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 정치칼럼] 심상찮은 김만배의 언론계·법조 로비의혹

  • 송국건
  • |
  • 입력 2023-01-09 06:44  |  수정 2023-01-09 06:52  |  발행일 2023-01-09 제26면
기자들 금품수수 의혹과
거액의 변호사 수임료로
재소환되는 이재명 재판
수사 전방위로 확대하면
추악한 비리들 쏟아질 듯

2023010901000259100010161
서울본부장

대장동 사건의 주범 격인 김만배씨는 한국일보 공채로 시작해 일간스포츠, 뉴시스, 머니투데이를 거친 기자 출신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에 재선된 2014년엔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신분이었으면서도 기초단체장을 직접 인터뷰하기도 했다. 대장동 사건이 터졌을 때 '김만배'란 이름이 등장하자 법조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들 사이에선 그의 통 큰 행적에 관한 경험담이 오갔다. 그런데 김만배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일부 기자들은 입을 꾹 다문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 이유가 최근 드러나고 있다. 김만배가 언론사 기자들을 '지회'라는 이름으로 관리했으며, 적지 않은 기자들과 돈거래가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진다. 최근 쟁점이 된 건 언론사 간부급 기자들과 주고받은 돈의 성격이지만 이전에도 '대장동 언론인 게이트' 조짐이 있었다.

SBS가 최초 보도하고 조선일보가 소속 언론사 이름을 공개한 '언론사 간부들과 김만배 돈 거래 의혹'에 등장하는 신문사는 '한겨레' '한국일보' '중앙일보' 세 곳이다. 김만배는 같은 시기에 법조를 출입했거나 비슷한 연배의 동료 기자들에게 6억원(한겨레), 1억원(한국일보), 9천만원(중앙일보)을 건넸다. 진보 성향 한겨레의 간부 기자와 가장 많은 돈거래가 있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해당 기자들의 해명은 똑같다. '뇌물'이 아니라 '빌린 돈'이거나 빌려준 돈에 이자를 쳐서 받았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그냥 줬건 빌려줬건 해당 기자들이 그때도 지금도 대장동 관련 기사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편집국 간부 자리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한겨레가 낸 사과문 중에도 그 내용이 실렸다. "(편집국 간부인) 그가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보도 과정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점에서 윤리강령과 취재보도준칙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한겨레는 그 간부를 해당 직무에서 뒤늦게 배제했지만, 그동안 대장동 관련 기사가 축소되거나 왜곡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른 두 곳도 정황상 마찬가지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는 2021년 검찰 조사에서 "김만배가 '기자들과 골프를 칠 때마다 100만원씩 줬다'고 하더라"는 진술을 한 바 있다. 이 진술과 관련된 내용도 '수십 명이 받았다'는 언급이 추가돼 최근 다시 보도되기 시작했다. 정영학 회계사의 2020년 녹취록엔 더 충격적인 김만배의 말들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기사를 돈으로 막았는데" "기자들 분양도 받아 주고 돈도 주고, 응?" "걔네들한테 카톡으로 차용증을 받아. 그런 다음에 2억원씩 주고, 분양받아 준 것도 있어, 아파트." 문재인 정권 검찰은 이런 녹취록을 확보하고도 수사를 안 했다. 대장동 사건을 언론계, 정치권(이재명)까지 확대하지 않으려고 뭉갰을 수 있다. 언론인 로비 의혹이 터진 시점에 김만배가 자신을 변호하는 법무법인에 100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줬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자 김만배가 이전에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당시 권순일 대법관에게 로비를 했다는 '재판 거래' 의혹도 다시 제기된다. 남욱이 검찰에서 "김만배가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대법원에 들어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게 부탁해 뒤집힐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는 진술도 있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김만배 수사를 전방위로 확대하면 '이재명 몸통설'과는 별개로 그동안 쉬쉬했던 우리 사회 곳곳의 추악한 비리 사슬이 드러날 거란 예감이 든다.

<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