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심사와 장관 해임건의안 등으로 여야 간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25일 한남동 관저에서 국민의힘 지도부와 송년회를 겸한 만찬회동을 한 지 닷새 만에 주 원내대표를 다시 초청한 것이다. 주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정국 현안을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 원내대표는 1일 윤 대통령과의 전날 회동 사실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공개 일정 외에 누구를 언제 만났다는 걸 확인해 드리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대통령의 비공개 일정 자체는 어떤 것이든 확인해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양측 모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할 뿐 회동 자체를 부인하지 않아 만남이 이뤄졌음을 간접 시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와의 회동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내년도 예산안 등 현안을 잘 풀어달라고 당부하면서 원내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관저에 입주한 뒤 권성동·장제원·이철규·윤한홍 등 소위 '윤핵관' 4인과 부부동반 회동을 갖는 등 여권 인사를 잇따라 초대하며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번 회동이 대여 공세를 강화한 야당과 당내 친윤계(친 윤석열계) 사이에서 운신의 폭이 좁아진 주 원내대표에게 윤 대통령의 힘이 확실히 실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야당과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과정에서 불거진 대통령실과의 소통부재 논란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에선 주 원내대표가 그동안 합리적이고 온건한 당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야당에 대한 강경 입장으로 바뀔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회동 자체는 다른 의원들도 알 수 없다. 대통령실에서 회동 여부를 확인해 주지 않는 이상 주 원내대표도 어떠한 입장도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다만 주 원내대표가 오늘(1일) 민주당의 본회의 개의를 저지하기 위해 강경한 의지를 밝히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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