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구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지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주석 기자 |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원주민만 쫓겨난다.'
15일 오전 찾은 대구 서구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지엔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사업인가 후 조합원 모집이 진행 중인 평리4동은 골목마다 원주민들이 내건 '재개발 결사반대', '임대 아파트 아닌 명품 아파트 주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달 조합으로부터 각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전달받은 뒤 집단으로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 주민은 턱없이 낮은 감정 평가액을 통보받고는 지난달 자신이 살던 아파트 5층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주민 박모씨는 "오랫동안 봐왔던 어르신께서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산다며 울부짖으시다 옥상 아래로 뛰어내리셨다"며 "아직도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고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주민 최모 씨는 "저희 집은 평(3.3㎡)당 700만원으로 평가 받았지만, 다른 주민들은 위치에 따라 최하 평당 400만원까지 감정평가액이 정해졌다"며 "이 돈으론 재개발 사업 아파트 분양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에서조차 살기 어렵다"고 혀를 찼다.
평리4동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은 2018년 국토교통부의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화 됐다. 조합원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 분량을 일괄 매각해 임대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해당 사업은 미분양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임대아파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해당 사업을 접고 일반 아파트 단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김모씨는 " 총회에서 조합장과 대의원들이 일반 주민들의 생각은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민간임대 정비사업을 결정했다"며 "임대아파트라는 꼬리표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감정평가 결과를 전달받은 주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며 답답해 했다.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측은 "주민 과반이 동의할 경우 총회를 열어 사업 취소 등을 검토할 순 있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매몰 비용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재개발정비사업지의 3.3㎡당 평균 감정가는 914만원으로, 다른 재개발단지와 비교해 결코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한철수 조합장은 "평리4동 재개발사업은 지난 17년간 사업자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마지막 방안으로 공공임대사업이 결정됐다"며 "해당 사업을 접으면 대여금이나 설계, 용역비 등 백억 원대 매몰 비용을 건설사에 지급해야 하고, 향후 부동산 전망 역시 장담할 수 없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단지 주민들은 16일 서구청 앞에서 재개발 무산을 위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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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