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불숨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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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10 06:40  |  수정 2022-11-10 06:43  |  발행일 2022-11-10 제23면

청년 시절 다른 기술자가 하루 200개의 접시를 만들면 그는 800개를 만들어 '잔그릇 대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도예가가 있었다. 14세에 도자기를 시작했던 그는 90세가되도록 오로지 도자기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 그는 제자들에게 "도자기라는 것은 누구든지 성의만 있으면 모두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자기라는 것은 인간성이 제일 중요하다"라며 인간성을 늘 강조해 왔다.

평소 삶에서도 탁월한 인간성을 실천해 왔던 그는 지난해 10월 작고한 문경의 도예가 도천 천한봉 선생이다. 고향의 후배들은 그의 희생과 봉사의 정신을 기려 최근 공덕비를 세웠다. 도예가의 공덕비로는 보기 드문 것이다. 그만큼 지역 사회나 후인들에게 끼친 그의 삶의 궤적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도천 선생의 일생은 '불숨'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져 2019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선보였으며 1주기를 맞아 최근 고향인 문경에서 상영됐다. 해녀들의 삶을 다룬 '물숨' '물꽃의 전설' 등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고희영 감독의 작품이다. '마음에 품은 한 점의 그릇을 만들기 위해 한평생 불과 싸워온 도공과 그에게서 불을 물려받기 위해 어둠 속에서 남몰래 힘을 길러온 딸의 이야기'를 6년 동안 기록했다.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고인은 도공으로 사는 삶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발전과 이웃돕기, 장학사업 등 능력이 닿는 대로 힘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늘 자신을 낮추며 겸손했던 그였기에 후인들에게 모범이 됐다. 소탈하게 웃던 모습이 새삼 그립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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