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날개 꺾였음을 부정하는 이재명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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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06:43  |  수정 2022-12-26 06:47  |  발행일 2022-12-26 제26면
검찰 소환 야당 대표의
정치 탄압 프레임 짜기
국민 여론 설득하기엔
정황과 진술 너무 많아
다 한통속이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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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국건 서울본부장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지금 세 갈래 파도에 휩쓸려 있다. 사법 리스크 방탄용으로 어렵게 쟁취한 '당권'은 조기 레임덕 상태다. 대권 고지 등정의 자금 저수지란 의심을 받는 '대장동 사람들'은 검찰에 투항해 폭탄 발언을 쏟아낸다. 그가 대선 때 윤석열 대통령에게 맞서 초접전을 치를 수 있었을 만큼 우호적이었던 '민심'은 속속 등을 돌린다. 그런데도 이재명은 위기 상황을 애써 부정하면서 '정치탄압' 프레임 하나로 맞서고 있다. 지지자와 국민을 상대로 저 극악무도한 윤석열 정권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달라고 읍소한다.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고 그가 보인 반응은 '최후의 발악'에 가깝다.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 수사다" "윤석열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다" "이재명에게 언제 소환에 응할 것인지 물을 게 아니고,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받을 거냐고 먼저 물어보라".

이재명은 혼자선 힘에 부치니 민주당 구성원과 지지자들이 모두 나서 달라고 호소할 뿐 아니라 인사권을 이용해 구애도 한다. 당의 싱크탱크이자 차기 총선 공천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인 민주연구원 원장에 '친문' 적통 정태호 의원을 내정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피로감을 느끼는 민주당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재명 손절론'은 이제 '친문' '친이낙연' 진영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당 대표 취임 100일 남짓 만에 당권 레임덕이 오면서 '식물 대표'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이 상황에서도 이재명은 자기부정을 하며 검찰 정권에 결연히 맞서자며 총동원령을 내린다. 그러나 당내 입지가 크게 흔들릴 뿐 아니라 '대장동 사람들'의 자기 생존을 위한 반란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에 "대한민국을 먹자" "이재명 대통령 만들자"라며 의기투합했던 유동규와 정진상은 '대장동 몸통=이재명' 여부를 놓고 벼랑 끝 진실 게임 중이다. '이재명 피로증'에 민심도 하루가 다르게 멀어지고 있음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읽힌다. 민주당 지지율마저 덩달아 떨어지고 있고,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도 '이재명 효과'가 영향을 미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탄압'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주장이 성립하려면 이재명과 그를 추종하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두가 한통속이어야 한다. 대부분 수사가 문재인 검찰에서 시작되어 윤석열 검찰에 이어지고 있으므로 신·구 정권 검찰이 '이재명 잡기'에 힘을 모았어야 한다. 이재명 측근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과 구속영장을 100% 발부해 주는 법원도 마찬가지다. 자체 취재 결과를 내놓는 언론, 릴레이 폭로를 이어가는 대장동 사람들도 공범이어야 한다. 심지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대장동 의혹을 집중 제기한 이낙연 전 총리도 이재명과 민주당을 겨냥한 정치탄압의 주체가 돼야 주장이 성립된다. '변호사 신분 정치인 이재명'은 이미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치적 방탄복을 모두 벗어 던지고 변호인들의 도움을 받아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게 옳은 선택이다. 세 갈래로 밀려오는 위기를 '정치탄압'을 방패 삼아 모두 '남 탓'으로 돌리는 일이 성공할 정도로 국가 시스템과 법망이 허술하지 않다. 이미 날개가 다 꺾여 추락 중임을 부정할수록 땅에 다다랐을 때의 충격은 더 크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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