉무동 이시아폴리스도 같은 시점 입주를 마쳤다. 이로 인해 2013~2014년에만 4천173명의 인구가 증가했고, 혁신동 인구도 2015~2016년 6천229명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인구증가는 오래가지 못했다. 혁신도시를 비롯한 신도시 효과가 떨어지자 2016년을 기점으로 동구 전체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동구 인구는 2017년 34만9천379명, 2018년 35만1천291명, 2019년 34만5천469명, 2020년 34만1천920명, 2021년 34만1천436명으로 계속 떨어졌다. 결국 10년 전 인구로 다시 퇴보한 셈이다.

이러한 퇴보 현상은 대구 전반의 인구감소 영향도 있지만 혁신도시의 정체와도 연관이 있다. 혁신도시 인구는 2016년 이후에도 얼마간 증가하긴 했지만 지난해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다. 2020년 1만8천878명이던 인구는 지난 3월 1만8천577명으로 줄었다. 현재까지는 몇 백 명 단위의 소폭 감소에 불과하지만 혁신도시의 취약한 정주 여건을 감안할 때 감소세가 심각한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08~2016년 대구 동구 인구
혁신도시 등 영향으로 호황기
열악한 교통·생활 인프라 탓
가족단위 실질정착 더딘 상황
최근 6년 연속 감소세 이어져

집값 싼 지방 선호 청년 많아
자녀교육 프로그램 필요 지적
생애주기별 플랜 마련 조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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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낮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 인근 상가 건물에 공실을 알리는 '임대' 포스터가 붙어 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낮에도 불 꺼진 상가

지난 14일 일요일 정오쯤 찾은 혁신도시는 말 그대로 적막했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대중교통 접근성이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았다. 노선버스는 두 대밖에 없었으며, 지하철을 타기 위해선 안심역까지 도보로 10분 이상 걸어야 했다. 식당·카페 등 상가가 많았지만 곳곳에 '임대'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불이 꺼진 상가도 건물마다 한 곳 이상은 돼 보였다. 혁신동 부동산 중개업자 A씨는 "상가가 마치 직원들의 점심시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처럼 그때만 잠깐 활성화되고, 그 외 주중과 주말에는 늘 이런 모습"이라고 전했다.

다수의 부동산 업체에 따르면 혁신도시의 가장 큰 문제는 교통과 생활 인프라의 부족이다. 부동산 중개업자 B씨는 "주거공간은 충분한 것 같다. 2천명 넘게 수용가능한 LH아파트도 근처에 바로 있고, 주택가 투룸이나 오피스텔에도 많이들 살고 있다"면서도 "주변을 둘러보면 알겠지만 상가 밀집도가 낮고 대형마트는 코스트코 하나뿐이다. 일과 주거만을 위한 곳이라 정주여건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영향으로 혁신도시의 가족동반 이주율은 여전히 낮은 상태다. 대구시에 따르면 혁신도시 가족동반 이주율은 3월 기준 69.3%다. 표면적으로는 10가구 중 3가구만 '기러기'로, 초창기인 2015년 가족동반 이주율(36.2%)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에는 통계상 '함정'이 있다. 대구시는 이에 대해 "통계에 1인가구가 포함돼 신규직원들이 유입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과 생활 등 다방면을 고려해야 하는 가족 단위의 실질적 정착은 더딘 셈이다.

◆청년 정착시킬 유인책

청년인구가 줄어들고 있지만 혁신도시는 동구에서 상대적으로 '젊은' 지역에 속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3월 기준 혁신도시의 만 20~39세 청년은 총 6천83명으로 혁신동 인구의 32.7%를 차지한다. 2018년(6천528명)에 비해 매년 1~3%씩 줄고 있지만 청년비율은 낮지 않은 편이다. 문제는 이들이 미래에도 혁신도시를 비롯한 동구에 정착하느냐다. 청년인구 중에서도 수도권의 비싼 집값을 피해 지방근무를 선호하는 청년이 많은 만큼 이들을 정착시킬 묘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수요자 관점에서 청년기부터 노년기까지 장기적인 생애주기별 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청년이 결혼하고 어딘가 정착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항은 '자녀 교육'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으로 일단 유인책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어 "그다음은 장소성의 가치다. 재테크 수단으로서 매력이 있느냐의 문제"라면서 "동구는 혁신도시 중심으로 공공기관이 들어서 있는 만큼 강력한 기업들을 유치하고 이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부수적인 인프라가 따라오고 장소성의 가치가 높아져 정착의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현재 용역을 진행 중이다. 결과는 12월쯤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 사례를 분석하고 입주민, 기업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정주여건 개선방안 5개를 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구청은 인구·청년 정책팀을 마련하는 동시에 교육인프라와 SOC를 갖춰 가겠다는 입장이다. 윤석준 동구청장은 "내년 2월 문화시설, 수영장, 도서관 등이 모두 있는 복합혁신센터가 준공된다. 어린이 특화 SOC 사업도 내년 완공 예정"이라며 "조직개편을 통해 인구정책팀을 편성하고 가족 단위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인구정책을 펼쳐가겠다"고 했다.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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