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터뷰] 박지원 "尹정부 총체적 실패…대통령이 與당권주자에 '총기난사'"

  • 민경석,윤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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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8 14:54  |  수정 2023-01-28 16:49  |  발행일 2023-01-30 제4면
朴 전 국정원장 '정치 9단' 시선으로 現정부 8개월 평가
국정 전반 비판에도 노동·연금개혁 의지는 "잘한 것"
"내년 4월 총선 이후 보수진영 분열될 것" 전망내놓고
이재명 사법리스크 '분리대응론'에는 "민주당 뭉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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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8일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정치 9단' 'DJ의 오른팔' '사실상 DJ'


박지원 전 국정원장에게 붙는 수식어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비서실장과 문화관광부 장관, 4선 국회의원, 국정원장을 거치며 쌓인 관록을 상징한다. 여든을 넘은 나이지만, 통찰력 있는 시각과 특유의 유머감각으로 '영원한 현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박 전 원장이 출범 8개월을 넘긴 윤석열 정부에 대해 "총체적 실패이며, 잘한 건 하나도 없다"고 혹평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를 두고는 "윤 대통령이 당권 주자들에게 '총기 난사'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전 원장은 28일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사에서 영남일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갖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윤 대통령의 본산인 대구에서 점수를 매기면 매를 맞을 것 같다"면서도 이같이 답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보면 갈등만 만들고 있다. 경제 문제는 심지어 난방비 인상까지도 문재인 잘못이라고 하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윤 대통령의 노동·연금·교육 개혁 의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전 원장은 "3대 개혁의 기치를 들고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해서 검토를 하겠다는 건 잘한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외에는 잘한 게 없다. '만 나이' 시행으로 어른들 나이를 한 두 살 줄여준 게 유일한 업적"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당권 레이스를 두고는 비판 수위를 더욱 높였다. 박 전 원장은 "(윤 대통령이) 당권 주자들에게 총기 난사를 하고 있다.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등 다 쓰러졌다"면서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 과거 박정희·전두환·삼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권위주의시대 총재가 대표를 임명하는 시절로 돌아갔다. 차라리 대통령이 (당 대표를) 임명하면 되지, 왜 이렇게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맹폭했다.

그는 유승민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을 묻자 "출마를 해서 핍박을 받더라도 당선되거나 장렬히 전사를 하면 그의 미래는 열린다"면서 "그렇지만, 나경원의 길을 가면 미래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또 "김건희 여사가 관저에 (의원들을) 초청해서 식사 정치를 하고, (윤 대통령이) '축제니까 정당대회에 꼭 가겠다'라고 하는 건 협박·공갈"이라면서 "나경원 전 의원이 포기함으로써 안철수 의원의 지지율이 올라갔다고 하지만,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가 변수가 되겠지만, 아무래도 대통령이 저렇게 총들고 쏴대는데 윤심을 업은 김기현 의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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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28일 대구 중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에서 영남일보와의 인터뷰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그는 내년 4월 치러질 제22대 총선 이후 보수 진영이 분열 될 것이라고 예언하기도 했다. 박 전 원장은 "내년 총선이 한국 정치사에 큰 획을 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저렇게 무자비에게 당무에 간섭하면 보수가 대분열 될 것"이라며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과 공천에 칼질 당한 인사들이 보수 신당을 창당하면 현재 국민의힘은 '윤석열 당'으로 전락하고 신당이 보수 제1당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내 일각에서 '분리 대응론' 나오는 데 대해선 "분리 대응하자, 플랜 B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민주 정당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면서도 "그렇지만, 지금은 백척간두에 있고, 풍전등화이기 때문에 내일 지구가 멸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민주당은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쳐서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는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리 대응 하자고 벌써 이야기 하는 건 우리가 패배를 자인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있었다면, 여야 극한 대립을 어떻게 바라 봤겠나'라는 질문에는 "굉장히 안타까워 하셨을 것"이라며 "DJ는 대통령이 되자 동진정책을 써서 민정당 출신 김중권 정무수석을 비서실장으로, 같은 당 출신 이종찬 의원을 국정원장으로 임명했다. 그런데 지금 윤 대통령은 통합의 정치를 하고 있지 않아서 더 분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민주당이 대구경북(TK)에서 약진하는 등 지역 구도를 극복하기 위해 '실사구시' 정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대구는 역대 대통령을 가장 많이 배출했지만 경제로 보면 낙후된 도시"라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서로 협력을 해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광주공항 특별법을 함께 2월달에 (처리)하자고 하던데, 이 처럼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손에 와닿는, 피부로 느끼는 일을 대구와 광주가 협력해서 실사구시 정치를 해야한다"고 했다.


민경석기자 mea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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