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의식 바꿔야"…대구지하철참사 당시 현장 투입된 윤국범 소방관

  • 김형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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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16 15:33  |  수정 2023-02-16 15:46  |  발행일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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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대구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윤국범 소방위. 윤 소방위는 2003년 2월 대구지하철참사 당시 구조 활동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구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소속 윤국범 소방위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점을 이같이 꼽았다. 20년 전인 2003년 2월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에도 중부소방서 119구조대에 있었던 윤 소방위는 2년 전인 지난 2021년 다시 같은 곳으로 인사이동을 하게 됐다.

그는 참사 당일 화재 소식을 듣고 출동을 나서면서는 그 심각성을 선뜻 알 수 없었다며 당시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갔다. 윤 소방위는 "방화로 인해 순식간에 불이 번진 현장 상황을 몰랐지만 반월당 부근에 접근하면서 검은 연기가 보였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아카데미 극장 앞에 소방차를 대고 보니 길거리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지상 통풍구로는 짙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다"고 했다.

연기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 현장 접근도 어려워 바닥을 더듬어 승강장으로 내려가야만 했다. 피해자를 발견하면 뒤쪽 구조대에 인계해가며 현장 진입에 나섰다. 윤 소방위는 "사고 발생 뒤 약 두 시간여가 흐르고 화재 시발점인 열차에 도달했다. 잿빛으로 변해있는 열차는 뼈대만 남아있을 뿐이고, 건물 벽면은 뜨거운 열기로 인해 시멘트마저 터져나와 있었다"고 회상했다.

한 명이라도 더 구조할 수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전했다. 지하철 화재 대응 메뉴얼 및 지하철 내 화재 대비 시스템, 화재 진압 장비 등이 당시에 좀 더 잘 갖춰졌었더라면 하는 바람이었다.

참사 이후엔 모든 소방 활동에 임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그는 "당시 구조 활동을 겪고 난 뒤 모든 사고의 결과를 미리 예단하지 않게 됐다. 어떠한 화재나 사고라도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며 "현장에 가면 한계에 부딪히는 경우가 생기는데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은 더 힘들어 할 것이라는 각오로 끝까지 버틴다"고 했다.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위로도 함께 전했다. 윤 소방위는 "화재 진압 및 구조 활동에 전념하다보니 정작 현장에 있던 유족분들께는 일일이 위로를 드리지 못했다. 가족을 떠나보낸 분들을 떠올리면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진다"며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벌어지지 않도록 일상에서 모두가 의식적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김형엽기자 kh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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