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낮은 보상가에 대구 평리동 원주민 극단적 선택까지

  • 오주석
  • |
  • 입력 2022-11-15 16:37  |  수정 2022-11-15 17:19  |  발행일 2022-11-15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주민 간 갈등 고조
"보상 낮은 임대아파트 짓느니 아예 사업 철회하라"
"보상가 결코 낮지 않다...100억대 매몰 비용 부담은"
2022111501000489400020001
대구 서구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지에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오주석 기자

'누구를 위한 재개발인가, 원주민만 쫓겨난다.'


15일 오전 찾은 대구 서구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지엔 재개발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사업인가 후 조합원 모집이 진행 중인 평리4동은 골목마다 원주민들이 내건 '재개발 결사반대', '임대 아파트 아닌 명품 아파트 주민'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이곳 주민들은 지난달 조합으로부터 각 부동산에 대한 감정평가액을 전달받은 뒤 집단으로 재개발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 주민은 턱없이 낮은 감정 평가액을 통보받고는 지난달 자신이 살던 아파트 5층 옥상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주민 박모씨는 "오랫동안 봐왔던 어르신께서 이대로는 억울해서 못 산다며 울부짖으시다 옥상 아래로 뛰어내리셨다"며 "아직도 어르신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아른 거린다"고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주민 최모 씨는 "저희 집은 평(3.3㎡)당 700만원으로 평가 받았지만, 다른 주민들은 위치에 따라 최하 평당 400만원까지 감정평가액이 정해졌다"며 "이 돈으론 재개발 사업 아파트 분양은 고사하고 다른 지역에서조차 살기 어렵다"고 혀를 찼다.

평리4동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조합원 간 갈등은 2018년 국토교통부의 공공지원민간임대 연계형 정비사업 승인을 받으면서 본격화 됐다. 조합원 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 분량을 일괄 매각해 임대아파트 단지로 만드는 해당 사업은 미분양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점이 있지만, '임대아파트'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아야 하는 단점 역시 존재한다.

주민들은 지금이라도 해당 사업을 접고 일반 아파트 단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민 김모씨는 " 총회에서 조합장과 대의원들이 일반 주민들의 생각은 고려하지 않고 졸속으로 민간임대 정비사업을 결정했다"며 "임대아파트라는 꼬리표로 인해 기대에 못 미치는 감정평가 결과를 전달받은 주민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 간다"며 답답해 했다.

서대구지구 재개발정비사업 조합 측은 "주민 과반이 동의할 경우 총회를 열어 사업 취소 등을 검토할 순 있지만, 지금까지 발생한 매몰 비용을 생각하면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더불어 "재개발정비사업지의 3.3㎡당 평균 감정가는 914만원으로, 다른 재개발단지와 비교해 결코 나쁘지 않다"라고 했다.

한철수 조합장은 "평리4동 재개발사업은 지난 17년간 사업자 변경 등 우여곡절을 겪었기에 마지막 방안으로 공공임대사업이 결정됐다"며 "해당 사업을 접으면 대여금이나 설계, 용역비 등 백억 원대 매몰 비용을 건설사에 지급해야 하고, 향후 부동산 전망 역시 장담할 수 없기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평리4동 서대구지구 재개발단지 주민들은 16일 서구청 앞에서 재개발 무산을 위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