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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 임하면 금소리에서 농민들이 대마 수확을 하고 있다. 〈안동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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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창 안동시장이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헴프 재배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안동시 제공> |
◆51조원의 녹색 금광 '헴프'
대마 씨앗이 몸에 좋은 슈퍼푸드로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대마 씨앗에서 껍질을 벗겨낸 '헴프 시드 너트'부터 '헴프 시드 오일' , 콘크리트처럼 만든 '헴프크리트'라는 친환경 건축자재까지 헴프의 활용성은 폭넓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아주 많이 활용되고 있다.
대마는 마리화나와 헴프로 구분된다. 헴프에 있는 CBD, 즉 칸나비디올이라는 성분이 뇌전증 등 신경질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자 세계 의료용 대마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19세기 미국의 '골드 러시'에 이어 대마 산업으로 자금이 몰리며 '그린 러시'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25년 대마의 세계 시장 규모는 2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의료용 대마 시장은 연평균 22.1% 성장해 2024년 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경질환 치료에 탁월한 효과
대마 'CBD' 규제완화 움직임
식약처 100대 혁신과제에 포함
헴프특구 기업들 기대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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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민의힘 김형동 국회의원과 권기창 안동시장을 비롯한 경북도의원, 안동시의원 등이 안동 바이오 생명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인 경북 안동시 풍산읍 일대를 둘러보며 마지막 현장 점검에 나서고 있다. 피재윤기자 |
2020년 WHO 권고를 받아들인 UN 산하 마약위원회가 60년 만에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EU 회원국에서 합법적으로 생산된 CBD 시판을 다른 회원국이 금지할 수 없고, CBD는 마약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마의 또 다른 성분인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는 다르게 CBD는 향정신성 작용이나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 세계적으로 미국, 캐나다 등 56개국에서 의료 목적의 대마 사용을 허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마는 마약류관리법의 규제를 받아 섬유 및 종자 채취 목적 외에는 재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종자·뿌리·성숙한 줄기를 제외하고는 활용할 수 없다. 대마의 환각 성분인 THC는 미수정 암꽃과 잎 그리고 종자의 껍질에 많이 함유돼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꽃과 잎은 담당 공무원 입회하에 모두 폐기한다.
하지만 최근 식약처가 발표한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7번째로 대마 규제 완화가 포함되면서 국내 대마 산업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현재 학술연구 등으로 제한된 의료용 대마 활용 범위를 '대마 성분 의약품'의 국내 제조와 수입까지 확대하고, 2024년까지 관련 법인 마약류관리법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기술 개발과 투자를 망설이던 특구 참여 기업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안동 '헴프 실증사업' 수행 중
韓 의료산업 새로운 비전 창출
바이오 캠퍼스 유치전 본격화
풍산읍 일대 국가산단도 추진
◆안동, 최적화된 바이오 산업도시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중국, 캐나다 다음으로 넷째로 대마 생산량이 많다. 국내에서는 1천여 년 동안 '길쌈'의 명맥을 이어온 안동포의 본고장 안동이 대마 주산지다. 삼베 원료로 쓰이던 대마가 난치병 치료제 등으로 변신할 전망이다.
안동이 2020년 8월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되면서 대마를 통해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고 있다.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에서는 대마의 의료적 활용에 대한 부분적 특례를 부여받아 그동안 규제로 인해 불가능했던 헴프의 미수정 암꽃과 잎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재배와 CBD 추출, 제조 및 수출 그리고 헴프 관리에 대한 실증특례를 받아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주〉에이팩, 한국콜마<주>, 〈주〉유한건강생활 등 30개의 국내 기업과 4개 기관이 헴프규제자유특구 사업에 참여하며, 안전성과 산업화의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토대로 법률개정을 통한 규제 완화 등 제도적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헴프 규제자유특구는 안동시 임하면 금소리 대마밭 바로 인근에 있는 스마트팜 단지에서 의료 연구를 위한 대마 재배를 진행 중이다.
건조 과정을 거친 헴프는 냉장과 GPS 시스템이 구축된 스마트 트럭으로 옮겨져 헴프 추출 연구기업으로 이동하며, 헴프에서 치매와 뇌전증 치료제의 원료인 CBD 성분을 추출한다.
이곳엔 국내 최초로 헴프 관리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했다. CCTV, 지문등록, 소변 검사 등 철저한 보안 관리로 헴프가 무단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헴프 안전 관리만큼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헴프 특구 지정 후 3년
지난해 정부 주최의 규제자유특구에 대한 운영성과 평가에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우수특구로 선정됐다. 이로써 실증특례 연장을 받고 특구사업자들의 중단 없는 R&D사업 추진 및 전주기 이력관리를 통한 보안관리 지원이 가능하게 됐다.
안동시는 올해 바이오산업의 미래 초석을 다져나갈 계획이다. 창업 및 벤처 기업 입주공간인 공공형 기업플랫폼을 구축하고, 연간 2천명 이상의 글로벌 바이오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전문 훈련기관인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또 국가산업단지 유치에도 총력을 기울여 안동이 바이오생명산업 거점도시로 자립하는 기반을 마련한다. 바이오생명 국가산단은 풍산읍 일대에 조성할 계획이다.
권 시장은 "헴프의 CBD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국내 환자는 약 790만명(질병17종 기준·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달한다. 헴프 특구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국내 의료 기반이 탄탄해지고 헴프 산업화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미래 헴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관련 법규 정비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안동시는 헴프 특구 모든 공정에 대한 실증사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마약류관리법 개정의 근거를 확실히 갖춤으로써 규제 완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권 시장은 "올해 안동은 바이오 기업과 기관들의 연구·생산 활동 지원에 이어 입주공간 마련, 전문가 양성,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활성화 등 전주기 지원 체계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라며 "헴프 규제자유특구 안동이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헴프 산업의 거점도시로서 미래 헴프 산업 발전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피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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