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병풍'이 된 금배지들

  • 송국건
  • |
  • 입력 2023-01-30 06:44  |  수정 2023-01-30 06:50  |  발행일 2023-01-30 제26면
피의자 이재명 소환에
인간병풍 친 금배지들
방탄 국회 소집하고는
본회의 한번도 안열어
입법부 기능 흔들린다

2023013001000852900036791
서울본부장

'병풍(屛風)'은 바람을 막거나 무엇을 가리거나 혹은 장식용으로 방안에 치는 물건이다. 정치권에선 가끔 '인간 병풍'이 등장한다. 주요 정치인이 국회에서 회견문 낭독 등을 할 때 뒤에 쭉 늘어서 있는 경우로, 일종의 장식용에 해당한다. 그런데 민주당 대표 이재명이 1월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으로 성남지청에 출석할 때 병풍을 친 41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장식용이 아니라 바람을 막거나 무엇을 가리는 용도였다. 인간 병풍들은 검찰의 정치 바람을 막고 권력에 노출된 당 대표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말할 거다. 하지만 국민은 얼마나 그 말을 믿을까. 성남FC 의혹 하나로 수사를 받는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이재명의 혐의는 10개쯤 되는데, 그걸 모두 정권과 정치검찰이 기획했을까. 더구나 거의 모든 혐의는 문재인 정부 검찰에서 수사를 시작한 사건이다. '정치탄압' '야당 파괴' '정적 제거' 수사라면 당시 대통령 문재인이 이재명 세력을 겨냥한 게 된다.

이재명은 대장동 의혹 사건 등으로 두 번째 검찰에 소환될 때 스스로 날짜를 택일해 서울중앙지검에 통보했다. 토요일인 1월28일로 잡았는데, 평일엔 일해야 하니 휴일에 나가는 거라고 했다. 또 변호인과 단둘만 가겠다고 했다. 기만이다. 1차 소환 날짜도 사실상 자신이 결정했는데, 휴일이 아닌 화요일이었다. 평일에 자신만 일을 안 한 게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국회의원 41명이 서울 여의도 국회를 떠나 경기도 성남까지 가서 병풍을 쳤다. 인간 병풍 중 절반가량은 이재명이 한밤중 검찰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또 '눈도장'을 찍었다. 이재명이 서울 서초동의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한 1월28일에도 민주당 금배지 15명이 늘어섰는데, 이런 대화가 오갔다고 한다. "오지 말라는데 왜 왔느냐?"(이재명) "혼자 들어가시는 모습이 보기 그래서 혼날 각오를 하고 왔습니다."(최고위원 박찬대)

인간 병풍들은 과연 당 대표에게 몰아치는 외풍을 막기 위해서 에워싸고 있을까. 의정활동도 안 하고 밤늦게까지 기다리거나 '혼날 각오'를 하고 휴일에 달려가서 '눈도장'을 찍는 건 다른 속셈도 있지 않을까. 혹시 총선이 다가오니 아직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당 대표의 눈에 들기 위해서 인간 병풍 역할을 하는 건 아닐까. 맹목적 충성파들은 이재명이 기소되더라도 당 대표직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사상 초유의 '옥중공천' 얘기까지 정치판에서 나온다. 인간 병풍들 외에도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이재명 보호에 나서 있다. '민생'을 논의해야 한다며 1월 임시국회를 소집했는데, 본회의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현역 국회의원인 이재명이 회기 중 불체포 특권을 누릴 수 있도록 '방탄 국회'를 마련해 둔 거였다.

검찰은 이번 주 중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대장동 비리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로 예상된다. 이 경우 국회에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상정돼 본회의 표결 절차를 거친다. 민주당은 이미 당 소속 국회의원 노웅래의 뇌물혐의 사건 때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며 '이재명 보호'를 위한 사전 연습을 마쳤다. 과반이 훨씬 넘는 의석(169석)을 가졌으니 검찰의 이재명 구속영장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 금배지들의 '병풍' '방탄' 노릇이 앞으로 몇 차례나 더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입법부의 기능마저 흔들고 있다.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