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타임] 엘앤에프의 대약진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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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30 06:44  |  수정 2023-01-30 06:49  |  발행일 2023-01-30 제26면
이효설 경제부기자

2차전지 양극재 생산업체인 대구의 <주>엘앤에프가 지난해 매출 4조원 시대를 열었다. 대구 기업 매출 1위를 줄곧 지켜온 DGB대구은행, 에스엘<주>과 앞으로 어깨를 나란히 할 것으로 보인다. 엘앤에프 매출은 2020년 17위에서 2021년 3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올해 말쯤엔 기업 위상이 더 공고해질 것이라는 게 지역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실적달성 과정을 보면 성장세는 놀랍다. 2000년 7월 설립 후 11년 만인 2011년 6월 양극재 세계 시장점유율 3위를 꿰찼고, 2016년 5월 코스닥 시가총액 2천억원을 달성했다. 이듬해엔 시총 1조원 을, 2021년 10월엔 7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현재 시총은 7조5천억원대다.

엘앤에프가 대구 시민에게 전격 신고식을 치른 것은 기껏해야 지난해 여름쯤이다. 대구시에 역대 최대 규모 투자금을 들여 2차전지 양극재 공장을 짓게 된 사건(?)이 센세이션을 일으키면서부터다. 대구시와 엘앤에프는 '대구국가산업단지 제3공장 건립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단 터(9만9천378㎡)에 6천500억원을 투입해 '국가산단 3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던 엘앤에프는 한때 제동이 걸렸던 미국시장 진출도 올해 재추진한다. 미국 레드우드머티리얼즈(Redwood Materials)와 현지에 합작사(JV)를 세워 지속적인 판로 확대와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416.1% 오른 1조2천425억원을 기록했다. 2025년부터 매년 5만~10만t 규모의 양극재를 현지서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을 우려해 미국공장 건설을 불허한 바 있다.

긍정적 신호는 또 있다. 최근 테슬라의 전기차 가격 인하로 판매량이 늘면 엘앤에프가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 엘앤에프의 테슬라 납품을 통한 매출 비중은 80% 수준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선 테슬라의 가격 인하 영향으로 중국을 비롯, 미국·유럽에서도 판매량이 상승하는 분위기인 만큼 엘앤에프의 가동률은 당분간 안정적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엘앤에프의 수직 상승세를 보고 있노라면 대구경북의 산업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으리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2차전지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며, 이르면 2030년 대구산 자동차 100만대가 모두 전기차가 될 것이란 업계 전망도 전혀 불가능해 보이진 않는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점령하는 데 걸린 시간은 채 10년이 되지 않았다는 것을 우린 이미 체험하지 않았는가.이효설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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