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특집] 구병원, 부끄러워 방치하면 변실금 악화…대장항문과서 진단·치료 한번에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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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01 07:52  |  수정 2022-11-02 10:25  |  발행일 2022-11-01 제17면
증상 심하면 사회생활까지 지장
MRI 배변조영술 등 통해 진단
전기센서 활용 항문근육 강화도

구자일병원장(30년사사진)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증상인 '변실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변실금은 고통보다 부끄러움 때문에 제때 병원을 찾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어르신들이 편하게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자녀들이 분위기를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구 병원장은 전했다. <구병원 제공>

출산 경험이 있는 노년기 여성들은 여러 가지 원인으로 골반 내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이나 인대가 느슨해지게 된다.

심한 경우 직장, 자궁, 질, 방광 등의 장기가 골반 아래로 내려오고, 대변 배출 조절 장애가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항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증상이 '변실금'이다.

변실금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대변이 나오거나, 변이 마렵다는 느낌이 들면 참지 못해 실수를 하게 된다. 기침이나 방귀에도 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까지 있다.

변실금은 가스가 새는 비교적 가벼운 증세부터 변 덩어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나오는 심각한 증상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잦은 실수로 불쾌한 냄새가 나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는 탓에 여행은 물론 외출도 못해 불안, 우울, 사회적 고립 등과 같은 2차 피해까지 안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더 큰 문제는 고통보다 부끄러움 때문에 가족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해 병원을 찾아 적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다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변실금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2011년 4천984명이던 변실금 환자는 2019년 1만2천841명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변실금 환자 상당수는 비전문가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있다.

대한대장항문학회가 변실금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 변실금 관련 정보를 의료진(34%)보다 주변 사람(42%)에게 더 많이 얻고 있다.

또 응답자의 42.6%가 증상이 나타나고 1년 이상 지난 뒤 병원을 찾았고, 이 중 절반가량(49.4%)은 5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처음으로 찾았다.

심지어 10년간 병원을 한 번도 찾지 않았다는 환자도 5명 중 1명 이상(23.6%)이었다.

병원을 늦게 찾은 이유는 '병이 아닌 줄 알아서'가 41.1%로 가장 많았고, '치료가 안 되는 줄 알아서' '부끄러워서'라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23.2%를 차지했다.

구병원 구자일 병원장은 "변실금 환자들은 부끄럽다거나 구체적으로 어떤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병원을 늦게 찾는 경우가 있다"며 "비전문가로부터 습득한 변실금 정보를 지나치게 신뢰하면 조기에 제대로 치료할 기회를 놓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변실금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점차 악화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변실금 환자의 71.8%는 60세 이상으로 고령의 환자일수록 증상이 심하고 점차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변실금 증상은 △신체 검진 △내과적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하게 된다.

내과적 검사에는 항문 내 압력을 측정하는 '항문 내압 검사', 직장의 전체적인 모양과 골반장기의 기능적인 움직임을 관찰하는 'MRI 역동성 배변조영술'을 비롯해 음부신경 근전도검사, 항문 초음파검사, 대장내시경 등이 있다.

특히 매일 배변일지를 기록할 경우 증상 확인을 통한 변실금 진단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구 병원장은 설명했다.

변실금의 경우 전문적 진료를 할 수 있는 전문의가 부족하고, 해부학, 생리학으로 접근이 어렵다.

또 대장항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영상의학과 등의 협진이 어려워 어느 과로 가야 하는지 몰라서 쉽게 접근해 치료받을 수 없는 분야에 속한다.

이런 탓에 대부분의 환자가 불편을 참고 지내거나 신문, 방송, 주변 사람, 인터넷과 같은 비전문가로부터 얻은 치료법으로 질병을 키우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변실금은 정확한 진단과 치료의 과정이 중요한 만큼 대장항문과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하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구 병원장은 "변실금은 증상이 있어도 환자가 질환에 대해 모르거나, 알더라도 치료가 잘 안 되는 병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변실금은 치료가 가능한 병으로, 증상이 있으면 대장항문과를 찾아 진료를 받아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 식이요법을 진행할 경우 햄, 소시지와 같이 가공하거나 훈제한 고기, 알코올(술),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등의 유제품, 건자두 등 설사 유발 과일, 자일리톨, 유과당 등 섭취는 피하는 게 좋다.

구 병원장은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전기 센서가 달린 기구나 풍선을 항문에 삽입해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괄약근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치료법으로 항문 근육을 강화할 수 있으며 직장의 감각을 되살리는 데 효과가 있다"고 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도움말=구병원 구자일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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