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 연중 캠페인 - 人道를 돌려주세요] 돌아오는 인도…개선 작업 나선 대구의 '길'

  • 이자인,노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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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26 17:51  |  수정 2022-12-28 11:16  |  발행일 2022-12-27 제1면
작지만 큰 변화...대구도심 골목길에 인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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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구 신성초등 학생들이 가파른 경사로를 따라 등교하고 있다. 조만간 경사길 평탄화 사업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자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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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성군립도서관 앞 길, 최근까지 주차 차량이 길게 늘어서 있던 공간이 지난 달 새로 보행로가 설치돼 걸어다니는 시민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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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굣길 어린이들을 비롯해 보행자들에게 '불친절'했던 대구 도심속 길이 '인도'를 부활하고 있다. 도로 위 작은 변화가 '큰 안전'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 8월 대구 동구에 위치한 신성초등 등굣길은 가파른 경사로 아이들 통행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영남일보 8월5일자 10면 보도)이 제기됐다. 이곳을 지나는 아이들은 부모의 손이나 안전대를 잡고 보도를 걸어야 할 만큼 위태한 상황이었다. 최근 대구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통행 안전은 더욱 위협 받았다.

등굣길 경사면을 낮추기 위해선 인접한 경사면 공사를 함께 해야 했지만, 부지를 소유한 건물주의 반대로 평탄화 사업이 수년째 이뤄지지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보다 못한 신성초등 학부모들은 이달에만 대구시와 동구청에 60여건의 민원을 제기했다. 학부모 A씨는 "신성초등에 아이를 보내는 아파트만 5곳으로 총 6천256세대에 이른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데다 사고 위험에 취약한 초등학생이 늘상 다니는 곳이다"며 "우리 자녀들의 안전한 통학권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구시가 응답하며 본격적으로 평탄화 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건물 소유 도로를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일단 등굣길 경사면을 낮추는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현재로선 동북로71길 일대가 동구와 북구 경계에 걸쳐 있어 행정절차가 다소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아이들 안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평탄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대구 달성군 군립도서관 앞 이면도로도 최근 새롭게 보행로가 조성돼 보행자들의 안전이 크게 개선됐다.
26일 달성군립도서관 앞 길. 회색 일방통행 차도 옆으로 산뜻한 초록색과 안전시설물로 분리된 공간이 눈에 띄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어린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초록색 보행로 위를 걷고 있었다. 당초 차량의 주정차 공간으로만 쓰이던 곳에 보행로가 조성된 것.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길은 도서관이나 인근 상가를 찾는 주민들이 지름길로 찾거나 아침이면 초등학생들의 등굣길로 이용돼 왔다. 하지만 차도와 보행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아 차량과 보행자 모두에게 혼잡한 위험 지대였다. 몸집이 작은 아이들이 주차된 차량들 사이로 걸어가거나 보행자와 차량이 뒤엉키기 일쑤였다.

이에 달성군청에서는 경찰과 협의를 통해 지난달 이곳에 보행로를 새로 설치했다. 주민들은 좁은 길에 설치된 보행로 하나가 불러온 변화는 크다고 했다.

주부 최모(43·달성군 다사읍)씨는 "아이와 함께 자주 그 길을 이용하는데, 최근 보행로가 새로 생겨서 정말 반가웠다"며 "이전에는 짧은 그 길을 걸을 때마다 뒤에 차는 오지 않을지 불안해서 몇 번을 뒤돌아보고, 건물 벽 쪽에 붙어서 걸었다. 이제는 아이가 혼자 걸어 다녀도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해당 이면도로는 폭이 너무 좁다 보니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그곳은 당초 좁은 길에 차량이 양방 통행하고 한쪽으로 주차가 가능한, 즉 차량 만을 위한 길로 이용돼 왔는데, 안전한 보행공간이 없다는 문제가 제기돼 보행로 설치를 하게 됐다"며 "보행로 설치 초기이다 보니 일부 운전자들이 불편하다는 의견은 있지만, 보행자의 안전도 그만큼 중요하다. 가급적 보행자·운전자 모두가 안전하게 길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차도 및 보행로 너비 등을 조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이자인기자 jain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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