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태 경일대 총장 개교 60주년 인터뷰 "문화분야 특화 글로컬 콘텐츠 허브로"

  • 이효설,윤관식
  • |
  • 입력 2023-04-11 07:22  |  수정 2023-04-11 07:27  |  발행일 2023-04-11 제8면

2023041001000311700013071
영남일보 기자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는 정현태 제8대 경일대 총장. 윤관식기자 yks@yeongnam.com

정현태 경일대 총장은 경북지역 사립대 최장수 총장이다. 무려 4차례나 임기를 수행 중이다. 지역사회에서 '전문 총장'이란 별칭을 얻은 지 오래다. 2010년 9월 제5대 총장 취임 이래 2026년 8월까지 제8대 총장으로 경일대를 이끌 예정이다. 개교 60주년(4월11일)을 며칠 앞둔 지난 6일 대학 본관 총장 부속실에서 정 총장을 만나 학교발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에는 교수가 24명 있다. 전국 유명 사진학과 3곳의 교수 인원보다 많다. 건축토목공학과는 교수 12명이 포진됐다. 도제식 교육이 필요한 비교적 소규모 학과에는 전공·트랙 단위로 분야별 스페셜리스트를 채용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지만 정작 정 총장은 "학교에 대외활동을 많이 하는 교수가 필요하다. 계속 더 뽑겠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이번 학기엔 기자, 방송작가 등 현장 출신 인력을 끌어들여 콘서트 형식의 교양 수업을 실험 중이다. "실용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수업에만 매여있는 교수보다 유목민 사고를 갖춘 교수가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유목민 사고를 갖춘 교수 필요
기자·작가 등 현장 출신 투입
콘서트 형식 교양수업 실험 중

사진영상·게임 관련학과 주목
전문성 육성 도제식 교육 실시
스포츠대학 새 패러다임 제시



정 총장의 남다른 채용 철학은 '교수 창업'이 밑바탕이 됐다. 그는 "건축토목공학과 교수를 더 뽑아 회사를 만들 계획이다. 교통영향평가부터 설계, 영업허가까지 총괄하는 교수창업기업"이라면서 "학생들은 교수들이 수주한 공사에 동원돼 현장 실무를 익힌다. 학교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창업기업 <주>오토노머스에이투지는 5년 전쯤 현대차 연구소 연구원 5명을 데려와 창업한 기업이다. 기업가치 2천억원으로 평가되는 이 스타트업의 직원 80명 중 25명이 경일대 출신이다.

정부는 올해 초 RISE 사업을 발표하고, 대학지원 체계를 지방 중심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대학이 뒤늦게 지역의 사회경제 생태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정 총장은 학교를 '글로컬 콘텐츠 허브'로 만드는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이공계 중심 대학이지만 특성화 방향을 과감하게 문화 콘텐츠 쪽으로 선회한 것.

그는 "경일대의 사진영상,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콘텐츠 관련 전공 재학생들을 보면 8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 출신"이라면서 "국내에서 경쟁력이 입증된 만큼 이들 학과를 글로벌 학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콘텐츠 기업들이 경일대에서 교수들과 협업, 대학 인프라를 활용해 학생들의 전문성을 키우는 경일대식 도제교육을 성공시킬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은 바로 경일대가 지향하는 미래 대학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경일대 스포츠 대학은 특기생을 안 뽑는다. 1등만 먹고사는 스포츠계 현실을 인정하고 스포츠 대학의 새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승부수를 띄웠다. 정 총장은 "100명 훈련하면 고작 한두 명이 프로 선수가 된다. 경일대는 특기생을 포기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를 안내해 스포츠인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했다.

경일대 스포츠 대학은 스포츠경영, 생체학, 스포츠 마케팅을 기본 교육과정으로 하고 있으며, 스포츠 재활의학, 노인체육복지, 스포츠융합학부, 전문스포츠학부 등 다양한 전공을 마련하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국내 모든 대학이 직면한 난제다. 이뿐만 아니라 대학시장 개방, 인구 노령화가 겹치면서 대학을 둘러싼 고등교육 환경은 각종 사회, 문화, 경제 상황에 따라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경일대의 유연성을 대안으로 내놨다. 그는 "외국인 유입이 늘면 유학생 친화적으로, 평생교육 수요가 늘면 성인 학습자 친화적으로, 코로나 팬데믹에선 원격교육체제로 몸을 변화시켰다"면서 "앞으로 지역산업과 지자체의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새로운 산업 수요를 창출하고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의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장으로 14년째다. 그 전 보직교수 때부터 거슬러 올라가면 30년 가까이 학교 일에 전념 중이다. 경일대의 혁신과 개혁의 선두에 서 있었는데, 그 마인드가 궁금하다고 하자, "주인의식이다. 내 것이라 생각하고 학교를 바라보는 것과 남의 것을 관리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이 마음으로 내 일에만 충실하다 보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대답했다.

마지막으로 경일대 학생들에겐 "지혜로운 학생이 돼달라"면서 "학과, 전공과 상관없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1951년 군위 출생으로 경일대 전신인 청구대학병설공업고등전문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성균관대·숭실대를 거쳤으며, 일본 오사카부립대 공동연구원, 경일대 학생처장, 기획처장, 부총장을 거쳤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이효설 기자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윤관식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회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