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대 홀대-차별로 성장한 수도권 대학으로 청년인구 몰려

  • 박종문
  • |
  • 입력 2022-07-19 18:41  |  수정 2022-07-20 07:43  |  발행일 2022-07-20
[인구절벽시대 우리 지역 우리가 지키자 .4] 지방대 육성이 지방소멸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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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대학교 본관. 영남일보 DB

지방대 학생모집 위기 가속화 지역경제 활력 저하로 이어져

수도권으로 인구 재유출 초래 지역 인구소멸 단계 접어들어


대구경북 우수 고등교육기관 지역 발전 이끌어갈 역량 갖춰

구조적 불평등 바로잡기 위한 정부 지방대 육성책 서둘러야

 

 

지역의 인구소멸 현상을 분석해 보면 지방대 위기와 밀접히 연관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1981년 졸업정원제 시행으로 각 대학 정원이 일률적으로 30%씩 확대되면서 수도권대학 쏠림이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중앙집권화와 경제성장으로 수도권 인구 흡입 요인이 증가하고, 최근에는 학령인구 급감사태까지 겹치면서 지방대는 학생모집은커녕 생존 위기에까지 내몰리고 있다.

◆3대 위기에 빠진 비수도권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1학년도 수도권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94.7%, 비수도권은 89.2%로 나타났다. 또 미충원 4만586명 중 75%인 3만458명이 비수도권 대학에서 발생했다. 학령인구 급감에 따른 신입생 모집난이 비수도권에 집중됐음이다. 특히 중소도시와 군(郡)지역 소재 대학의 충원율이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소도시의 유일한 청년유입 요인인 '대학'이 존립기반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비수도권 거주자의 대규모 수도권 유출은 1차적으로 대학진학 때 발생하고 2차적으로는 직장을 구할 때 생긴다. 2019년 기준 1천대 대기업 본사의 75.3%인 753개가 수도권에 있고, 1천대 대기업 매출의 86.3%(1천935조원)가 수도권에서 나오고 있다. 대기업과 첨단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에서 비수도권 대학 졸업생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조성된 혁신도시에 공공기관이 입주해 있지만 지역대학 졸업생의 수요에 비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해 청년 유출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 관련 첨단기업도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우수인재의 수도권 유출은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은 국토면적의 약 10%에 불과하지만 인구(2019년 말 기준)의 50%인 2천593만명이 모여 살고 있다. 영국 36.4%, 일본 34.5%, 프랑스 18.3%와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지방소멸, 청년유출, 대학생존 3대 위기가 맞물려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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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이 문제
수도권대학이 비교우위를 가지게 된 이유가 입지 여건의 유리함에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큰 몫을 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지방대 홀대, 지방대 차별 속에서 수도권대학이 성장한 것이다. 국토 균형발전, 비수도권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우수한 지방대를 육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경북대를 비롯해 국가거점국립대조차 수도권 사립대에 밀릴 정도로 가속화하고 있는 지방대 몰락의 배경에는 정부의 수도권대학 편향지원이 있었다.

대학교육연구소의 2019년 교육부와 정부 부처 대학재정지원(일반지원) 현황에 따르면 수도권대학에는 학교당 연간 약 224억원이 지원된 반면 비수도권대학에는 120억으로 절반에 불과했다. 2019년 연구개발비 상위 10개 대학을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6곳으로 압도적이었고 나머지는 대구·경북·부산·광주 각 1곳이었다. 인력양성비도 상위 10개 대학 중 5개가 수도권에 집중돼 정부의 대학지원 예산이 수도권 중심으로 배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대와 지역은 공동운명체
비수도권 청년의 수도권 유출은 '지방대 학생모집 위기 가속→지역경제 활력 저하→주민 삶의 질 하락→비수도권 인구 수도권 재유출→지역(인구)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점이다. 우수 인재가 지역에 머물지 않고 수도권으로 유출되면서 지방대학은 충원율 하락으로 생존위기에 내몰리고 있고, 젊은이가 떠난 지역은 점점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인구소멸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가 몇 년 내 지방대학을 고사 위기로 몰아 넣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지방대 몇 개 문을 닫는다고 지역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여기는 지역민도 많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대구경북에서 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크다. 젊은이를 모으고 교육과 연구기능을 수행하는 대학은 웬만한 대기업보다 지역기여도가 높다. 통상 대구경북지역 대학 입학생 가운데 다른 지역 출신이 3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지역경제 활동에도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사실상 무공해 대기업으로 보면 된다. 중소도시나 군(郡)지역은 지역사회 혁신의 핵심기관이기도 하다.

◆지역대학의 재발견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과 차별화하는 우수한 고등교육기관(대학)을 갖고 있다. 또 가장 다양한 대학이 공존하고 있는 지역이 바로 대구경북이다. 한마디로 극히 일부 우수학생을 제외하고 굳이 수도권 등으로 진학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형태의 고등교육기관을 다 갖고 있다.

대구경북에는 일반대(4년제) 22개교, 전문대 22개교, 사이버대 2개교 등 총 46개의 고등교육기관이 있다. 일반대에는 국가거점국립대인 경북대, 지역중심 국립대인 안동대, 국립대로 특성화 종합 공과대인 금오공과대가 있다. 또 과학기술특성화 대학으로 국가출연대학인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와 사립인 POSTECH(포스텍)이 있다. 대구교대는 국립 교원양성고등교육기관이다.

계명대·영남대·대구대 등 사립 일반대는 규모면에서 전국 상위 랭킹에 드는 대형대학이다. 가톨릭재단이 운영하는 대구가톨릭대와 불교재단이 운영하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그리고 기독교계 대학도 있다. 경일대·대구한의대·경운대·위덕대·한동대·동양대 등도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특성화 대학이다.

대구지역 주요 전문대학은 우리나라 전문대 발전을 선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경북지역에 산재한 대부분의 전문대도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혁신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립인 경북도립대도 있다. 또 직업 전문 고등교육기관인 국립 폴리텍대학이 대구와 경북에 캠퍼스를 두고 있다. 사이버대학 또한 4년 과정인 대구사이버대와 2년제인 영진사이버대가 있다.

◆획기적 지방대 육성이 해답
국책사업으로 박정희정부에서 공과대학 육성사업을 시행한 이후 아직까지 획기적인 지방대 육성사업은 없다. 정부가 2014년 지방대학육성법을 제정하고 5년 단위로 지방대 육성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재정 투자가 미미해 정책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청년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지방대를 수도권대학 못지 않게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부의 지방대학에 대한 대규모 재정투자가 불가피한 이유다. 지방대학이 가진 구조적 불평등성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역실정에 맞는 지방대 육성정책이 시급하다. 또 우수 인재가 졸업 후에도 지역에 머물면서 지역발전을 견인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비수도권 기업 육성 환경 개선 또한 중요하다.

게임 체인저가 될 첨단산업을 지방대와 지역대학생이 주도할 수 있도록 대학생의 기술 기반 창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미 수도권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 창업이 활발한 현실에서 지방이 이에 뒤질 경우 우리나라는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마지막 기회마저 잃어버릴지 모른다.

박종문기자 kpj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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