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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왼쪽)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증인 출석 확인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연합뉴스 |
여야는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소위원회에서 용산경찰서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늑장 대응과 초기 부실 대응을 한 목소리로 질타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 관리관이었던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서장은 "(이태원)참사 상황을 인지 한 건 23시쯤이다. 사고 당시 이태원 참사 과정에서 단 1건의 보고도 받지 못했다"며 "이태원 인근 녹사평역에 도착해 현장을 관리하던 용산서 상황실장에게 상황을 물었는데, '지금 사람들이 좀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사항은 없다'고 들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갈 때만 해도 어떤 특정 지점을 하는 그런 개념이 아니고, 핼러윈 축제 교통 전반 상황이나 축제의 전체적인 상황을 점검하는 차원에서 갔다"고 했다. 참사가 발생했음에도 이 전 서장은 재난 상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셈이다.
이 전 서장은 또 이태원 참사 발생 전 핼러윈 대비 안전대책 차원에서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투입을 요청했지만 인력 부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 핼러윈 축제 질서 유지를 위해 서울청에 기동대를 배치해야 한다는 요청을 했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두차례 요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요청했냐는 질의엔 "제가 주무부처에 핼러윈 축제 관련해서 가장 효율적인 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해당 직원이 서울청 주무부처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대답했다. 이어 "하지만 서울청이 당일 집회·시위가 많아서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왔었다"며 "서울청에서 기동대 지원에 대해 재차 검토했지만 집회·시위 때문에 지원이 힘들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서장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핼러윈을 앞둔 주말에 이태원 등에 인파가 몰릴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결정을 하지 않은 김광호 청장 등 서울청 관계자들의 직무상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 전 서장은 "고인분과 유족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어떤 말로 사죄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유족들 앞에서 어찌 힘들단 말을 하겠나마는 그날의 진상을 말씀드리고 다시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규명 차원에서 말씀드린다"고 거듭 해명했다.
류 전 총경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 "당일 상황 관리관으로서 성실하게 근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 상황은) 당일 밤 11시39분쯤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상황 보고 전용폰으로 연락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당시 근무지를 이탈했던 것에 대해선 "상황실 직원한테 연락받고 상황실로 돌아가서 상황팀장으로부터 '용산경찰서장이 서울청장 보고해서 청장이 현장에 나가고 있다는 얘길 들었다"며 "서울청장이 이미 나가서 가용 경력을 현장에 배치하는 게 급선무라 생각해 가용경력을 보낸 후 정리한 다음 (김광호 서울청장에) 문자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광호 서울청장보다도 대응이 늦었단 비판에는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이날 민주당이 행안위 예결 소위에서 단독 의결로 통과한 내년도 경찰국 예산 삭감안의 전체 회의 상정 여부를 두고도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9일 행안위 예결소위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내년도 경찰국에 배정된 기본 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천400만 원을 전액 삭감해 의결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은 이날 전체 회의에서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은 예산안을 상정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의 의무를 저 버렸다"고 반발했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예산 갑질"이라고 맞섰다. 여야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회의장 곳곳에는 고성이 오갔고 결국 회의 시작 40여 분만에 정회가 선포되기도 했다.
1시간 50여분의 정회 끝에 회의를 속개한 이 위원장은 "내일(17일) 오후 2시에 (예산안과 관련한) 전체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산안 상정이 원만하게 될 수 있도록 수정사항에 대해서는 여야가 계속 깊이 있는 협의를 해 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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