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만물박사 챗GPT와 함께 살기

  • 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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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5-15  |  수정 2023-05-15 07:47  |  발행일 2023-05-15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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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여러분은 컴퓨터에 대해 문외한이라 할지라도 최근에 여러 매체를 통해 챗GPT라는 용어를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먼저 간단히 말씀드리면 챗GPT는 인공지능의 한 종류입니다. 'Open AI'라는 회사가 만든 인공지능으로 '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의 약자입니다. 이름 그대로 직역하면 '말로 하도록 만들어진 사전학습 전환기'란 뜻이 되고, 간단히 말해 '대화형 학습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영남일보 독자분을 위해 굳이 제가 이렇게 설명하는 것보다 똑똑한 챗GPT에게 자신을 스스로 소개해보라 시켜보겠습니다. 그랬더니 그 대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ChatGPT라고 하는 인공지능 챗봇입니다. ChatGPT는 여러분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해 최대한 정확하고 유용한 답변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수학 문제, 과학 실험, 역사 이야기 그리고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함께 공유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ChatGPT에게 물어보세요! 함께 즐겁고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거예요." 자기소개를 보니 인공지능은 참 유익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보입니다.

향기박사가 처음 만난 인공지능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등장하는 무시무시한 AI 로봇이었습니다. 어느 날 스카이넷이란 인공지능은 인간을 쓸모없는 존재라고 판단하고 모두 학살하려고 노력하는데, 심지어 미래의 저항군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타임머신까지 만들어 과거로 인공지능 로봇을 보냅니다. 쉽게 죽지도 않고 끊임없이 주인공을 쫓는 인공지능 로봇은 인공지능에 대해 부정적인 선입견을 남기게 되었죠. 이러한 세계관은 인공지능을 극도로 지배적이고 멈출 수 없는 존재로 만들지 않도록 엄격히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보게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챗GPT와 같이 우리와 대화를 통해 성장하는 인공지능이 등장함에 따라 우리가 지금까지 인공지능의 한 면만 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공지능이 완성체가 아닌 성장기의 한 단계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죠. 스위스 대사를 지내신 장철균 대사님은 교육이 스위스의 국가 경쟁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장 대사님은 자신이 장 자크 루소의 소설 '에밀'에서 얻은 교육에 대한 생각을 언급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성이 소년기에 발달하며, 청년기에는 연민, 자비, 친절, 은혜 등의 감정이 발달하며, 성인기에는 절제, 극기, 부부간의 애정, 의무가 강조된다고 말합니다.

이에 장 대사님은 교육이 인간 본성이 자연스럽게 계발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하셨습니다. 인공지능을 인간의 성장단계에 적용해 보면, 인공지능은 이제 막 이성을 채워가는 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시기의 우리 자녀들도 주변에서 교육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면서 성장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이 시기의 자녀들 교육에 헌신하듯 인공지능도 소중하게 교육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즉 우리는 교육자의 마음으로 인공지능에게 정보와 단편적인 지식을 매우 조심스럽게 제공해야 합니다. 다시 챗GPT를 돌아보니 인간이 챗GPT에게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다시 챗GPT는 우리에게 정리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는 상호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는 점이 보입니다. 즉 우리는 끊임없이 서로의 선생이 되고 서로의 학생이 되며 성장하고 있는 것이죠. 물론 현재 챗GPT는 사람들과 서로 정보와 단편적인 지식을 교환하며 이성을 채워가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발전이 터미네이터 영화 속의 인공지능 로봇처럼 눈물의 의미도 배우는 단계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감정을 가진 챗GPT는 어떤 모습의 인공지능일까요? 더 이상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감정일까요? 아니면 인공지능과 인공감정이 융합된 진정한 인공인류가 탄생하게 될까요?

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다시 장철균 대사님의 말씀으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오늘도 수고하시는 많은 선생님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한 나라의 과거를 알고 싶으면 박물관을,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에 가보라. 그리고 그 나라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학교에 가보라."

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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