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10] 옛 가야대 고령캠퍼스 현주소…학생 3천500여명 북적대던 대학촌 폐업·공실 사태로 슬럼화

  • 유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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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4   |  발행일 2022-08-24 제3면   |  수정 2022-08-24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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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야대 고령캠퍼스에 남아 있는 교비석과 본관 건물.(왼쪽) 옛 가야대 고령캠퍼스 부근 한 원룸 앞에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다. 학생들이 떠난 뒤 새로운 입주자를 찾지 못한 이 원룸은 폐허가 됐다.

지난 18일 경북 고령 대가야읍 지산3리 옛 가야대 고령캠퍼스 입구 삼거리. 2005년 캠퍼스가 경남 김해로 옮겨졌지만 '가야대학교'라는 표지판은 그대로 신호등 옆에 달려 있다. 도로 바닥에도 '가야대학교'라는 글씨와 함께 방향 표시선이 선명하게 그려져 있다. 캠퍼스는 기존 건물이 남아있는 곳과 9홀짜리 골프장이 들어선 곳으로 나뉘어 있다. 본관으로 보이는 건물 앞에는 '가야대학교'라고 쓰인 교비석도 있다. 이를 중심으로 좌우에 교수동이 자리한다. 교수동 입구 현관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이날 오후 2시쯤 찾아간 캠퍼스 입구 오른쪽 옛 대학촌. 서울 압구정을 빗대 '앞구정'으로 부를 정도로 잘 나가던 곳이었지만 현재는 화려함은커녕 찢어지거나 색이 바랜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비디오 대여'라고 쓰여진 간판이 걸려 있는 것으로 봐서는 대학이 떠난 후 10여 년 동안 상가가 임대되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아시아마트 고령점'이라고 쓰인 간판과 '용역·인력 구함'이라는 문구의 현수막은 이곳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살고 있음을 알려준다.

'뒷구정'이라고 불리던 원룸촌 곳곳에도 '전·월세 임대'라는 간판이 붙어 있다. 원룸·상가 대부분은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일부 문이 열려 있는 곳의 복도에는 버려진 가구와 생활 쓰레기가 한가득 쌓여 있다. 방 32개짜리 원룸 건물 곳곳에는 쓰레기 더미가 널려 있고 가전제품은 방 밖에 폐기됐다. 이 건물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지 않아 폐허나 다름없다.

한 원룸 건물 앞에는 컨테이너로 방을 만들어 세를 주고 있다. 아마도 낡은 원룸을 수리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마당에 임시로 컨테이너 방을 만든 것으로 보였다. 길 건너편 '도시가스·드럼세탁기·냉장고·가스레인지 완비'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린 원룸 앞에 인적이 끊어진 듯 잡초만 무성하다. 보증금 30만원, 월세 20만원짜리의 또 다른 원룸 안에는 벽걸이 에어컨과 냉장고 등 가전제품이 있었지만 30년 전쯤 사용된 낡은 것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원룸 주인은 "집이 오래된 만큼 보증금이 적다"고 말했다.

학생 모집중단 고작 1년 만에
郡 상주인구 10%나 줄어들어
매물로 나온 건물은 거래 '뚝'
원룸엔 외국인노동자 등 입주


◆대학이 있다 없어진 고령

1993년 고령 대가야읍 지산3리에 가야대 고령캠퍼스가 들어섰다. 개교 직후 학교 주변에 원룸·식당·당구장·노래방·서점·주점·PC방 등이 생겨나 대학촌이 형성됐다. 1996년에는 대구경북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연극영화학과가 개설되기도 했다. 개교 당시에는 학부생이 200여 명 수준이었지만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외지 학생을 모집해 2003년 770명 규모로 몸집을 키웠고, 국고 지원금을 받아 학교를 더 성장시키면서 1998년에는 학생 수가 3천500여 명에 이르렀다. 대가야읍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모(여·45)씨는 "대학이 잘나갈 땐 학교 근처뿐만 아니라 읍내도 사람들로 넘쳐났다"며 "대학 근처 땅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갔음에도 이를 매입하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고령군의 인구 증가와 경제활성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가야대가 경남 김해 삼계동에 새로운 캠퍼스를 만들자 고령캠퍼스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당시만 해도 김해는 인구가 40만명이 넘는 큰 도시인 반면 고령의 인구는 3만명대였다. 고령캠퍼스의 신입생 충원율이 김해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수많은 경쟁 대학들이 개교하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결국 2004년부터 학과들이 하나둘씩 김해캠퍼스로 이전했다. 신입생 모집은 중단됐고 2012년 자율전공학부생 60여 명이 졸업하면서 고령캠퍼스는 텅 비고 사실상 폐교됐다.

대학이 떠나는 과정에서 고령군과 가야대의 불화설이 나돌기도 했다. 가야대가 학생 모집을 중단하고 고령을 떠나려 할 때 고령군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는 얘기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고령군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당시 고령군수와 가야대 총장이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 점이 절대적이지는 않았지만 캠퍼스 이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이 떠난 뒤 후폭풍은 거셌다. 고령캠퍼스가 김해캠퍼스로 통폐합된 이후 고령 인구는 급감했다. 고령캠퍼스 신입생 모집 중단 1년 만에 상주 인구의 10% 이상이 줄었다. 캠퍼스 주변 200여 개 원룸 가운데 빈 곳도 적지 않다. 대가야읍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관계자는 "공실률이 30% 정도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떠난 원룸에는 외국인 노동자와 소외계층이 입주했다. 보증금 30만원에 월세 15만~23만원 정도다. 일부 원룸은 폐허가 됐다. 이에 반해 인근 대가야읍 원룸은 보증금 300만원에 월세 35만원 안팎이다. 고령 대학촌 원룸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호황을 누리던 식당·노래방·당구장·PC방 등은 문을 닫은 지 오래다. 매물로 나온 건물이 많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학촌 부근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치안 수요가 다른 지역에 비해 많다. 고령군 관계자는 "외국인과 저소득층이 몰려 있고 비행 청소년의 출입이 잦다 보니 (옛날 대학촌 부근에서) 치안수요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후적지 70% 골프장 지어 매각
전문대 설립 약속도 안 지켜져
지역경제 활성화 공수표 전락
학교측 '먹튀' 비판 못 피해 가

◆대학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는가

가야대 고령캠퍼스 전체 부지 61만7천㎡ 가운데 70% 정도는 9홀짜리 골프장으로 변했다. 당시로 돌아가 보자. 사실상 김해로 캠퍼스를 옮긴 뒤 가야대는 2011년 캠퍼스 부지 중 46만8천㎡를 상업부지로 전환하고 골프장 조성을 추진했다. 이곳에 골프학과와 레저체육학과를 신설하고 스포츠레저 전문대학으로 재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당초 2016년 준공이 목표였던 골프장은 2019년 완공했다. 사업 인가와 세부 계획 등 관련 절차가 늦어진 데다 문화재보호법에 발목이 잡혀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그해 8월 가야대 학교법인 대구학원은 골프장과 부대시설을 민간인에 매각했다. 당초에는 학교법인이 운영한다고 했지만 완공 후 입장을 바꾼 것이다. 가야대 관계자는 "학교 법인이 작다 보니 골프장을 운영할 여건이 안됐다"고 회상했다.

고령 군민은 골프장이 고용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주민숙원을 해결해 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실망으로 바뀌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주민과 약속한 숙원사업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약속도 헛구호에 그쳤다. 고령군 관계자는 "골프장이 생긴 뒤 상권 활성화를 기대하며 가로등을 더 설치하고 도로를 넓히는 등 정비사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지만 생각한 만큼의 경제활성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가야대도 '먹튀'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형편이다. 골프장을 만들 때 약속했던 스포츠레저 전문대학 설립을 지키지 않았다. 2020년 7월 본관 건물을 비롯해 창의관·실습동·가야관 등이 있는 13만3천㎡ 규모의 후적지를 호텔, 노인 의료복지주거시설, 노인 전용병원 등으로 개발해 인구 유입 및 대가야문화권 관광 개발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진척된 게 없다.

가야대는 최근 후적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땅을 고령캠퍼스로 다시 활용할 계획은 전혀 없다. 가야대 관계자는 "(후적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덩치가 커 쉽지 않다. 학교부지를 택지지구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고령군, 경북도 등과 조율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생 모집의 어려움 등으로 인해 고령캠퍼스를 다시 열 생각은 없다는 게 학교 측의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유선태기자 youst@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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