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가 들려준 '獨 통일 후 마주한 현실'

  • 노진실
  • |
  • 입력 2023-03-31  |  수정 2023-03-31 08:58  |  발행일 2023-03-31 제35면
[사진 너머로] 獨 통일 상징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2017년 베를린 현지서 단독 인터뷰

냉혹한 국제정치 영원한 친구 없어

마지막 동독 총리 한스 모드로가 들려준 獨 통일 후 마주한 현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과거 베를린에 설치됐던 장벽 일부에 조성된 갤러리〈사진〉다. 약 1.3㎞ 길이의 야외 갤러리에 각국의 작가들이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그린 벽화를 만나볼 수 있다. 독일 통일과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곳으로, 베를린을 찾는 이들이 꼭 한 번은 찾아가는 명소가 됐다. 특히 분단국가인 우리나라 사람에게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곳이다.

베를린에는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외에도 독일 통일을 상징하는 것이 곳곳에 남아있다. 또한 베를린에는 통일 전후를 증언할 만한 이들도 생존해 있었는데 그들 중 한 명이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다.

독일 동서분단 시절 마지막 동독 총리를 지낸 한스 모드로가 지난 2월,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모드로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산증인이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되고, 동독의 총리로서 드레스덴 정상회담에서 헬무트 콜과 대면했다. 그는 당시 수명이 다해가는 동독에서 여행과 언론 자유 보장 등 정책 변화와 개혁을 추진했다.

2017년, 모드로 전 총리는 베를린 현지에서 영남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공교롭게도 인터뷰 며칠 후에는 헬무트 콜 전 총리의 장례식이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독일 통일을 증언할 역사적 인물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난 상황에서 모드로 전 총리와의 인터뷰는 기록으로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베를린 로자 룩셈부르크 광장 옆 그의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모드로 전 총리는 '독일 통일과 포스트(Post) 통일'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특히 통일 이후 갈등과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미리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통일에 대해서는 "독일이 통일하면서 국가적으로는 통합이 됐다고 볼 수 있지만, 사회·정치·경제적 측면에서는 여전히 동·서독 간 차이가 남아 있다"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기사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통일 이후 독일인이 마주한 현실을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모드로 전 총리는 "각 국가의 이해관계가 얽힌 국제정치에 있어선 '영원한 우정이나 친구는 없다'는 사실도 냉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트사이드 갤러리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와 관련된 역사를 직접 들려줄 이들은 점차 세상을 떠나고 있다. 왠지 쓸쓸해진다.

글·사진=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